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영화] 삶의 의지를 느끼고 싶다면, ‘그래비티’

# 영화 ‘그래비티’

감독: 알폰소 쿠아론
출연: 산드라 블록, 조지 클루니
장르: SF, 드라마
상영시간: 1시간 31분
개봉: 2013년 10월 17일
관람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제공

우주를 향한 인간의 호기심은 끝이 없다. 학문의 영역뿐만 아니라 영화 분야에서도 수많은 SF 영화들이 우주를 향한 인간의 욕망을 대변해왔다. 1902년에 나온 조르주 멜리에스의 ‘달세계 여행’ 이래로, 아직까지도 새로운 작품을 내놓는 ‘스타워즈’와 ‘스타트렉’ 시리즈, 전 우주를 활보하는 히어로들을 그린 ‘어벤져스’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등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우주를 묘사하고 있다. 또 한편으로 일부 영화들은 우주에 대한 인간의 근원적인 공포를 다루기도 하는데, 이를테면 얼마 전 개봉했던 ‘에이리언’ 시리즈를 꼽을 수 있겠다.

여전히 회자되는 전설적인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나 국내 첫 천만 SF 영화 ‘인터스텔라’ 등 그 외 언급하지 않은 수많은 작품 중에서도 오늘 필자가 소개하려는 영화는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그래비티’다. 2013년 개봉 당시 관객들과 평단을 열광시킨 작품 ‘그래비티’를 만나보자.

(*아래에는 영화 ‘그래비티’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 광대한 우주에서 표류하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제공

NASA 소속 엔지니어로 우주에 온 라이언 스톤 박사(산드라 블록 분)는 미국의 위성 시스템을 설치하고 정비하는 업무를 한다. 여느 때처럼 라이언이 동료들과 작업을 하고 있던 중, 자국이 쏜 미사일에 의해 파괴된 러시아 위성의 잔해들이 그들이 있는 궤도로 날아와 충돌한다. 갑작스런 사고로 여러 명의 동료들이 목숨을 잃고, 라이언과 임무 지휘관 맷 코왈스키(조지 클루니 분) 두 사람만이 살아남지만 라이언은 얼마 지나지 않아 맷마저 떠나보내고 방대한 우주에 홀로 남게 된다. 라이언은 살기 위해 지구로 돌아가야만 한다.

영화 ‘그래비티’의 줄거리 자체는 한 문단으로 설명할 수 있을 만큼 간결하다. 다만 이 영화에 대한 이동진 평론가의 평가처럼 ‘이야기가 간결하다고 해서 깊이가 없는 게 아니’다. 지구에서 겪은 고통스러운 일로 인해 도망치듯 우주로 온 라이언이, 어떻게 삶에 대한 의지를 되찾고 지구로 되돌아가는지 그 과정을 극도의 몰입 상태에서 보여주기 위해 치밀하게 설계된 영화다. 영화가 보여주는 이미지, 영화의 배경, 캐릭터와 대사를 통해 영화의 주제의식을 아주 선명하게 전달한다.

# 최첨단 기술력을 동원해 표현한 사실적인 우주의 이미지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제공

주인공 라이언이 느끼는 고립의 공포와 죽음에 대한 두려움, 이를 표현하기 위해서 감독은 무엇보다 우주 그 자체를 사실적으로 표현해야만 했다. 연출을 맡은 알폰소 쿠아론 감독(‘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 ‘칠드런 오브 맨’ 등)은 영화의 완성도와 몰입도를 높이기 위해 우선 기술적인 완벽함을 원했다.

무중력 상태의 우주와 우주에서 보는 지구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기 위해 철저한 사전작업을 거쳤고, 영화의 장면과 거의 100%에 일치하는 영상 콘티(Continuity)를 만드는 데 약 10개월의 시간을 투자했다. 특히나 시나리오 초고의 제목을 ‘Gravity: A Space Suspense in 3D’로 지을 만큼 3D 기술에 집중했고, 3D 디자인과 플래닝에만 4년 이상이 걸렸다고 한다.

덕분에 극장에서 3D로 영화를 본 관객들은 마치 무중력 상태의 우주를 유영하는 느낌이 들 정도로 실감나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13분에 가까운 롱테이크가 인상적인 오프닝 장면부터 라이언이 지구로 되돌아가는 후반부까지 관객의 몰입도를 극대화시킨다. ‘그래비티’, ‘버드맨’,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로 년 연속 아카데미 촬영상을 수상한 베테랑 촬영감독 엠마누엘 루베즈키의 카메라도 큰 역할을 한다. 이토록 몰입도와 영화의 기술력을 최고조로 끌어올려서 감독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무엇일까?

# 처음 만나는 죽음의 공포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제공

1억 달러의 제작비와 영화 제작에 총동원된 고도의 기술력에도 불구하고 영화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은 라이언과 맷, 단 두 명이다. 우주를 소재로 한 수많은 영화들이 태양계와 행성을 넘나들며 가공할 만한 스케일을 자랑했던 것에 비하면 ‘그래비티’에는 단출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특별한 사건이 없다. 특별한 사건이라면 위성 잔해의 충돌 뿐이다. 심지어 혹자는 이 영화에 현행 과학기술을 넘는 상상력이 없기 때문에 SF 장르가 아니라고 규정할 정도다. 영화는 외계인도, 우주전쟁도 그리지 않는 대신에 필요 이상의 것은 전부 덜어내고, 보여주고자 하는 것에만 집중한다.

