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과 감성의 대결
농구든 권투든 누구나 대등한 두 경쟁자 간의 격렬한 싸움을 좋아하기 마련이다. 물론 응원하는 팀이 압승을 거두면 더 재미있을 것이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접전을 펼치는 경기는 몇 년이 지난 후에도 사람들 입에 오르내린다. 세대교체를 거친 2017년형 혼다 CR-V와 2017년형 마쓰다 CX-5가 벌인 이번 대결이 바로 그런 싸움이다.
1년 전 우리는 모든 소형 크로스오버 SUV를 모아 비교 테스트를 진행했다. 혼다와 마쓰다는 단종을 앞둔 노장이었음에도 각각 1위와 2위를 차지했다. 이는 이 두 차가 얼마나 훌륭했었는지를 증명한다. 경쟁자들에게 4~5년의 시간을 더 준다고 해도 결과는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자, 그런 혼다와 마쓰다가 이제 기준을 다시 세울 때가 왔다.
규모와 매출 면에서 마쓰다는 늘 한 수 아래였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의 체급을 뛰어넘는 펀치를 날리는 데 능숙하다. 비록 ‘올해의 SUV’로 선정한 적은 없지만 우리는 항상 이 급에서 CX-5를 선호했다. 반면 혼다 CR-V는 수상 경력이 있다. SUV 분야의 매출 선두(소형 SUV뿐만 아니라 SUV 전체에서)인 CR-V는 실용성, 신뢰성, 다목적성 등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막강한 존재다.
2017년형 CR-V는 신형 시빅을 밑바탕 삼는다. 사람들을 매혹시킨 세단을 탄생시킨 바로 그 플랫폼 말이다. 시빅과 마찬가지로 신형 CR-V는 조향 감각과 주행 감각이 대폭 개선됐다. CR-V를 타보고 나는 이런 메모를 남겼다. ‘이 차가 산길도 거뜬하게 달린다고 말하면 일반 사람들은 분명 믿지 않을 것이다.’
반면 CX-5는 아이와 같이 조금 거친 느낌이다. 마쓰다의 다른 모델들처럼 차체 뒤쪽이 다소 가볍게 느껴지며 마치 아주 작은 회전만으로 당신을 코너로 밀어 넣으려는 것처럼 움직인다. 무게중심 역시 CR-V처럼 낮게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스티어링을 신중하게 다뤄야 할 정도로 무게 이동이 빠르다. 앞바퀴굴림 기반의 AWD 시스템은 존재감이 크지 않으며 스티어링에도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조향 감각은 마쓰다가 더 무거운 편. 혼다의 조향 감각도 묵직하지만 마쓰다에 비해 조금 더 자연스럽다.
크로스오버 구매자는 핸들링에 관심이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도 핸들링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단지 이유가 다를 뿐이다. 주차장에 진입하거나 스케이트보드에 올라 도로에 뛰어든 아이를 급하게 피할 때마다 차가 뒤집어질 것 같은 느낌을 내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또한 누구도 형편없는 자세제어 능력 때문에 이리저리 흔들리는 것을 즐기지 않는다. 이 점에서는 CR-V가 돋보인다. CR-V의 댐핑은 매우 부드러운 주행감을 선사하며 머리의 흔들림도 최소화한다. 큰 둔덕이나 움푹 팬 노면을 매끈하게 처리하기 때문에 실내에서는 충격이나 소음을 거의 느낄 수 없다. CX-5 역시 이에 크게 뒤지지 않는다. 다만 보다 스포티한 핸들링과 탄탄한 주행 감각 때문에 운전자가 요철을 더 많이 느낄 뿐이다. 나는 혼다의 흔들림 없는 안정성을 선호했다. 하지만 피처 에디터인 크리스천 시바우는 CX-5 특유의 재미를 좋아했다. 그렇다. 크로스오버도 운전이 즐거울 수 있다.
제동 성능은 누구나 중요하게 생각한다. 혼다의 제동 성능은 뛰어나다. 페달 감각은 적당히 단단하고 반응은 즉각적이며 제동력은 페달 조작에 따라 점진적으로 늘어난다. 초반에는 꽉 잡는 느낌이 들지 않지만 제동력이 신속하게 증가해 차체를 확실하게 잡아준다. 마쓰다의 브레이크는 아주 강력하다. 하지만 초반 감각이 무디며 브레이크가 작동하는 느낌이 들 때까지 페달을 깊게 밟아야 한다.
엔진의 성능은 비슷하다. 최고출력과 최대토크가 거의 같다. 하지만 이를 구현하는 방식은 다르다. 마쓰다의 2.5리터 자연흡기 엔진이 혼다의 1.5리터 터보 엔진보다 반응이 훨씬 빠르다. 우리는 꾸준하게 가속하는 혼다보다 속도를 높일수록 출력이 높아지는 마쓰다의 기하급수적인 성향을 더 선호했다.
