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국 자동차 색깔론

3개국 자동차 색깔론

세상이 많이 변했다. 이젠 내 주변에도 수입차를 타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이미 30대 이하의 젊은이들에게는 수입차도 그냥 차일 뿐이다. 수입차만 사면 신분이 상승하는 것 같던 시절은 이미 끝났다. 하긴 우리나라에서 팔리는 승용차의 다섯 대 중 하나가 수입차이니 어쩌면 당연한 것 아닐까. 수입차가 더는 환상이 아니라는 소리다. 처음 수입차가 개방된 30년 전만 해도 수입차를 마치 우주선처럼 경외의 대상으로 바라봤다. 이전에는 외국인을 마치 할리우드 스타 바라보듯 했지만 이제는 이미 우리나라에 200만 명이 살고 있고 그들과 친구가 되기도 하니. 친구가 된다는 뜻은 성격이나 취향을 파악한 다음에 나와 잘 맞는지를 판단했다는 뜻이다. 외국인과 친구 사이로 지낸다고 하면 ‘그 친구는 어느 나라 사람이니?’라는 질문이 빠지지 않는다. 나라마다 다른 문화나 풍토가 개인의 성격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마찬가지 이유에서 자동차도 국적에 따라 분명한 성격이 있다. 

일본차 ‘드디어 감성을 찾다’

일본은 독일만큼이나 완벽주의자들의 나라다. 독일의 마이스터처럼 일본도 대를 잇는 가업이 많듯 기술을 숭상하는 나라 중 하나다. 잔고장이 가장 없고 믿을 수 있는 자동차로 일본차를 꼽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그런데 잔고장이 없고 좋은데 왜 일본은 21세기 들어서, 특히 럭셔리 자동차 시장에서 독일세에 밀린 것일까? 그것은 아마도 이 정도면 대체로 만족한다는 토요타의 ‘80점 주의’로 요약되는, 무리하지 않는 완벽주의가 아닐까 싶다. 1980~90년대에 일본 스포츠카가 전 세계를 휩쓴 것에 비하면 요즘 일본차들은 아주 합리적인 세단과 인기가 많은 도시형 SUV, 그리고 반대로 일본 안에서만 팔릴 수 있는 아주 좋지만 가격은 터무니없이 비싼 경차처럼 보통 사람 대다수가 원하는 시장에만 안주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일본이 자동차를 ‘팔려고 만들기 시작한’ 대표적 나라라는 데에서 찾을 수 있다. 독일에게 자동차는 문화적 작품이었다면 일본에게는 상품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자기가 만들고 싶은 것보다 남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더  살폈고, 그 결과 에지가 없는 무난한 상품만 만들었다. 일본 밖에서는 팔리지 않는 일본식 경차를 두고 갈라파고스 증후군의 대표적 사례라고 하듯이 반대로 더는 날 필요가 없어서 날기를 잊어버린 닭처럼 두루뭉술한 것이 일본차였다.

이런 일본차들은 적절한 가격에 품질은 괜찮은 양질의 생활필수품같이 되었다. 극단적으로 표현한다면 아주 괜찮은 슬리퍼랄까.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었다. 슬리퍼의 가격은 뻔하다는 것. 일본차는 독일차처럼 높은 가격을 받을 수가 없었다. 따라서 이윤을 챙기려면 원가를 쥐어짤 수밖에 없었고, 결국은 품질이 떨어지는 악순환에 접어든 것이다. 

토요타의 아키오 사장은 이건 아니다 싶었다. 가슴에서 멀어진 제품은 언제 밀려나도 할 말이 없다는 불안감에 사로잡혔다. 설상가상 토요타는 미국에서 사상 초유의 대규모 리콜 사태로 품질에 대한 믿음까지 잃어버렸다. 이제는 고객들의 마음을 되찾아오는 길밖에 없었다. 그래서 렉서스를 시작으로 감성 담기에 주력했다. 
처음에 스핀들 그릴이 나왔을 때 나는 속으로 ‘이게 뭐야?’라고 말했다. 분명 과했다.

옆면은 아직도 무던한 아저씨 차인데 얼굴만 기괴하리만치 공격적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공격적인 앞 얼굴은 다듬어지고 밋밋하던 옆모습도 풍만한 곡선을 품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로테스크한 육감적인 일본차가 태어났다. 

바로 렉서스의 쿠페 LC다. 이 차는 8기통 자연 흡기 엔진이 주는 날것의 쾌감을 담기도 했지만 6기통 하이브리드의 친환경적 고성능을 담기도 했다. 디젤 게이트로 디젤 진영이 어려움에 처한 지금 지난 20년 동안 꾸준히 하이브리드에 투자한 토요타의 노력이 결실을 본 것. 그리고 그것을 감성적인 그릇인 LC에 담는 순간 더 이상 일본차는 감성이 없는 팔 것에 불과하지 않다. 일본차의 새로운 도약은 이제부터다.