주인공 라이언이 우주에 온 이유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지구에서 겪은 고통스러운 일’, 즉 그의 어린 딸을 사고로 잃은 아픔이 있기 때문이다. 딸을 잃은 후 라이언은 멘트조차 나오지 않는 라디오를 듣는 둥 마는 둥 운전에 몰두하다가 문득 도망치듯 우주로 온다. 그런 라이언에게 있어 지구는 아름다워 보이지 않고, 딸의 죽음을 떠올리게 하는 고독한 공간이다. 지구를 바라보며 “세상 최고의 절경”을 말하는 맷에게 라이언은 오히려 우주가 “고요”하기 때문에 더 좋다고 말한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제공

하지만 영화는 오프닝 장면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리고 “예감이 썩 좋지 않다”는 맷의 말이 나오기가 무섭게 극도의 재난 상황을 발생시킨다. 날아온 위성 잔해들과의 충격으로 인해 라이언은 일행들과 떨어져 방대한 우주에서 홀로 표류한다. 우주에서 오래 머물렀던 지휘관 맷의 빠른 대처 덕분에 구사일생으로 살아나지만, 처음으로 죽음의 공포를 느끼고 동료들의 죽음도 목격한다.

이어 자신을 구해준 맷마저 잃을 위기에 처한 라이언. 두 사람을 이어주던 끈은 끊어지고, 우주정거장에서 나온 하나의 줄에 매달려 위태로운 상황에 놓인다. 라이언을 살리기 위해 맷이 스스로 줄을 놓아버리고, 라이언은 홀로 살아남아 우주정거장으로, 다시 중국 우주정거장으로 가서 지구로 탈출하기 위한 여정을 계속한다.

#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제공

영화는 삶의 의미를 잃은 라이언의 상황을 은유적으로도 보여준다. 작업을 하고 있는 그의 심전도 수치가 염려스럽다고 교신이 오거나, 우주정거장으로 도망치는 과정에서 산소량이 부족해지기도 한다. 우주는 삶을 포기한 라이언이 스스로 도망쳐온 곳이다. 하지만 위성 잔해와 충돌하고, 동료들을 차례로 잃고, 자신에게 찾아오는 죽음의 공포가 극대화될수록 살아야겠다는 의지는 점차 강해진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하듯, 무중력 상태의 우주에서는 동료에게 의지하거나 고장난 기계에라도 몸을 의지해야 한다.

위성 잔해와 충돌한 사고가 발생한 직후, 자신이 작업을 지체했기 때문이라며 자책하는 라이언에게 맷은 “어차피 충돌할 거였어”라고 말한다. 그의 말대로다. 러시아 위성이 파괴된 것도, 그 잔해물이 날아온 것도, 그 때문에 동료들이 죽은 것도, 심지어는 딸이 학교에서 술래잡기를 하다 미끄러지는 사고로 죽은 것도 라이언의 잘못이 아니다. 모두 어쩔 수 없었던 일이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제공

라이언이 맷을 떠나보내는 장면은 딸의 죽음을 잊지 못하던 라이언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이미 떠나보낸 딸과의 끈을 위태롭게 잡고 죽은 사람처럼 살던 라이언. 라이언이 잡고 있던 줄에 매달린 맷은 스스로 그 끈을 놓아버림으로써 라이언에게 꼭 살아서 돌아가라고 말한다. “놓을 줄도 알아야 해”라고 말한 맷 덕분에 라이언은 딸에 대한 미련을 놓아버리고 자신의 삶을 생각하게 된다.

지구를 죽음의 공간으로 느꼈던 라이언의 생각과는 달리, 애초부터 죽음을 상징하는 공간은 우주였다. 감독은 오프닝 타이틀에서부터 우주가 ‘소리를 전달하는 매개체도, 기압도, 산소도 없는 곳’이어서 ‘우주에서 생명체 생존은 불가능하다’고 못을 박고 시작한다. 영화 내내 우주에서 살아남는 건 라이언 외에 아무(것)도 없다. 동료들도, 위성도, 우주정거장도 모두 죽거나 파괴된다. 오로지 물과 산소가 있는 지구만이 생명의 공간이다. 극한의 공포 속에서 다시 삶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찾은 라이언은 마치 자궁 속 태아처럼 웅크렸다가, 이내 삶을 되찾기 위해 지구로 간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제공

극중 주인공이 “아빠가 아들을 원해서” 라이언이라는 이름을 갖게 된 것처럼, 태어나면서부터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는 인간은 없다. 또한 살면서 온갖 예기치 못한 일들(예를 들면 딸을 잃거나 사고를 당하는 일들)을 겪는다. 하지만 방법은 없다. 우리는 온몸으로 모든 것을 견뎌내며 살 수밖에 없다.

영화는 우리가 어떻게 이곳(지구)에서 태어나 살고 있는지 모른다고 한다. 그저 “엄청난 일”이라고 말할 뿐이다. 중요한 건 우리가 지금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달려 있다. 영화는 혹시나 당신이 삶의 의지를 잃어버렸다면 극중 주인공이 놓인 상황에 감정이입해보고 주인공처럼 다시금 삶의 의지를 건져보는 것은 어떠냐고 말을 건넨다. 영화가 개봉한 지도 어느덧 3년이 훌쩍 넘어 IPTV나 VOD로 쉽게 구해볼 수 있지만, 언젠가 기회가 되어 이 영화가 극장에서 상영된다면 그 소중한 기회를 부디 놓치지 마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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