두 엔진의 특징은 각각의 변속기에 의해 한층 강화된다. 마쓰다의 6단 자동변속기는 부드럽고 신속하게 변속하며, 보다 큰 출력을 위해 아랫단으로의 변속을 머뭇거리는 법이 없다. 사실 꾸준히 페이스를 유지하다가 갑자기 가속을 하려 할 때 다운시프트는 꼭 필요하다.
하지만 이런 특성은 우리에게 혼란을 주었다. 테스트 트랙에서는 덜 호전적이었던 CR-V가 스포티한 CX-5보다 약 1초나 빨리 시속 97킬로미터에 도달했다. 마쓰다가 8.4초 걸린 반면 혼다는 단 7.5초 만에 가속을 끝냈다. 그러나 그 차이는 400미터 주행 테스트에서 0.6초로 좁혀졌다. 저마찰 주행 테스트에서는 두 차 모두 0.81g의 평균 횡가속도를 기록했고 8자 주행 테스트에서는 무게가 약 91킬로그램 가벼운 혼다가 평균 횡가속도 0.60g와 27.9초를 기록하며 마쓰다를 앞섰다. 자세제어 장치가 완전히 꺼지지 않는 마쓰다는 평균 횡가속도 0.58g와 28.5초를 기록했다. 제동 거리 역시 혼다가 마쓰다보다 3미터 짧은 35미터였다.
스페이스 셔틀 혼다 CR-V의 인테리어는 어느 각도에서 봐도 〈스타워즈〉에 등장할 것같이 생겼다. 하지만 실내 공간은 엄청나다.
연비 결과 역시 비슷했다. CR-V의 EPA(미국 환경보호국) 연비는 리터당 11.5, 14, 12.3킬로미터로 마쓰다보다 탁월했다(시내, 고속도로, 복합). 우리가 측정한 실제 연비(Real MPG)는 리터당 9.3, 14.5, 11.1킬로미터로 이보다 조금 낮았다. CX-5는 EPA 평가에서 리터당 9.8, 12.3, 11.1킬로미터의 연비를 받았으나 실제 연비에선 리터당 7.8, 12.7, 9.5킬로미터를 기록해 우리에게 실망을 안겼다.
하지만 크로스오버를 구매하는 사람들은 실용성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특히 실내가 콤팩트한 소형 크로스오버에서는 더욱 그렇다. 크로스오버는 사람과 짐을 옮겨야 한다. 탑승객과 짐의 양이 많을 때도 있다. 겉모습은 CR-V가 조금 더 커 보인다. 하지만 실내 공간 크기 차이는 그보다 훨씬 더 크다. 루프를 완만하게 떨어뜨린 CX-5와는 달리 CR-V는 각진 형태를 고집했다. 덕분에 뒷좌석을 접지 않은 상태에서도 무려 235리터나 더 큰 짐 공간을 제공한다. 트렁크 바닥은 둘 다 낮은 편이다. 평균 신장 남성의 허벅지 중간 정도 높이다.
두 차 모두 뒷좌석 등받이 각도를 조절할 수 있으며 적재함의 레버로 이를 평평하게 접을 수도 있다. CX-5는 등받이가 40:20:40의 비율로 나뉘어 있는 데다 각 부분을 개별적으로 접을 수 있다는 점에서 추가 점수를 받았다. 또한 CX-5는 뒷좌석에 열선(옵션)과 중앙 팔걸이에 2.5암페어 USB 충전 포트를 갖춘다. 혼다의 2.5암페어 USB 충전 포트는 센터콘솔 바닥에 붙어 있어 사용이 불편하다.
하지만 실용성은 혼다가 앞선다. 특히 뒷좌석 공간이 훨씬 더 넓다. 휠베이스가 약 38밀리미터 짧은데도 말이다. 헤드룸, 숄더룸, 레그룸 등 두 차의 공식 수치는 큰 차이가 없지만 2열을 포함한 총 적재 공간은 혼다가 무려 459리터나 더 크다. 키 186센티미터인 시바우는 두 차의 뒷좌석을 타보고 이렇게 말했다. “CR-V는 럭셔리카만큼 넉넉해요. 하지만 CX-5는 조금 빡빡해요. 앞좌석 등받이 뒷면을 파냈지만 무릎을 구부려 올려야 해요.”
독신자 또는 아이가 없는 맞벌이 부부는 이렇게 중얼거릴지도 모른다. “그래서 뭐?” 하지만 아이가 있고 때때로 카시트를 싣는 친구에게 물어보자. 그들은 두 차의 뒷문이 엄청나게 넓게 열린다는 점에도 찬사를 보낼 것이다. 마쓰다는 80도, 혼다는 온전히 90도로 열린다.
