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아빠의 뇌는 어떻게 다를까
그런데 지금은 맞벌이 영향도 있지만 자녀를 돌보는데 열심인 아버지들도 많다. 그럼에도 엄마가 자녀의 양육에 몸과 마음을 더 쓰는 게 일반적인 현상이고 과학자들은 이를 ‘모성의 뇌과학’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즉 임신과 출산 과정에서 옥시토신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돼 엄마와 아기의 유대가 강화되고 양육과정에서도 이어진다는 것이다.
동물의 세계를 봐도 새끼를 보살피는 행동은 주로 어미의 몫이다. 특히 포유류의 경우 많은 종에서 아비는 그저 씨만 뿌리고 가는 존재일 뿐이다. 그럼에도 몇몇 동물들은 아비의 양육 참여도가 어미 못지않은데 이런 종의 공통점은 일부일처제라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사람도 이 패턴을 벗어나지 않는다.
흥미로운 사실은 서로 매우 가까운 종 사이에서도 암수의 생활 패턴이 크게 다르고 따라서 수컷이 양육에 참여하는 정도도 큰 차이가 난다. 예를 들어 북미에 사는 흰발생쥐속(屬)의 일곱 종을 보면 종분화 과정에서 일부일처제가 두 번 나타나 세 종이 일부일처제이고 네 종이 여러 상대와 짝짓기를 한다. 이 가운데 흰발생쥐(Peromyscus maniculatus)와 올드필드흰발생쥐(P. polionotus)는 서로 매우 가까운 종으로 교배시키면 생식력이 있는 새끼가 나올 정도다(그럼에도 아종(亞種)이 아니라 별개의 종으로 보고 있다).
시상하부에서 바소프레신 발현 차이 커
미국 하버드대의 연구자들은 계통분류학적으로 가까운 흰발생쥐속 두 종이 아비의 양육 행동에서 큰 차이를 보이는 이유를 유전자 차원에서 규명한 연구결과를 학술지 ‘네이처’ 4월 27일자에 발표했다.
연구자들은 흰발생쥐 암컷과 올드필드흰발생쥐 수컷을 교배해 새끼를 얻은 뒤(F1) 이 새끼들을 교배해 또 새끼를 얻었다(F2). F2 개체의 게놈에서는 재조합이 일어나 한 염색체에 흰발생쥐의 염색체 조각과 올드필드흰발생쥐의 염색체 조각이 모자이크처럼 배열돼 있다. 따라서 F2 수컷들의 양육 행동과 차이와 게놈의 구조 차이를 비교분석하면 양육 행동에 영향을 주는 유전자를 찾을 수 있다.
연구자들은 양육 행동을 집짓기, 새끼 핥기, 새끼 숨기기, 새끼 옮기기 등 유형별로 나눠 염색체에서 각각의 행동에 영향을 주는 위치를 찾았다.
그 결과 다른 양육 행동들은 서로 연관돼 있었지만 유독 집짓기 행동은 4번 염색체에 있는 특정 위치만이 관여했다. 집짓기는 장차 새끼가 태어나 자랄 공간을 마련하는 일로 얼마나 잘 짓느냐에 따라 생존율이 영향을 받는다. 올드필드흰발생쥐의 경우 수컷도 열성적으로 참여해 아늑한 집을 짓지만 흰발생쥐는 거의 암컷 혼자서 엉성한 집을 짓는다.
분석결과 4번 염색체에서 바소프레신이라는 호르몬을 만드는 유전자의 발현 정도가 아비의 집짓기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자들은 뇌에서 양육 행동에 관여한다고 알려져 있는 부위인 시상하부에서 바소프레신 양을 분석한 결과 새끼를 방치하는 흰발생쥐가 2.8배나 더 높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시상하부의 바소프레신 농도가 높을수록 아비의 집짓기 참여도가 떨어진다는 말이다. 실제 올드필드흰발생쥐의 시상하부에 바소프레신을 주입할 경우 흰발생쥐처럼 행동했다.
그런데 짝짓기를 할 경우 생식력이 있는 새끼를 낳을 정도로 가까운 두 종이 왜 이처럼 양육 행동에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일까.
실제 올드필드흰발생쥐도 사막에 띄엄띄엄 살고 있고 흰발생쥐는 넓은 지역에 고밀도로 분포하고 있다.
문득 사람의 일부일처제 기원이 궁금해진다. 사람보다 서식 밀도가 높지 않은 침팬지와 보노보, 고릴라는 일부일처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하버드의 영장류학자 리처드 랭엄은 수렵채취인이었던 구석기시대 사람들(아마도 호모 에렉투스)이 불을 다룰 수 있게 되면서 요리를 발명했고 그 결과 가정이라는 생활단위, 즉 일부일처제가 성립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부일처제인 동물 가운데 사람 남성이 배우자와 자녀에게 상대적으로 덜 충실해 보이는 건 이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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