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영화] ‘서칭 포 슈가맨’, 음악 기적 같은 이야기

영화 ‘서칭 포 슈가맨’

감독: 말릭 벤젤룰
장르: 다큐멘터리
상영시간: 1시간 26분
개봉: 2012년 10월 11일
관람등급: 전체 관람가


판씨네마(주) 제공

음악은 시대와 국경을 뛰어넘어 사람들을 매료시킨다. 가까운 예로 매년 봄마다 들려오는 ‘벚꽃 엔딩’(올해는 열풍이 가라앉은 대신 그에 관한 영화가 개봉했다)이 그렇고, 다른 가수들이 끊임없이 리메이크하는 김광석의 음악은 강산이 몇 번씩 바뀌어도 여전한 사랑을 받는다. 비단 우리나라 가수가 아니더라도, 전설적인 밴드 ‘비틀즈’를 비롯한 록스타, 팝스타들은 물론이거니와, 몇 세기를 거슬러 올라가야 만날 수 있는 베토벤, 모차르트 등 천재적인 클래식 음악가들은 또 어떤가.

특히나 요즘엔 TV를 켜면 어느 채널이든 쉽게 음악 프로그램을 찾을 수 있다. 공중파 3사는 저마다 가요 프로그램과 오디션 프로그램 타이틀을 하나씩 가지고 있(었)다. 또한 공중파, 케이블, 종편을 불문하고, 발라드, 힙합, 락 등 장르에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포맷으로 만든 음악 프로그램들이 인기를 끌었다. 그 중 한 시대를 풍미했다가 사라진 가수, 일명 ‘슈가맨’을 찾아 소개한 JTBC ‘투유 프로젝트 - 슈가맨’이 있다. 이 프로그램에 모티브가 되었던 한 편의 영화가 있었으니, 바로 다큐멘터리 영화 ‘서칭 포 슈가맨’이다.

(*아래에는 ‘서칭 포 슈가맨’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 베일에 싸인 ‘슈가맨’ 로드리게즈를 찾아서
 


판씨네마(주) 제공

1968년 미국 디트로이트. ‘하수구(The SEWER)’라는 이름의 라이브 클럽에서 객석을 등지고 노래를 부르던 싱어송라이터가 있었다. 그의 이름은 로드리게즈. 진짜배기 뮤지션을 찾아 헤매던 음반 제작자들의 귀에 그의 노래가 들렸고, 곧 앨범 제작에 들어갔다. 음반 제작자들은 당시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던 가수 ‘밥 딜런’의 노래만큼이나 멋진 가사를 썼다며 로드리게즈를 추켜세웠고, 많은 이들이 그의 성공을 예견했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로드리게즈이 발매한 두 장의 앨범은 거의 팔리지 않았고, 로드리게즈는 더 이상 가수 활동을 이어나가지 못했다.

몇 년이 지나고, 뜬금없이 멀리 떨어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수도 케이프타운에서 로드리게즈의 노래가 울려 퍼졌다. 우연히 남아공으로 흘러든 로드리게즈의 첫 앨범 ‘콜드 팩트(Cold Fact)’가 남아공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 ‘I Wonder’, ‘Sugar Man’, ‘…Establishment Blues’ 등 파격적이고 또한 반체제적 가사를 담은 로드리게즈의 노래는 당시 체제의 억압과 검열로 신음하던 다수의 국민들, 특히 음악으로 혁명과 자유를 꿈꾼 젊은 아티스트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정작 앨범을 낸 미국에서는 그의 이름도, 노래도 몰랐지만, 먼 타국 남아공에서는 그의 앨범이 50만장 넘게 팔리는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다.

그리고 노래만 들었지, 어떤 사람인지 전혀 알 수 없었던 미스터리한 인물 로드리게즈를 둘러싼 무성한 소문이 함께 퍼졌다. 로드리게즈가 공연 중 권총자살로 생을 마감했다거나, 노래를 부르다 불에 타 죽었다는 식이었다. 남아공에서만큼은 ‘비틀즈’, ‘사이먼 앤 가펑클’과 어깨를 나란히 하던 전설의 가수 로드리게즈의 행적을 찾기 위해 그의 음악을 사랑한 ‘덕후’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 ‘American zero, South African hero’


판씨네마(주) 제공

다큐멘터리면서도 미스터리의 구조를 그대로 차용한 영화의 전반부는, 로드리게즈를 추앙하던 남아공의 팬과 음악평론가의 시선을 쫓는다. 그들은 소문대로 로드리게즈가 죽었다는 가정 하에 ‘그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이 노래 가사는 어떻게 썼을까’하는 가장 기본적인 궁금증이라도 해소해보고자 그에 대한 정보를 추적하기 시작한다. 아직 인터넷이 발달하기 전의 일이어서 이들의 모험은 쉽지만은 않았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기적의 주인공 로드리게즈는 살아있다. 마치 그동안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실제로 로드리게즈는 남아공의 팬이 처음으로 연락한 1997년까지 남아공에서 벌어진 일은 아무것도 모르고 지냈다. 남아공에서 판매된 로드리게즈의 음반은 대부분 불법 복제물이거나, 정식 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음반들이어서 앨범의 수익금은 가수인 로드리게즈에게 당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판씨네마(주) 제공

