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용품을 비롯해 비누나 로션 같은 개인 위생용품에 공통적으로 들어 있는 항균 화학물질에 다량 노출되면 특히 태아와 영아에게 큰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연구가 나왔다.
미국 로렌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LLNL) 연구진은 산모가 생활 환경에 존재하는 수치 정도의 항균 화학물질 트리클로카반(triclocarban, TCC)에 노출될 경우 이 물질이 태아에게 옮겨가 지질대사를 방해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해 과학저널 ‘플로스 원’(PLOS ONE) 9일자에 발표했다.
우리 몸에 있는 지질(lipids)은 자연 발생 생체 분자로 지방과 왁스, 지용성 비타민, 모노글리세리드, 디글리세리드, 혈중 지방성분인 트리글리세리드를 비롯한 여러 물질을 포함하고 있다. 지질은 생물학적으로 에너지와 신호 전달을 저장하고, 세포막을 구성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오염된 물과 생활환경에서 TCC 노출 주의 필요
논문 제1저자인 LLNL의 생물학자 헤더 엔라이트(Heather Enright) 박사는 “이번 연구 결과는 오염된 급수원과 주변 생활환경에서 TCC에 노출될 위험이 있고, 이 같은 노출이 모체의 자궁에서 자라고 있는 태아에게 부작용을 나타낼 위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 주목된다”고 말했다. 엔라이트 박사는 “생애 초기에 TCC에 노출되면 인체 장기 체계가 취약한데다 발달상태에 있는 태아의 보호 기전에 의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실험용 쥐를 대상으로 임신과 수유기간 동안 TCC에 노출되면 실제로 이 물질이 모체에서 태아에게 옮겨가는지를 조사했다. 오염 물질이 암컷 쥐와 태아 쥐에 어떻게 분포하는지를 추적하기 위해 TCC를 탄소-14로 처리했다.
TCC 노출, 지질대사 유전자에 영향 미쳐
엔라이트 박사는 “우리는 TCC가 임신 중일 때는 태반을 통해 그리고 출산 후에는 수유를 통해 모체에서 자손에게 효과적으로 전달된다는 사실을 증명했다”며, “배아와 태아는 호르몬 수치 변화에 더욱 민감하기 때문에 태중에 있을 때 TCC에 노출되면 발달 중인 배아와 태아에게 심각한 건강상의 위험을 초래할 수 있고, 이는 종종 돌이킬 수 없는 변화를 유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양적 실시간 폴리머라아제 연쇄반응[quantitative real-time polymerase chain reaction (qPCR)] 기법을 사용해 TCC에 노출된 새끼 쥐의 간과 지방 조직에서 유전자 발현 변화를 조사했다. 그 결과 노출된 암컷 새끼 쥐의 지질 대사에 관여하는 유전자의 변화가 지방 무게 증가 및 간의 트리글리세리드 증가와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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