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충북에서 물난리가 났을 때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수해 현장을 찾아 자원봉사 한 것이 뉴스에 오르내린 적이 있다. 그 때 복구 작업을 함께 한 주민들이
‘김정숙 여사는 일머리를 아는 분이다. (중략)
물에 젖은 이불이라 말려도 못쓰니 버리자는 말을 들은 김 여사가 일단 말려보고
그 때 결정하자며 이불을 들고 날랐다.’
라고 말하며, 김정숙 여사가 복구 현장을 진두지휘했다고 한다. 대통령 부인이니 당연히 지시도 하고 일도 시키고 그런 것 아니겠냐고 할지 모르겠으나, 예전에 다른 영부인들은 대부분 기자에게 사진 찍히는 것만 신경 쓰느라 소위 ‘일머리’를 굴리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맞다. 일을 잘 하려면 경험이 좀 있어야 한다. 기업에서 경력자를 선호하는 이유다. 경력자는 일이 돌아가는 패턴, 즉 일머리를 알기 때문에 과정과 결과를 미리 그려본다. 예를 들어 커피 전문점을 차리더라도 경험이 없는 사람은 커피의 향과 맛이 사람들의 표정에 각인되는 느낌을 먼저 떠올리겠지만, 경험이 많은 사람은 매일 매장을 쓸고 닦고 내부를 환기하는 일과를 먼저 떠올릴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그래야만 커피의 향과 맛이 매장 안은 물론 밖까지 풍성하게 퍼져 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핵심은 커피의 향이 아니라 그 향을 진동시켜줄 매장의 깨끗한 공기임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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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잘 하는 사람은 준비를 잘 하는 사람이다. 시나리오는 일하기 전에 리허설을 해 보는 것이다. 업무 하나하나를 재정의하는 것이다. 내가 하는 일을 객관적으로 잘 지켜보고 어떤 절차로 하는 것이 좋을지 검토하는 것이다. 그리고 경우의 수를 따져서 빈틈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보자. 고객에게 전화를 거는 상황을 생각해 보자. 일을 못 하는 사람은 그냥 전화를 건다. 나름대로 본인이 말 하나 만큼은 잘 한다고 자신하기 때문이다. 결과는 중언부언. 말은 잘 할지 몰라도 전화를 건 목적을 달성하였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그렇다면 아래와 같이 표를 한 번 작성해 보는 것은 어떨까? 고객한테 전화하기 직전에 전화의 내용을 5단계로 구분하고 각 단계별로 체크 포인트를 적어 보는 것이다.
1단계: 고객의 최근 상황 및 불편 사항을 인터넷 검색을 통해 알아보고 적는다. 물론 인맥이나 거래처 등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정보를 수집할 수도 있다.
2단계: 우리 제품의 비교 우위를 떠올려 본다. 당연한 아는 것 같지만 전화 걸기 전에 다시 떠올려 보는 것이 중요하다.
3단계: 아주 간단한 오프닝 메시지를 적어본다.
4단계: 가장 중요한 단계인데, 확실한 영업 메시지, 즉 콜투액션(Call To Action)을 던지는 것이다. 우리 제품의 편익, 혜택을 단 몇 개의 문장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하며, 가령 구매를 해라, 견적을 받아라, 미팅을 잡자, 무료 교육을 받아라 등의 전화를 건 목적을 확실하기 말하고 고객의 다음 행동을 유도하는 과정이다. 전화를 할 때는 이것이 가장 중요하다. 아주 침착하고 단단하게 말이다.
5단계: 타 고객의 사례를 소개함으로써 우리 회사의 신뢰도를 높이는 멘트를 하도록 한다.
시나리오를 작성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내 업무를 재정의 할 수 있게 되어 나의 일머리는 고스란히 나의 경험으로 쌓이게 될 것이다. 그래야 나중에 경력자로서 인정을 받을 수 있다. 연차만 쌓인다고 일을 잘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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