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흙에서 나온 은, 알루미늄


찰흙에서 나온 은, 알루미늄

현대 공업 문명 시대와 이르러, 인류는 매우 많은 종류의 금속들을 생활에서 이용하고 있다. 금, 은 등의 귀금속으로부터, 구리, 철, 주석 등등 많은 금속들이 일상생활의 여러 방면에서 이용되고 있고 이들을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 듯 싶다.그 중에서도 알루미늄은 주전자, 식기 등의 일상 가정용품으로부터 비행기의 몸체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이용되고 있고, 갈수록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음료용 캔으로 알루미늄이 사용된 지도 오래되었고, 해외 일부 지역에서는 전력용 케이블로도 구리와 함께 알루미늄이 사용되어 왔는데, 최근 뉴스에 의하면 우리나라에서도 알루미늄 도체 케이블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한다.

앞으로는 알루미늄으로 만든 자동차도 나올 것으로 전망되는 등 알루미늄은 ‘철’이나 ‘구리’의 강력한 경쟁 상대로 부상하고 있다.

알루미늄 주괴. ⓒ Free Photo

그러나 알루미늄을 인류가 본격적으로 이용하기 시작한 것은 19세기 이후로 다른 금속들에 비한다면 극히 최근의 일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구리와 철은 청동기 시대, 철기 시대의 개막과 함께 대량으로 제련되어 사용되었으니 수천 년 이상의 역사를 지니는 셈이다.

알루미늄 사용의 역사가 짧은 것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알루미늄의 양이 적어서 그런 것도 결코 아니다. 도리어 알루미늄(Al)은 지각을 구성하는 8대 주요 원소들 중 산소(O), 규소(Si)에 이어서 세 번째로 많은 원소로서, 알루미늄의 전체 매장량은 철광석의 1.6배 정도로 추정된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루미늄이 오랫동안 베일에 싸인 채 인간의 이용이 미치지 못한 이유로는, 알루미늄의 독특한 화학적 성질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알루미늄과 산소의 화합물인 알루미나(Al2O3)는 찰흙 속에서 발견되었으나, 많은 화학자들이 그 정체를 밝혀내는데에 실패하였다. 알루미늄은 철, 아연 보다 화학적으로 이온화 경향이 크고, 다른 원소와의 결합력이 매우 강해서, 이것을 독립된 원소로 분리해 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요소의 합성으로 최초로 인공유기물을 만드는데 성공한 바 있는 독일의 화학자 뵐러(Friedrich Wohler; 1800-1882)가 1827년에 염화알루미늄을 칼륨과 반응시켜 알루미늄을 추출해 내었다. 그는 알루미늄의 비중이 철의 1/3정도로 매우 가볍다는 것을 알았고, 다른 물리적, 화학적 성질들도 밝혀 내었다.

뒤를 이어 프랑스의 드빌(Henri-Etienne Sainte-Claire Deville; 1818-1881)은 찰흙에서 추출한 염화알루미늄에 나트륨을 작용시켜서 알루미늄을 만드는 방법을 개발하였고, 이것으로 알루미늄으로 된 숟가락, 포크 등을 제작하여 1855년 파리의 세계 박람회에 출품하였다.

드빌은 자신의 알루미늄 제품들을 ‘찰흙에서 나온 은’이라고 지칭하였고, 당시 프랑스왕이었던 나폴레옹3세는 거기에 큰 관심을 보였다. 가벼운 금속인 알루미늄으로 군대에서 쓰이는 갑옷이나 투구 등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그러나 드빌의 알루미늄 제조방법은 값비싼 나트륨을 많이 필요로 하였기 때문에, 알루미늄은 은보다 훨씬 비싼 귀금속으로서 귀족이나 부자들의 보물로서 이용되었을 뿐, 실용적으로 널리 쓰일 수는 없었다.

미국의 화학기술자 홀(Charles Martin Hall; 1863-1914)은 오하이오 톰프슨 출생으로서, 오벌린(Oberlin) 대학에서 공부할 때 독일유학에서 돌아온 어느 교수의 화학강의를 듣게 되었다. 그 교수는 알루미늄이라는 새로운 금속을 학생들에게 선보였고, 당시에는 알루미늄의 가격이 너무 비쌌기 때문에, 알루미늄을 저렴하게 만들 수 있다면 실용적으로 널리 쓰일 수 있을 것이라고 얘기하였다.그후 홀은 알루미늄의 새로운 제련법에 도전해 보기로 마음을 굳히고, 밤낮으로 연구에 열중하였다. 그러나 역시 알루미늄을 값싸게 제련하기는 쉽지가 않았다. 찰흙에서 나는 보크사이트는 불순물이 포함된 산화알루미늄인데, 철의 경우에는 산화철에 코크스를 섞어서 함께 가열하면 산소가 분리되고 철을 얻을 수 있지만, 알루미나, 즉 산화알루미늄은 산소와의 결합이 훨씬 강해서 이런 방법으로는 알루미늄이 분리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전기분해법이라는 다른 방법을 쓸 수밖에 없었는데, 보크사이트는 다른 물질에 잘 녹지 않았기 때문에 이 방법 역시 제대로 되지 않았다. 홀은 고심하던 끝에 빙정석(Na3AlF6)이라는 흰 색깔의 광물을 가열하여 용융상태로 만든 후 보크사이트를 넣어 보았더니 아주 잘 녹았고, 그 상태에서 전기분해를 해 보았더니 드디어 알루미늄이 추출되었다.

알루미늄의 전기분해법에 관한 홀의 특허. ⓒ Free Photo

대학을 졸업한 지 1년 후인 1886년, 22세의 젊은 나이에 홀은 직접전기분해법이라는 새로운 알루미늄 제련법을 발견해낸 것이었다. 홀은 훨씬 값싸게 알루미늄을 얻을 수 있게 되자 자본주와 함께 회사를 차리고, 부사장으로 일하면서 많은 돈을 벌어들이게 되었는데, 그만 51세에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그의 재산은 모교인 오벌린대학에 기증되었고, 홀의 업적을 기리는 의미에서 오벌린대학에는 알루미늄으로 된 그의 동상이 세워졌다고 한다.

그런데 홀이 새로운 알루미늄 제련법을 발견한 해인 1886년에 프랑스에서는 에루(Paul Louis T. Heroult; 1863-1914)라는 야금학자가 홀과 똑같은 방법인 용융빙정석을 이용한 전기분해법으로 알루미늄을 만드는 방법을 개발하여 프랑스 특허를 취득하였다. 물론 홀과는 아무런 사전 관계가 없었는데, 기존의 알루미늄 제법보다 훨씬 경제적인 이 방법은 두 사람의 이름을 따서 ‘홀-에루법’이라고 불리게 되었다.

인류가 본격적으로 이용하기 시작한 역사는 가장 짧은 편에 속하는 알루미늄이, 미래에는 가장 중요한 금속의 하나로서 쓰일 가능성이 크다고 여겨진다.

홀과 같은 방식의 알루미늄 제련법을 같은 시기에 발명한 에루. ⓒ Free Ph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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