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 왜 초등학생에게 성욕을 느꼈을까

‘정신결정론’이라는 말이 있다. 정신분석을 하는 전문가라면 누구나 받아들이는 기본적인 전제 중 가장 핵심적인 것이 아마 바로 이 정신결정론일 것이다. 심리결정론(psychic determinism)이라고도 표현하는 이것은 “우리가 내리는 어떤 결정도 임의로 내려지는 것은 없다”라는 전제이다.

나도 모르게 하는 생각들이나 행동들도 사실은 그것을 유발한 심리적인 원인과 과정이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어린 시절의 관계가 되었건, 과거의 충격적인 사건이 되었건, 무의식이건, 인지왜곡이건, 우리 머릿속에 떠오르는 어떤 것도 “그냥” 떠오르는 것은 없다. 이성애자인 어떤 여성이 매력적인 남성에게 끌리는 것은 진화 생물학적 원인이 있겠지만, 그 대상이 ‘이 남자’가 아닌 ‘저 남자’인 이유에는 심리적인 원인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모든 결정과 행동은 쌓여온 과거에 빚을 지고 있을 수 밖에 없다.

사진제공_ytn

얼마 전, 경남의 한 초등학생 교사가 초등학생과 수차례의 성관계를 가졌다는 사실이 보도되며 큰 파장을 일으켰다. 32세의 여교사는 교내 체험활동을 통해 알게 된 6학년 남학생에게 ‘사랑한다’는 등의 문자 메세지를 보내고 자신의 반나체 사진을 찍어 전송하는 등 만남을 유도했고, 두달 간 자신의 자동차, 교실 등 장소에서 수차례의 성관계를 가졌다. 이는 피해 남학생의 휴대전화를 본 부모가 경찰에 신고하면서 드러났다. 현재 해당 교사는 즉각 직위해제 된 상태이다.

성인 여성이 남성 아동을 상대로 한 성범죄가 드문 탓에 뉴스는 일파만파 퍼져나갔다. 교사가 학생을 유혹하고 성추행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격적이었지만, 경찰조사에 응한 여교사의 진술이 사람들의 분노와 황당함을 더욱 부추겼다. “남학생이 너무 잘생겨서 나도 모르게 충동을 느꼈다“라고 이야기한 것이다.

성인으로서, 교사로서 그런 충동을 참지 못하고 행동화한 사실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비난 받을만한 행동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그보다, 6학년이라고는 하지만 초등학교 남학생이라면 아직 신체 발육이 시작된지도 얼마 되지 않은 아동일텐데, 이성적인 매력과 충동을 느꼈다는 사실 자체가 대중들로 하여금 이 사건에 더욱 공감하기 어렵게 만들었던 것 같다. 대체 왜 어린 아이에게 음란한 사진을 보내고 유혹을 하게 되었을까. 아니 도대체 어떻게 그런 성욕을 느낄 수 있었을까. 어쩌면 대부분 사람들의 머리 속에 자동적으로 떠오르는 이런 이질적인 비공감과 본능적으로 느껴지는 혐오감이 소아 성애에 대한 분노에 더욱 불을 당기는 것일지 모른다.

사진 제공_ytn

인간행동의 모든 면면들을 정신결정론이라는 짙은 창문을 통해서 바라보곤 하는 정신분석의 세계에서는, 소아성애 역시 그 분석의 대상에서 비켜날 수 없다. 소아에게 성적 충동을 느끼게 되는 무의식적인 과정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개개인마다 그러한 경향을 갖게 된 원인과 과정은 천차만별일 수 있으므로 이번과 같은 하나의 케이스에 어떤 이론들을 적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결코 아니다. 그러나 정신분석가들이 파헤친 소아성애의 숨겨진 면면들을 살펴보는 것은, 무척이나 공감하기 어려운 왜곡된 충동을 좀 더 깊이 이해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을 수 있다.

