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기훈 홍익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비트코인=안전자산' 인식… 한 달 만에 가격 두 배로 급등" (중앙SUNDAY, 2017년 8월 20일)
북한의 도발 심화에 비트코인 가격 상승세가 겹치며 "미국과 북한간의 지정학적 갈등으로 인해 비트코인이 새로운 자산 도피처로 주목, 가격이 오르고 있다"는 주장이 자주 보인다.
필자는 연구자로 비판적 시각을 견지해야 한다. 명확한 정의와 적합한 맥락을 바탕으로 한 논리적인 사고가 비판적 사고의 기본이다. 그러므로 오늘은 안전자산에 대한 정확한 정의를 이용해, 과연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통화가 안전자산이라는 주장이 옳은지 논하려 한다.
안전자산(risk-free asset)이란 사전적 의미로 위험이 없는 금융자산을 의미한다. '무위험 자산'이라고도 한다. 금융 투자에는 일반적으로 채무불이행위험과 시장가격변동위험이 수반되는데, 안전자산은 채무불이행 위험이 없는 자산이다.
이미 안전자산의 정의를 알아보는 단계에서 우리는 위 주장이 옳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비트코인 구매 계약을 체결하고 계약이 이행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비트코인 투자는 채무불이행의 위험에 노출됐다. 그러므로 안전자산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자산피난처의 역할을 하는 자산은 가치변동성이 높지 않고 다른 자산이나 시장과의 수익률 상관관계가 낮은 특성이 있다. 자산피난처 역할을 하는 대표적인 자산으로 금과 미 재무성 증권(Treasury Bill)을 들 수 있다.
예를 들어, 환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 유로·파운드·레알·위안 등 통화자산의 가치가 하락할 위험 또한 높아진다. 딜러들은 자산 가치가 하락할 위험이 상승할 가능성보다 높다고 생각될때 상대적으로 가치변동성이 작은 금을 대체자산으로 선택, 통화에 투자한 자금을 회수해 일시적으로 금을 피난처로 삼는다. 그렇기에 자산피난처라고 부르는 것이다.
일단 '북한과 미국의 갈등이 비트코인을 안전자산으로 인식하게 했다'는 주장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북한과 미국의 갈등으로 인해 비트코인이 거래되고 있는 많은 지역에서 비트코인이 아닌 다른 자산을 위험하게(가치변동성을 크게) 만들었다'는 가정이 필요하다.
북한과 미국의 갈등이 호주나 유럽의 금융자산에 영향을 미칠 확률은 높지 않다. 북한과 미국의 갈등은 동북아지역, 특히 한국과 일본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런데 비트코인 가격상승은 한국에서만 일어난 것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일어났다.
만약 투자자들이 비트코인을 실제 자산피난처로 인식한다 하더라도, 시장의 위험이 매우 높아져 피난처로 자산을 이동해야 한다는 인식은 동북아 국가에만 적용될 것이다. 따라서 북한과 미국의 갈등이 비트코인 가격 상승의 주 요인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합리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럼 시장상황이 나빠지면(변동성 증가와 가치하락 확률 증가) 자산이 비트코인에 집중될까? 필자가 비트코인 수익률과 거래 데이터를 이용하여 분석한 논문(Baur, Dirk G. and Hong, Kihoon and Lee, Adrian D., Virtual Currencies: Media of Exchange or Speculative Asset? (June 29, 2016). SWIFT Institute Working Paper No. 2014-007.) 결과에 따르면. 실제로 비트코인이 금처럼 자산피난처로 쓰이는 듯한 현상이 일어난다. 즉, 시장에 악재가 연달아 일어나면 통화나 주식 또는 다른 위험자산에 투자되던 자금이 회수돼 비트코인에 투자되는 현상이 일어난다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위 논문은 데이터를 더 자세히 분석, 금과 같은 자산 이동 현상이 일어나기는 하지만 그 이유가 다르다는 것을 밝힌다. 금은 변동성이 작아 '위험을 줄이고 가치를 보존하고자' 하는 투자자들이 피난처로 사용한다.
반면, 비트코인은 전반적으로 나빠진 시장상황으로 인해 '낮아진 기대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투기적인 성향을 가진 투자자'들이 주로 보유한다. 즉 금과 비트코인은 시장 상황이 나빠질 때 자산이 몰리는 비슷한 현상을 보이지만 그 이유는 정 반대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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