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카레마치' 카레 드세요

초등학생 시절 방학을 맞아 서울의 고모를 찾아갔다. 고모는 시골서 올라온 어린 조카에게 핫한 음식을 먹이고 싶었다. 고모는 마치 판형 초콜릿 같은 물건을 은박지에서 조심스럽게 꺼냈다. 솥에 물을 잡은 뒤 그걸 넣고 죽을 쑤었다. 부글부글 끓자 화장품 냄새 같기도 하고 비누 냄새 같기도 한 낯선 향기가 코를 찔렀다. 잠시 후 한 그릇 퍼줬는데 맛이 좋기도 하고 나쁘기도 했다. 일본 사람들이 잘 먹는다는 그 희한한 맛의 죽을 난생 처음 먹어봤다. 카레라이스라고 했다.


그릴차슈카레

살아오며 접했던 카레들과 전혀 다른 조리법과 토핑물

처음 카레를 먹어본 것은 초등학생 때였다. 첫 만남에서 그리 좋은 인상을 남기진 않았다. 하지만 중·고생이 된 뒤에 먹어본 카레라이스는 꽤 먹을 만했다. 아니, 무척 고급스럽고 맛있는 음식이었다.

그 뒤 군대에서 한동안 지속적으로 카레를 먹기도 했다. 당시 국방부에 무슨 일이 생겼는지 몰라도 카레라이스가 매일 나오다시피 했다. 연일 투하되는 카레밥 공세에 전우들은 하나 둘 쓰러져갔다. 하지만 나는 아주 용감하게 먹었고 끝까지 건재했다. ‘내일도 카레밥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입 밖에 내지는 않았다.

혼인을 하고 난 뒤로 일요일이면 가끔 카레라이스를 먹고는 했다. 물론 아내가 만들어준 카레라이스였다. 외식을 할 때면 가급적 카레 메뉴는 사먹지 않았다. 아무리 맛있어 봐야 아내가 인스턴트 카레로 끓여준 카레라이스보다 못 했다. 맛도 맛이지만 내가 심리적으로 허용할 수 있는 가격보다 비쌌다.

그런데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나뿐만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주변에서 카레 전문점으로 성공했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우리와 비슷한 외식업 문화가 형성된 일본에서 카레 전문점이 성업 중인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이례적인 현상이다.

한국에서 카레 전문점을 창업하면 고생할 것이라는 생각은 나의 편견이었음을 최근 알게 됐다. 내가 식당 카레라이스를 외면한 사이, 우리나라 카레라이스가 장족의 발전을 거듭했다. 그 발전의 진척도가 상당히 빨랐음을 <카레마치>에서 확인했다.


조리 중인 돌솥카레우동과 조리중인 돌솥 그릴차슈 카레우동 등

보통 카레 메뉴는 토핑으로 튀김이나 돈가스가 많이 올라간다. 그런데 이 집은 스테이크를 주로 올린다. 카레라이스를 담는 용기도 접시뿐 아니라 그릴 팬이나 돌솥까지 사용하는 점도 독특하다. 담음새가 다르니 카레 맛도 다르게 느껴진다. 또한 토핑용 스테이크들을 직접 마리네이드 하고 양념에 재는 것도 기존 카레라이스와 차별화 한 부분.

결정적으로 조리법이 다르다. 일단 토핑을 그릴에 구워서 익힌 다음 뜨거운 팬에 올려 카레를 부어 손님에게 내간다. 식사를 마칠 때까지 뜨거운 온도가 유지돼 카레의 제 맛과 향을 충분히 음미할 수 있다.

숙성시킨 카레 베이스에 23가지 향신료로 다양한 맛 조합 

무엇보다 카레 메뉴가 무척 다양해진 점이 돋보였다. 일본 식당에서 수많은 카레를 접해본 적은 있지만 국내에서 이렇게 다양한 카레 메뉴를 구비한 건 처음 본다. 어느 교수님께서 예전 미국 유학시절, 아이스크림 가게에 들어가셨더니 “무슨 아이스크림으로 줄까요?” 하고 묻더라는 것이다. “아니, 아이스크림이 그냥 아이스크림이지 ‘무슨 아이스크림’은 또 뭐지?”하며 당황해 하셨다고.

그런데 카레 전문점에도 어느새 ‘그냥 카레라이스’뿐만 아니라 메뉴가 무척 다양해진 것이다. 일본산 기본 카레 베이스를 3일간 숙성시켜 충분히 맛을 들인 다음 여기에 23가지 향신료를 조합하여 우리나라 사람 입맛에 맞는 카레 맛들을 개발해 메뉴화 한 것들이다.

창업 전, 이 집 주인장이 메뉴 개발 인력들을 채용해놓고 처음에는 몇 달 동안만 메뉴개발에 임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입점 예정일이 지나도록 기존 점포가 가게를 비워주지 않았다. 그 바람에 메뉴 연구개발에 당초 계획보다 거의 두 배 이상의 시간을 투입했다. 결과적으로 다양한 카레 메뉴와 향신료들을 깊이 있게 연구하고 개발했다.

카레라이스의 고급화와 다양화를 시도했다 끝내 성공하지 못했던 사례들을 주인장이 반면교사로 삼지 않았나 싶다.

즉석에서 조리해 맛과 온기 끌어올린 수제 카레라이스

주문은 메인 메뉴 선택, 매운 정도 선택, 마지막으로 추가 토핑물 순으로 한다. 메인 메뉴는 크게 네 종류다. 먼저 기본 카레라이스를 비롯한 튀김과 돈가스류. 둘째, 차슈 치킨 등을 수제로 그릴에 조리한 종류. 셋째, 오징어 수제 함박 등을 돌솥에 담아낸 돌솥 그릴 종류. 넷째, 왕새우 고로케 등을 넣은 오무라이스류 등이다. 각 종류별로 대여섯 가지씩 메뉴가 있다.

입맛에 따라 메뉴를 골랐으면 매운 정도를 고른다. 4단계의 매운맛이 있다. 기본 3단계와 좀 더 매운 맛이다. 주문 시 미리 얘기하면 더 혹독한 매운 맛을 볼 수 있다. 매운맛을 내는 재료는 캡사이신이 아닌 천연 향료인 점도 신선하다. 토핑재료는 달걀프라이(1000원), 야채튀김(2400원)을 비롯해 아홉 가지를 준비했다.

이 집 카레 조리법의 특성이 가장 잘 반영된 것이 그릴차슈카레(9700원)다. 돼지고기에 팔각 등의 향료를 넣고 4시간 삶은 차슈는 잡내가 없고 연하다. 차슈가 불에 달궈지는 동안 보약을 달이듯 된장을 끓이듯 카레를 한 그릇 한 그릇 정성껏 끓인다. 그릴 팬 한 쪽에 쌀밥을 담고 차슈를 올린다. 여기에 모양이 흐트러지지 않게 서니사이드업을 조심스레 올린다. 끓인 카레를 천천히 부은 뒤 마지막으로 채 썬 파와 마늘 플레이크 등 토핑물을 더해 손님에게 내간다.

일본에서 먹어봤던 카레라이스에 비해 손색없다. 가격도 무난하다. 기본 반찬과 향신료는 셀프 코너에서 자유롭게 추가할 수 있다. 이 집을 나서면서 카레라이스에 대한 내 생각이 바뀌었다.
아, 카레라이스도 요리였구나!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108길 22    02-508-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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