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들이 헤어지는 과학적인 이유
전통 사회에서는 부모 혹은 가문이 배우자를 골라주었다. 하지만 현대인들은 스스로 자신에게 맞는 ‘짝’을 찾고 선택해야 한다. 관계의 시작과 끝도 스스로 결정한다. 관계를 시작할 이유와 끝낼 이유 역시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미국 유타대 심리학과 사만사 조엘 교수팀은 설문조사를 통해 연인과 기혼자들이 상대방과 계속 만나거나 헤어지겠다는 결정을 내릴 때 고려하는 이유를 정리해 지난 17일 학술지 ‘심리학과 인격과학’에 발표했다.
조엘 교수는 “관계를 지속할지 아니면 끝낼지 결정하는 건 누구에게나 굉장히 고민되는 문제”라며 “어떻게 결론을 내리게 되는지 분석하기 위해, 우선 사람들의 생각을 좌우하는 원인부터 정리했다”고 설명했다.
A 그룹은 아직 헤어지겠다는 생각을 해 본 적 없고 사귄 지 평균 17개월 정도된 연인이 있는 대학생 참가자 70명과 싱글 65명 등 총 135명으로 구성됐다. B 그룹은 총 137명으로 16개월 정도 만났으나 최근 1년사이 헤어짐을 고려해 본 적이 있는 대학생 참가자였다. A,B 두그룹의 평균연령은 20살이었다. C그룹은 평균 46개월간 만나왔고, 헤어짐을 고려해본 적이 있는 평균 31세의 직장인 171명으로 구성됐다.
그 결과 연구팀은 감정적 친밀감, 상대의 인격, 장기적인 계획 등 만남을 이어갈 이유 27가지와 신뢰감의 상실, 사회경제적 외부요인 등 헤어지려는 이유 23가지를 추렸다. 세 그룹 모두 계속 만나야 하는 이유로는 ‘친밀한 감정적 관계’를 가장 많이 선택했으며, 헤어져야 할 이유로는 ‘신뢰감 상실’을 가장 많이 뽑았다.
조엘 교수는 “일반적으로 연인 사이에 있어 관계를 계속 이어갈지 여부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상대방의 인격이나 감정적․육체적 친밀감과 같은 문제”라며 “사회ㆍ경제적인 현실 문제보다는 서로가 얼마나 잘 맞느냐가 더 중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연구팀이 헤어질 것을 고민하는 연인 121명과 부부 106명을 대상으로 2012년 실시한 두 번째 조사에선 차이가 있었다. 데이트 관계인 연인의 경우 앞선 조사에서 처럼 관계를 지속할지 고민하는 이유로 상대방과의 감정적 친밀감이 중요했지만, 결혼한 부부에서는 그간 관계에 쏟은 노력이나 가족에 대한 책임감, 장래에 대한 불안감 등이 헤어지기를 망설이는 주된 이유로 꼽혔다. 조사 대상이 된 연인은 평균 2년, 부부는 9년 정도 관계를 유지한 상태였다.
조엘 교수는 “오래된 연인이나 기혼자가 선택한 이유를 보면,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현실적인 부분에서 불확실성을 줄여주는 상대를 택하려는 욕구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어떤 이유로든 사람은 살면서 누군가와 사랑에 빠진다”며 “흥미로운 건 사랑에 빠진 그 순간부터 헤어질지 말지 결정해야하는 어려운 고민도 시작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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