독일차 ‘차는 벤츠지’

옛날에는 아빠들이 그랬다. 그리고 지금은 내가 그런다. 내가 옛날의 아빠 나이가 되어서만은 아닌 것 같다. 독일차는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지금도 상종가다. 왜일까? 독일이 자동차라는 것을 처음으로 만든 나라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식당도 원조를 알아주듯이 자동차도 원조를 알아줄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맞는 것 같다. 반대로 원조 식당도 망하는 법이 있다. 망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재료값을 아끼려다가 원래의 풍미를 잃어버리는 경우다. 단골손님들은 단번에 알아채고 발길을 돌린다. 이런 면에서 독일 자동차는 원료를 아끼지 않는 원조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원조 식당들이 처음부터 떼돈을 벌려고 식당을 차린 경우는 별로 없다. 대부분 처음에는 자기가 잘 만들고 식구들이 맛있게 먹는 음식을 자기 집 한구석에서 파는 식으로 조그맣게 시작했는데 입소문이 나고 손님이 늘면서 규모가 커진 경우다. 즉 음식의 맛 자체가 경쟁력이었다는 뜻이다. 독일 자동차도 그렇다. 그들은 자동차라는 물건을 필요해서 만들기 시작했다. 필요해서 만들었다는 것은 목적이 뚜렷했다는 것이고 자기의 목숨을 믿고 맡길 수 있을 만큼 제대로 된 제품을 만들려 했다는 뜻이다. 그래서 자동차의 아버지인 칼 벤츠가 만든 자동차도 실제로 쓸 만한 물건이라는 사실은 부인이 스스로 자동차로 여행하면서 증명한 것이다. 자기가 타려고 만든 자동차와 남에게 팔려고 만든 자동차에는 뿌리부터 차이가 있다. 

 
하지만 원조 식당도 옛날 모습을 그대로 지키기만 한다면 오래된 단골과 함께 은퇴할 수도 있다. 맛의 정신은 지키되 젊은이도 그 맛을 이해할 수 있는 친절함이 필요하다. 이런 정신은 지키고 몸은 발전하는 예가 메르세데스-벤츠의 E 클래스다. 한동안 재료값 좀 아끼려다가 호되게 수업료를 낸 벤츠가 제정신을 차리고 만든 새로운 럭셔리의 우아함이 E 클래스에서 완성되었다. 특히 실내 디자인은 끝장. 하지만 E 클래스가 뛰어난 것은 이 우아함 뒤에 숨은 것들이다.

앞 차를 따라서 좌회전을 저절로 할 수 있을 만큼의 부분 자율 주행이 그렇고 교차로에서 옆구리를 들이받힐 것 같으면 슬그머니 옆으로 피하는 능동 안전 기능이 그렇다. 그리고 이전의 아빠 차 같은 묵직하고 뻣뻣한 벤츠는 이제 없다. E 클래스는 이제는 시내에서 누나가 타도 편안할 만큼 경쾌하게 움직인다. 요즘 럭셔리 제품이 네오클래식으로 발전하듯이.

미국차 ‘미국답게!’

지난 10여 년 동안 미국차를 보면 가슴이 아팠다. 차가 나빠서? 그것만은 아니었다. 그보다는 ‘왜 미국차가 독일차처럼 보이려고 애쓰는가?’였다. 심지어는 친한 후배가 미국의 대표 브랜드를 두고 ‘한동안 독일어 공부를 열심히 하는 미국인 같았는데 요즘은 아예 독일 사람이 영어를 배우는 것 같아요’라고 비아냥거릴 정도로 말이다. 물론 대세인 독일 럭셔리 브랜드를 이길 수 있다면 단숨에 미국차가 왕좌를 차지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마음은 이해한다. 하지만 그것은 답이 아니다. 풍토가 다르고 사람이 다른데 어떻게 그럴 수가 있을까? 독일차 같은 미국차를 왜 사야 하나? 오리지널 독일차가 있는데 말이다.

그래서 요즘 미국차들이 다시 반갑다. 작년에 카마로 SS가 선풍적인 인기를 얻은 것도 그랬고, 최근 초기 물량이 순식간이 매진된 캐딜락 에스컬레이드가 그렇다. 우리나라 도로 사정에 맞지 않으니 미국차는 한계가 있다고들 한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미국차가 한국차 같아지면 왜 사야 하나? 미국도 독일처럼 자기가 타려고 자동차를 만든 나라 가운데 하나다. 그래서 미국차에서는 미국 냄새가 풀풀 나야만 경쟁력이 있다. 그리고 캐딜락 에스컬레이드는 누가 뭐래도 가장 미국스러운 럭셔리 SUV이다. 그래서 매진된 것이다.


모두 다르다. 하지만 틀리지는 않다. 어느 나라 차가 좋은가? 아니 어울리나?     

더네이버, 독일차, 일본차, 미국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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