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영화] 내 일(job)과 내일 ‘내일을 위한 시간’

# 영화 ‘내일을 위한 시간’

감독: 장 피에르 다르덴, 뤽 다르덴
출연: 마리옹 꼬띠아르, 파브리지오 롱기온
장르: 드라마
상영시간: 1시간 35분
개봉: 2015년 1월 1일
관람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그린나래미디어(주) 제공

# 불안으로 고통 받지 않는 내일을 위해


그린나래미디어(주) 제공

한 통의 전화가 산드라(마리옹 꼬띠아르 분)의 잠을 깨운다. 산드라를 살뜰히 챙기는 직장 동료 줄리엣의 전화다. 전화의 내용은 산드라의 ‘복직 투표’ 결과가 2:14로 나와 산드라의 복직이 무산됐다는 얘기였다. 좀 더 부연하면 ‘솔왈’이라는 작은 회사에 다니는 산드라는 극심한 우울증으로 인해 휴직 중이었고, 증세가 완화된 후 복직을 신청했지만 사장은 회사 사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직장 사람들에게 그녀의 복직과 1000 유로의 보너스를 놓고 양자택일의 투표를 제안한 것이다. 어쩌면 산드라의 말대로 동료들이 “보너스를 택한 건 당연” 한 결과였는지 모른다. 하지만 산드라는 주택 대출금을 갚고, 두 아이의 양육비에 보탬이 되기 위해 꼭 복직해야만 한다.

산드라를 지지하는 표를 던진 2명의 직장 동료들은 작업장의 반장이 투표에 입김을 넣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사장에게 찾아가 재투표를 요청한다. 어차피 산드라의 복직이 무산될 걸 예상하고 있었던 사장은 결과가 쉽게 바뀌겠냐며 시큰둥하게 말하면서도 재투표를 허락한다. 월요일 재투표를 앞두고, 산드라는 주말 이틀 동안 보너스를 선택한 동료들을 찾아가 자신의 복직을 위해 투표해달라고 설득해야 한다. 더 이상 불안으로 고통 받지 않는 내일을 위해서.

# 그들 각자의 사정

영화는 회사로 복직하기 위해 직장 동료들을 설득하러 다니는 산드라의 일정을 지그시 쫓는다. 산드라는 항상 그녀를 지지하는 동료 줄리엣, 로베르 두 사람을 빼고, 카데르, 윌리, 미레유, 나딘, 티무르, 히샴, 이본과 그의 아들 제롬, 미겔, 안느, 줄리앙, 도미니크, 샤를리, 계약직 직원 알퐁스까지 보너스를 택한 열네 사람을 찾아가서 설득하거나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전화를 건다.


남편과 이혼까지 결심하고 산드라를 돕는 안느 - 그린나래미디어(주) 제공

산드라의 동료들이 보너스 1000 유로(한화 약 125만원)를 선택한 데에는 저마다 사정이 있다. 이혼 후 새출발을 준비하고 있거나(미레유), 부인이 실직해서 부업까지 해야 할 정도로 형편이 어렵고(윌리), 주말마다 불법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동료도 있다(히샴). 집 수리, 마당 공사 비용을 마련해야 하고(안느), 집안의 가장이어서(도미니크), 또는 계약직이어서 재계약을 위해 반장의 눈치를 보느라(알퐁스) 보너스에 투표한 동료들도 있다. 산드라도 이해한다고 말하는 것처럼 대부분의 동료들은 어려운 형편에 보태기 위해 보너스를 선택한다. 물론 그렇지 않은 동료들도 있지만 영화는 그들을 절대악처럼 묘사하지는 않는다.


보너스를 선택한 줄리앙 - 그린나래미디어(주) 제공

산드라를 대하는 동료들의 태도 역시 제각각이다. 보너스 문제로 남편과 상의하다가 이혼을 결심하고 산드라를 물심양면 도와주려는 동료가 있다. 보너스를 선택해서 계속 마음에 걸렸다며, 눈물을 흘리고 다른 동료에게 대신 전화까지 해주는 동료도 있다. 반면, 과거엔 산드라와 친했지만 그녀가 찾아오자 집에 없는 척하기도 하고, 집까지 찾아온 그녀를 거칠게 몰아세우는 동료들도 있다.

# 산드라의 1박 2일


그린나래미디어(주) 제공

우울증으로 고생하던 산드라는 증상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안정제 없이는 마음을 쉽사리 가라앉히지 못하는 사람이다. 그런 그녀에게 열네 명의 동료를 일일이 찾아가 자신의 생각을 전하고 동료들의 입장을 바꾸게 한다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이 때문에 산드라는 계속 약을 먹고, 몇 번씩이나 포기하려고 한다. 심지어는 자다가 어린 아들이 물에 빠져 죽는 악몽을 꾸기도 하고, 마음에 큰 상처를 받은 나머지 안정제를 다량 복용하고 자살까지 시도한다.


