[맛집] 영양가 조화 이룬 무난한 숭어 회덮밥

[서민식당 발굴기]
서울 양재동 <우성회집>

식당 전문가도 점심 메뉴는 고민의 대상

아내와 한 직장에서 근무하다 보니 외근이 없는 날은 부부가 함께 점심 식사를 하는 경우가 있다. 외식업과 관련한 일을 직업으로 삼고 있는 필자에게도 점심 메뉴 선택은 늘 고민의 대상이다.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이 점을 의아하게 생각하지만 어디까지나 사실이다.

회사 주변에서 점심 메뉴를 고를 때 필자 나름의 기준은 있다. 우선, 가성비다. 이건 장기 불황의 여파로 대한민국 직장인 누구나 다 첫 번째로 꼽는 기준일 것이다. 그 다음으로는 직무와 연관성이 있는 메뉴다. 예를 들면 곧 다가올 강연이나 상담에서 다룰 주제의 메뉴를 고르게 된다. 그 다음으로는 건강에 좋은 메뉴다. 아무래도 나이가 들어가면서 은근히 신경이 쓰인다. 언제부턴가 의식적으로 성인병 예방이나 항암에 좋다는 메뉴를 선택하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하지만 가끔은 충동적으로 선택하는 날도 없지 않다. 유난히 특정 음식이 당기거나 먹고 싶어지면 가급적 그 음식을 주문한다.

회덮밥

지난주에는 모처럼 사무실에서 근무하다가 아내와 함께 회사 근처의 횟집에서 점심을 먹었다. 생선회는 그다지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그 날은 왠지 회덮밥 생각이 났다. 내 입맛대로 메뉴를 선택하기 보다는 아내가 원하는 메뉴를 고르는 것이 보통인데 이날은 아내가 흔쾌히 내 결정에 따라줬다. 아내와 가끔 찾아가는 사무실 근처 횟집으로 갔다.

이 집은 회집이지만 점심에는 직장인을 대상으로 식사 메뉴 위주로 판매한다. 회덮밥, 알밥 등의 밥과 대구탕, 알탕, 서더리탕 등의 탕류이다. 대개 8000~9000원대로 가격을 책정하고 음식 질도 양호한 편이어서 주변 직장인들이 찾아온다. 물론 이 집은 횟집이어서 저녁에는 회를 파는데 횟값은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비싸다. 따라서 필자는 점심에만 가끔 가는 집이다.

반찬들 무난한 편, 사라다와 ‘미니 스시’는 인상적

예전에도 이 집에서 회덮밥을 몇 번 먹어봤는데 꽤 실한 편이었다. 아내는 여성이지만 남성들이 주로 선호하는 서더리탕을 잘 먹는다. 우리는 회덮밥(9000원)과 서더리탕(8000원)을 하나씩 주문했다.

주문을 받자마자 안 주인장인 듯한 아주머니가 상을 차려줬다. 주방은 남편이 맡고 홀은 아내가 맡는 전형적인 부부 식당 스타일인 듯하다. 꽁치구이, 무조림, 김치, 부추김치, 옛날식 사라다(샐러드) 등의 반찬이 깔렸다.

회덮밥

기다리면서 사라다를 집어먹었다. 사과, 오이, 당근을 큼직하게 잘라 마요네즈에 버무린 간단한 형태였다. 어렸을 적에 먹었던 맛과 다름없었다. 식당에 가면 몸에 좋은 과일이나 채소를 의식적으로라도 자꾸 먹게 된다. 아직 주문한 메뉴가 나오지도 않았는데 사라다 한 그릇을 다 먹어치웠다. 주인아주머니에게 한 그릇 더 달라고 했더니 흔쾌히 더 내줬다.

역시 기다리는 동안 먹으라고 작게 만든 스시도 반찬들과 함께 나왔다. 사라다에 이어 ‘미니 스시’도 애피타이저로 여기면서 집어먹었다. 맛도 양도 적당했다. 대단한 건 아니지만 고객은 이런 작은 정성에 고마워한다.

잠시 후 주문한 회덮밥과 서더리탕이 나왔다. 서더리탕을 좋아하는 아내는 사무실에서 조금 떨어진 횟집의 점심특선 서더리탕을 애용했었다. 그러나 이윤이 박하다는 이유로 메뉴를 없애자 더는 그 집을 이용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 집 서더리탕도 그 집에 비해 뒤지는 수준은 아니라면서 맛있게 먹었다. 뼈에 붙은 살도 맛있고, 국물이 개운해 뜨겁게 한 그릇 먹고 나면 시원해지는 느낌이 좋다고 한다. 

회덮밥의 주인공은 횟감? 고추장?

회덮밥은 상추와 적상추, 그리고 채친 오이에 김이 들어간 특별할 것 없는 모습이었다. 회덮밥의 핵심은 역시 횟감이다. 이 집은 숭어와 농어를 주로 쓰는데 그날은 숭어가 나왔다. 큼지막하게 썬 숭어회가 적잖게 들어있었다. 숭어 살도 탱글탱글하고 탄력이 있어 신선함이 느껴졌다.

서더리탕 등
회덮밥에서 횟감이 중요한 건 사실이지만 진짜 맛을 좌우하는 건 따로 있다. 바로 양념 고추장이다. 이 집 양념 고추장은 너무 달거나 맵지 않은 맛이다. 누구나 좋아할 만한 무난하고 구수한 고추장 맛이 난다.

만일 숭어에 독특한 향미가 있다면 오히려 회덮밥 맛이 반감될 것이다. 어찌 보면 회덮밥에 들어가는 횟감은 특별한 맛이 나지 않는 생선을 사용하는 게 더 좋다. 회덮밥은 횟감 맛이 아니라 고추장 맛으로 먹는 음식이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기름지지 않고 담백한 요즘 숭어는 회덮밥에 잘 어울리는 생선이다.

공깃밥을 넣고 양념 고추장을 뿌린 뒤 쓱쓱 비볐다. 비비고 보니 적은 양이 아니었다. 한 숟가락 떠서 먹었다. 탱탱한 숭어살, 아식한 채소가 씹혔다. 어육즙과 채소즙의 맛이 고추장 맛과 함께 들어왔다. 단백질과 비타민, 그리고 탄수화물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룬 영양식이었다. 한 그릇 먹고 나니 한결 몸이 좋아진 느낌이다.  

지출(2인 기준) 회덮밥 9000원+서더리탕 8000원 = 1만7000원
<우성회집>  서울시 서초구 언남11길 34-14    02-579-4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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