하지만 그러면 또 어떠랴. 로드리게즈는 수많은 팬들이 기다리고 있는 남아공에 초청받았고, 매체 인터뷰를 하고 열광적인 관객들 앞에서 공연을 펼쳤다. 비교가 될 진 모르겠지만, 일주일 전 처음으로 내한한 콜드플레이(Coldplay)를 맞이하러 총출동한 한국 팬들처럼, 로드리게즈의 팬들은 버선발로 달려 나와 공연 전회 매진으로 화답했다. 당시 외신 뉴스 기사의 제목처럼, 로드리게즈는 미국에서 아무것도 받지 못했지만 공연장을 가득 채운 남아공 팬들에게는 영웅 대접을 받았다(‘American zero, South African hero’).

# 거리의 예술가
 


판씨네마(주) 제공

로드리게즈는 아직까지 40년째 거주하고 있는 디트로이트의 허름한 집에서 평소와 다름없이 지내고 있다. 남아공에서 추앙 받는 가수로 불리는 동안, 미국에서 짧은 가수 생활을 접은 로드리게즈는 “건물 철거나 수리, 복구 같은 단순 노동”을 하며 살았다. 결혼을 하고 딸 세 명을 낳아 키우고 있었다고 한다. 한때 디트로이트 시장 출마에 나서기도 했다. 그가 유명하거나 부유해서가 아니라, 자신과 같은 노동자들을 대변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로드리게즈는 낙선했다.

이 영화를 본 김혜리 평론가는 “인물의 마력이 감독의 구상 위로 범람한 다큐멘터리”라고 평가하기도 했는데, 영화를 보면 그 말에 충분히 공감이 간다. 몇 번을 다시 살아도 한 번 겪을까 말까 한 기적을 겪은 장본인이라고 하기엔 로드리게즈는 너무나 평온한 삶을 산다. 딸 셋을 독립시킨 뒤, 본인은 여전히 같은 집에 살고 비슷한 일을 하며 검소한 삶을 산다. 진작 남아공에 가지 못한 걸 아쉬워하지도, 그렇다고 뒤늦게 알게 된 의외의 성공에 도취하지도 않는다. 영화 내내 흘러나오는 그의 솔직한 노래들은 40년이 지난 지금도 그의 삶을 여전히 대변하는 듯 보인다. 가사와 장면을 절묘하게 매치시킨 영화의 편집 덕분이기도 하다.

그의 삶을 대변하는 건 직접 쓴 노래 가사뿐만이 아니다. 로드리게즈의 세 딸과 음반 제작자, 건설 현장의 동료 작업자, 벽돌공에 이르기까지 로드리게즈에 대해 인터뷰를 하는 이들은 그가 살아온 삶의 궤적과 철학을 상상할 수 있게 만든다. 그 중 동료 작업자는 그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로드리게즈는 진정한 시인이나 예술가만이 지닌 신비한 힘으로 주변에 널린 흔하고 평범한 것, 속되고 비루한 것들을 탈바꿈 시켰다. 그 많던 고통과 고뇌, 혼란과 아픔을 아름다운 것으로 승화시켰다”고.

# 알 수 없는 인생


판씨네마(주) 제공

이 영화가 전 세계에 소개된 후, 로드리게즈의 음반은 리마스터링(Remastering) 버전으로 재발매되었다. 로드리게즈는 남아공을 4번 방문해 30번 넘는 공연을 펼쳤다. 남아공 투어를 함께했던 큰 딸 에바는 당시 공연을 경호하던 남아공의 경호원과 결혼했고 아이도 낳았다.

이 영화 ‘서칭 포 슈가맨’은 미국과 영국의 아카데미 시상식, 그리고 선댄스영화제를 비롯한 각종 영화제에서 다큐멘터리 상을 여러 차례 수상한다. 한국에서도 소소한 흥행을 거두었고, 몇 년 후 등장한 음악 예능 프로그램 ‘투유 프로젝트 - 슈가맨’의 모티브가 된다.

첫 장편 다큐멘터리인 ‘서칭 포 슈가맨’을 연출하고 편집해 영화계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말릭 벤젤룰 감독은 2014년 우울증으로 자살했다. TV 다큐멘터리 제작을 그만두고, 아프리카로 떠나 이 기적 같은 이야기를 발굴해냈던 감독은 결국 이 영화를 유작으로 남겼다. 인생은 한 치 앞도 예상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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