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유길상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정신건강의학과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이 많이 줄어들어 예전보다 많은 사람들이 정신건강의학과의 진료를 받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환자들이 정신건강의학과의 진료실 문을 열기까지 많은 고민을 한다. 설령 의사를 만나 진료를 받고 약을 처방 받아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약을 먹어야 할지 고민한다. 왜 많은 사람들은 정신건강의학과 약 복용을 두려워하고 꺼려하는 걸까?
정신과 약을 먹는 것은 감기약 혹은 혈압약을 먹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문제다. 많은 정신과 약물은 뇌의 신경전달물질(neurotransmitter)에 영향을 끼쳐 정신 질환을 치료한다. 환자들은 정신과 약을 복용하며 자기 조절력, 통제력을 잃었다는 생각에 자신감과 자기애의 손상 (narcissistic injury)을 경험한다. 그래서 진료를 본 후 약을 처방 받았음에도 본인의 질병을 부정하며 복약을 거부하기도 한다.
정신과 약 먹기를 주저하는 또 다른 이유는 약을 평생 먹어야 할지도 모른다는 부담감이다. 정신과 약을 먹으면 중독이 되어 죽을 때까지 먹어야 한다는 편견이 있어서 복용을 망설이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정신과 약은 다른 약들과는 달리 많은 부작용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복약을 꺼린다.
2013년에 개봉된 영화, 사이드 이펙트(Side Effects)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정신과 약의 부작용에 관한 내용이다. 에밀리는 남편이 감옥에 가게 된 후 우울증이 한층 심화되어 정신과 병동에 입원한다. 그리고 병원에서 유능한 정신과 의사인 뱅크스를 만난다. 에밀리는 여러 항우울제 약을 처방 받아 복용 했지만 증상에는 큰 호전이 없다.
하지만 에밀리는 신약 복용 후 몽유병 상태에서 남편을 끔찍하게 살해한다. 그녀는 당황하게 되지만 이내 침착해져 자신의 무죄를 변호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언론을 교묘하게 이용하여 자신에게 신약을 처방한 주치의인 뱅크스에게 살인의 책임을 돌린다. 이후 뱅크스는 제약회사에서 자문을 맡고 있는 프로젝트에서 제외되고 병원에서도 직장을 그만두라는 압력을 받게 되어 결국 직장을 떠난다. 약의 부작용 때문에 신약을 제조한 제약회사의 주가는 폭락하고 경쟁 제약회사의 주가는 폭등한다.
뱅크스는 사건을 재구성하기 위해 에밀리에게 아미탈 인터뷰(amytal interview)를 시도한다. 뱅크스는 거짓 약물(placebo)을 주입하였음에도 에밀리가 몽유병 증상을 보이자 자신을 둘러싸고 거대한 음모가 꾸며져 있음을 직감한다. 뱅크스는 동성애 연인 관계인 에밀리와 시버트가 주가를 조작하여 큰돈을 벌기 위해 자신을 희생양으로 삼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한마디로 신약의 몽유병 부작용은 거짓이었다.
모든 약에는 부작용이 있다. 우리가 가장 안전하다고 생각하여 일상적으로 먹는 비타민제조차도 부작용이 있다. 당연히 정신과 약에도 부작용이 있다. 그러면 정신과 약에는 어떤 부작용이 있을까? 가장 많이 복용하는 정신과 약은 수면제와 항우울제다. 수면제는 낮 시간의 주간 졸림과 인지기능 저하, 섬망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항우울제의 부작용으로는 구역감, 두통, 불안의 증가, 성욕 감소 등이 있다.
부작용이 나타나면 바로 약을 끊어야 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이러한 부작용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사라질 수 있다. 만약 부작용이 지속된다면 약의 농도를 낮추거나 다른 계열의 약으로 변경하여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정신과 약의 부작용은 충분히 조절 가능하기 때문에 복약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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