정신역동적으로 보았을 때, 이러한 욕구가 일종의 전치(displacement)라는 주장이 있다. 전치는 방어기제의 일종으로 분노나, 성욕 같이 표현하기 어려워서 억압되었던 감정이, 전혀 다른 안전한 대상에게 드러나는 형태의 행동을 일컫는다. 쉽게 말해 뺨은 종로에서 맞았는데, 종로가 무서우니 한강에 가서 화풀이를 한다는 이야기이다. 몇몇 분석가들은 소아성애 역시 억압된 감정이 소아에게로 전치된 상황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아동은 신체적으로 약하고 정신적으로도 미성숙하기 때문에 지배하고 통제하기가 상대적으로 쉬울 수 있다. 따라서 아동은 억압된 성욕과 충동을 전치시키기에 꽤나 안전한 대상일 수 있다. 나를 거부하거나 공격할 수 없고, 나를 따르게 조종할 수도 있는 대상이기 때문이다. 정상적인 인간관계에서 반복적으로 느껴왔던 거절감과 성적 무능감, 분노의 좌절등을 통해 외면되었던 자기효능감은 아동을 대상으로 되살아날 길을 찾는다. 아동을 자신이 마음대로 조종하고 지배하는 행동 속에서, 정상적인 인간관계에서 억압되었던 욕망의 전치가 안전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다. 전치된 그 욕망은 실제로 사회에서 좌절된 성욕일 수도 있고, 억눌려진 분노가 성애화된(erotized) 결과일 수도 있다. 어떤 것이든 자신의 무능감에 대한 병적 극복의 일환으로 소아에 대한 성적 지배를 꿈꾸게 된다는 것이다.

또는 사랑의 대상으로 어린이를 선택하는 것이 자기애적 행동이라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다. 자기애적으로 성격이 조직된 사람들은 사랑을 할 때에도 상대방과 진정성 있는 애정관계를 맺기보다는, 자신이 사랑 받고 있다는 근거로서 상대방을 필요로 한다. 사랑하는 사람이라기보다는, 내가 사랑받고 있음을 증명하는 외적 존재, Love Object가 필요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정상적인 사회생활에서 자기대상(self object)와 사랑대상(Love object)를 찾는 데에 실패한 자기애적 인격의 사람들은 드물게 그 무의식적 대상으로 아동을 선택하기도 한다. 자신의 무능함을 가리워줄 수 있는, 아직 어리고 약한 아동을 사랑함으로써, 자기애적 존재감을 되찾는 것이다.

어떤 형태이건 소아성애의 행동에 대한 정신역동적 설명이 핵심적으로 포함하는 내용은 바로 약자를 대상으로 한 역동이라는 것이다. 나보다 약한 존재를 통해 자신의 힘을 확인하고자 하는 경향성의 설명들이다.

사진_픽셀

WHO 보고에 따르면, 성인 성폭력과 다른 아동 성폭력의 특성은 신체적 강압/폭력이 매우 드물게 사용되며, 가해자는 아동의 신뢰를 이용하여 성폭력을 숨기려고 노력한다는 점에 있다고 한다. 강압적으로 성관계를 맺으려고 하기보다는 아동을 조종하고 유혹하여 원하는 반응을 이끌어내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특성이 있다 보니 소아성애자들은 일반적으로 자신들의 행동을 정당화하거나 최소화하기 위해 상대 아동도 함께 그 경험을 즐겼다고 이야기하거나 나름의 교육적 목적이 있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사실 소아성애자에게 소아는 조종과 유혹하기에 쉬운 대상일 뿐이다.

이번 경남 초등학교 교사의 사건은 WHO에서 정의하듯 “사회의 법과 금기를 해치는, 아동이 관여한 성적 활동”으로서 소아성범죄에 해당할 수 밖에 없다. 여성 성인과 남성 학생이고 서로 합의하에 진행되었다 하더라도 말이다. 물론 남성 피해자이므로 가해자가 신체적 힘의 우위를 가지진 않았을 수 있다. 그러나 교사와 학생, 어른과 아이라는 수직적 관계 등에서의 지위를 악용하여 약자를 상대로 스스로의 욕망을 채운 것임을 부인할 수 없다.

실제로 2011년 대검찰청이 발표한 범죄분석에 따르면 13세 이상 아동 성폭력 범죄 피해자가 1만 7599명, 13세 미만이 1175명으로 그중 남아가 7.8%였다. 상대적으로 여성 성인에 의한 범죄가 적긴 하지만, 남자 아동의 피해를 방심하기엔 적지 않은 수가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아직 체계적인 통계가 잡히지 않고 있고 더구나 성학대의 경우 신고율이 저조한 점을 감안하면 실제로는 성학대가 훨씬 더 심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에서 조사한 연구에 따르면 소아 성애자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6%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소아성애는 정신과진단 체계인 DSM에서는 성도착장애(Paraphilic disorder)에 해당한다. 그러나 개인의 도착적 성욕이 타인에게, 그것도 자신보다 약할 수 밖에 없는 소아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는 방식으로 표출된다면, 그것은 의학적 도움 보다는 법적 제제가 우선시 되어야할 사항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사회적 약자를 이용하지 않고서는 자기 존재감을 찾을 수 없게 된 슬픈 영혼들이 점차 늘어가고 있는 요즈음의 뉴스들이 못내 안타까운 것만은 사실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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