앞좌석 분위기도 다르다. 혼다가 우주 전투기 같은 디자인을 선택했다면 마쓰다는 현대적이고 럭셔리한 인테리어를 구축했다. 우리는 회색 일색인 혼다보다 검정과 흰색으로 꾸민 마쓰다가 더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소재도 마쓰다가 더 우아하고 비싸게 느껴진다(하지만 우드 트림은 둘 다 설득력이 없다). “마쓰다 때문에 혼다가 싸구려로 보여요.” 시바우의 말이다. “하지만 혼다에게 큰 타격은 아니에요. 이건 마쓰다가 얼마나 판을 키우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증거일 뿐이죠.”
승차감은 혼다가 더 편안했다. 특히 앞 시트가 몸을 잘 떠받쳤다. 마쓰다의 앞 시트는 뻣뻣하고 허리를 충분히 지지하지 못했다. 하지만 마쓰다는 실내가 도서관처럼 조용하다. 약간의 엔진 소음만이 들려올 뿐이다. 혼다는 타이어 소음이 굉장히 심했다. 불량한 노면에서 이런 증상은 더 심했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단순하고 직관적인 마쓰다가 더 좋았다. 물론 혼다의 개선이 훌륭했다는 건 인정한다. 혼다는 고객의 의견을 듣고 오디오 볼륨 노브를 되살렸고 시스템의 반응성을 높였다. 하지만 인터페이스는 여전히 어수선했다. 마쓰다는 애플 카플레이나 안드로이드 오토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점이 실망스러웠다. CR-V는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수납공간이 많다는 점과 적재적소에 자리한 충전포트 덕분에 추가 점수를 얻었다.
탁월함 조화로운 색상, 고급 소재, 뛰어난 만듦새, 높은 정숙성 등 CX-5의 실내는 럭셔리 크로스오버와 비교할 정도로 완성도가 높다.
두 차는 모두 긴급 제동 시스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차선 유지 시스템 등이 포함된 능동적 안전 보조 장치를 기본으로 갖춘다. CX-5는 정차가 반복되는 상황에서도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을 사용할 수 있어 편리하다. 하지만 사각 경고 시스템이 너무 과도하게 작동하는 편이라 피곤하다. 옆 차선 차가 차 두 대 길이 정도로 뒤에 있을 때조차 격렬하게 울렸다.
긴급 제동 시스템은 두 차 모두 과하게 민감했다. 불필요하게 차를 세우는 경우가 있었다. 이는 마쓰다의 다른 모델에서도 발견된 문제다. CR-V의 시스템 역시 계기반에 ‘브레이크’ 표시를 너무 자주 띄웠다. 하지만 경보음은 아슬아슬한 상황일 때만 울렸다. 차선 유지 시스템의 완성도는 혼다가 더 뛰어났다. 운전자가 차선 중앙을 유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다. 반면 마쓰다는 차선을 넘어간 후에야 비로소 개입을 시작한다.
다음은 숫자 게임이다. 혼다와 마쓰다 모두 기본 보장(긴급출동 서비스 포함)은 3년, 3만6000마일이며 파워트레인 보장은 5년, 6만 마일이다. 시승차 가격 차이는 단 355달러로 혼다가 조금 더 비싸다. 이보다 아래 단계 모델들의 가격 차이도 비슷하다. 이 두 차가 참가했던 작년 ‘빅 테스트’에서 우리의 협력사인 인텔리초이스가 내린 평가에 따르면 혼다의 중고차 가격이 더 높고 유지, 보수, 보험 비용은 더 낮다. 2017년형 CR-V 역시 전방과 측면, 그리고 전체 충돌 평가에서 별 5개 등급을 받았고 미국 도로교통안전국의 전복 평가에서 별 4개 등급을 받았다. 마쓰다는 아직 이 평가를 받지 않았다.
이런 종류의 비교 테스트가 늘 그렇듯 결국 이성과 감성의 싸움으로 귀결됐다. 소비자에게 초점을 맞춘 테스트에서 우리는 보통 이렇게 말한다. “우리라면 운전하기 더 좋은 이 차를 선택할 거예요. 하지만 당신은 전천후 운송수단이라는 이유로 저 차를 사겠죠.” 솔직히 말해, 우리가 돈을 쓰지 않을 차를 추천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자동차 마니아의 우선순위와 크로스오버 차를 구입하는 사람들의 우선순위가 다르다는 점도 알고 있다. 인정한다. 우리는 아웃사이더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런 식으로 말할 필요가 없다. 마쓰다 CX-5는 예쁘고 고급스러우며 운전도 재미있다. 하지만 혼다 CR-V는 너무 훌륭하다. 더 넓은 공간과 더 뛰어난 연비, 그리고 더 저렴한 유지비용까지 도무지 흠잡을 곳이 없다. 게다가 운전 감각도 아주 이상적이다. 예전 같으면 매혹적인 주행 감각을 얻기 위해 마쓰다의 낮은 효율을 감수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자동차에 무관심한 사람은 물론 자동차 마니아들에게도 CR-V를 망설임 없이 추천한다. 근소한 차이의 승리지만 소형 크로스오버를 원한다면 분명 혼다 CR-V에 더 큰 만족을 느끼게 될 것이다.
글_Scott Eva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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