그린나래미디어(주) 제공

동료들의 선택이 당연하다고, 이해한다고 말하면서도 내심 그들이 자신의 복직을 위해 투표해줬으면 하는 그녀의 마음은 간절하다. 하지만 설득의 과정은 녹록지 않다. 산드라를 끝까지 버티게 하는 건 곁에서 그녀를 돕고 지지하는 사람들이다. 산드라에게 아낌없는 마음을 주는 남편 마누(파브리지오 롱기온 분)가 있고, 처음부터 그녀의 복직을 위해 투표했던 동료 줄리엣, 로베르가 있다. 물론 그들이 산드라의 고통을 덜어줄 수도, 산드라를 대신해줄 수도 없지만 그들이 항상 옆에 있기 때문에 산드라는 힘을 낸다. 영화 초반, 사장에게 말 한마디 제대로 하지 못하다가(동료 줄리엣이 대신 말을 전한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자기주장이 확고해진다. 그리고 그녀를 위해 투표해주겠다는 동료들의 수가 많아지면서 산드라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 재투표가 끝나고, 산드라의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지만 산드라는 전에 없던 용기를 얻는다.

# 칸 영화제의 총아, 다르덴 형제
 


가운데 오른쪽 마리옹 꼬띠아르, 가운데 왼쪽 파브리지오 롱기온, 양 옆 다르덴 형제 - © 2014 Getty Images 제공

영화 내내 그 흔한 배경음악도 없이, 흔들리는 카메라는 오로지 주인공 산드라만을 쫓아다닌다. 칸 영화제의 특별한 사랑을 받는 형제 감독인 다르덴 형제의 확고한 스타일이다. 다큐멘터리 영화로 데뷔한 다르덴 형제는, 거의 다큐멘터리로 보일 정도로 현실적인 영화를 만드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칸 영화제에서 이미 여러 차례 수상한 바 있는 다르덴 형제의 작품답게 ‘내일을 위한 시간’ 역시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했고, 극중 주인공과 거의 혼연일체가 된 생활 연기를 보여준 마리옹 꼬띠아르는 영어로 제작된 영화가 아님에도 이례적으로 다음 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첨언하자면 가장 최근에 개봉한 다르덴 형제의 영화 ‘언노운 걸’이 일부 극장에서 상영 중이고, 필자 개인적으로는 2011년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자전거 탄 소년’도 추천하고 싶다)

‘내일을 위한 시간’은 끊임없이 관객들에게 질문을 건네는 영화다. 당신이라면 이 상황에서 어떻게 했을까? 당신이 산드라의 입장이었다면? 당신이 동료의 복직과 1000유로의 보너스 중에서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었다면? 다르덴 형제는 영화 속에서 어느 것이 옳다는 답을 주진 않는다. 산드라가 복직을 해야만 하는 이유가 있듯, 보너스를 택하는 사람들도 저마다의 사정이 있다. 다만, 산드라의 복직과 보너스 중에서 양자택일을 해야 하는 투표를 고안해 낸 장본인은 산드라도, 그녀의 직장 동료들도 아니라는 점이다.

경영상 위기를 이유로 복직과 보너스 사이의 양자택일 투표를 제안했던 사장은 영화 말미에 산드라를 불러 “좋은 소식”을 전한다. 복직도 시켜주고 직원들 보너스도 줘서 동료들 간 앙금을 풀어주겠다는 것. 단, 계약직 알퐁스(극중 유일한 흑인이다)와의 재계약을 포기할 테니 그때까지 기다렸다가 복직하라는 조건을 단다.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알퐁스를 설득해 그의 소중한 한 표를 받았던 산드라는 사장의 달콤한 유혹을 단번에 뿌리친다. 사장의 항변처럼 “해고가 아니라 재계약을 안 하는 것”이라 해도, 알퐁스에게는 해고와 계약종료가 결국 같은 것이니까.

# “다시 일을 하면 눈물도 멈출 거야”
 


그린나래미디어(주) 제공

영화 초반, 이런 대사가 나온다. 실직 위험에 눈물을 흘리는 산드라에게 남편 마누는 “다시 일을 하면 눈물도 멈출 거야”라고 위로한다. 자본주의 사회에 살면서 일(labor)을 한다는 건 먹고 살기 위해 불가피한 일이다. 평생 아무 일도 안하고 사는 사람도 있다지만, 누군가는 실직으로 인한 생활상 어려움에 자살까지 한다. 그만큼 일은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 4월 기준 국내 실업률은 4.2%로, IMF 외환위기 이후인 2000년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청년실업률은 무려 11.2%다. 일자리를 구하는 게 하늘의 별따기 만큼 어려운 세상이다. 통계에 포함된 일자리에는 비정규직이나 계약직, 아르바이트도 꽤 포함되어 있다. 문재인 정부가 일자리위원회까지 새로 만들어 일자리 창출과 비정규직 문제 해소 등 노동정책을 국정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혹시나 이 영화를 보고 ‘아, 내 얘기는 아니네’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사실 딴 세상 이야기가 아니다. 저 멀리 (비교적 복지가 탄탄하다는) 유럽에서 건너온 영화지만, 우리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 해고를 당해서, 일자리가 없어서, 취업이 안 돼서 눈물 흘리는 사람들은 우리 주변에,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많다. 내 가족, 내 친구, 내 지인 등 누구든 산드라와 같은 처지에 놓일 수 있고, 남편의 대사처럼 “그 상황이면 다 무너져. 누구라도 무너질” 수 있다. 우리의 내일은 함께 만들어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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