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악수 과학

트럼프를 통해 살펴본 악수의 과학

지난달 25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벨기에 수도 브뤼셀에서 처음 만났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전 미국 대사관에서 잠시 인사를 나누는 자리였다. 두 사람은 만나자마자 악수를 나누었다.

그런데 악수하는 상황이 좀 묘했다. 마크롱이 트럼프의 손가락 관절이 하얗게 변할 만큼 손을 세게 움켜잡았던 것. 트럼프가 주춤거리며 손을 빼려 했으나 마크롱은 놔주지 않았고, 두 정상은 다시 몇 초간 서로 눈을 마주보며 악수를 이어갔다.

문화가 다르듯 세계 각 지역의 인사법도 매우 다양하다. 유럽에서는 포옹과 볼 키스를 하며, 인도와 태국에서는 두 손을 공손히 모으는 합장을 한다. 마오리족은 서로 코를 비비고, 에스키모는 가볍게 서로의 뺨을 치는 것이 인사다. 티베트처럼 좀 황당한 인사법을 나누는 곳도 있다. 이곳에서는 귀를 잡아당기며 혓바닥을 내미는 것이 반갑다는 표시다.

악수의 기원은 무기를 지니고 있지 않음을 확인하는 행위가 반가움을 표시하는 인사법이 됐다는 설이 유력하다. ⓒ Pixabay Public Domain

그러나 악수는 국경과 문화를 초월해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보편적인 인사법이다. 인류학자들은 악수의 기원에 대해 손에 무기를 지니고 있지 않음을 상대방에게 보여주기 위한 행위에서 유래했다는 설에 무게를 싣고 있다.

지금도 아프리카 부족 중에는 모르는 사람을 우연히 만날 경우 손바닥을 활짝 펴서 인사를 나눈다고 한다. 이처럼 안전을 확인하는 행위가 차츰 반가움과 대등한 존중을 표시하는 인사법이 돼 전 세계에 퍼지게 됐다는 것이다.

로봇과 악수해도 거래 성사 높아져

악수가 이처럼 보편적 인사법이 된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숨어 있지 않을까. 이스라엘 바이츠만 과학연구소에서는 생물학적 관점에서 그 이유를 찾기 위해 실험을 실시한 적이 있다. 280명의 실험대상자를 두 그룹으로 나눈 후 한 그룹은 상대를 만날 때 악수를 시키고, 다른 그룹은 상대를 만나도 악수를 하지 못하게 한 뒤 몰래 그들의 행동을 비교분석한 것.

그 결과 악수가 가능했던 그룹은 악수를 한 손으로 자신의 코를 만지는 행동을 22%나 더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이한 것은 그 같은 행동이 동성끼리 악수할 때 2배나 더 높게 나타났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악수 후 손을 코로 가져가는 것은 상대방의 냄새를 맡기 위한 무의식적인 행위라고 설명했다. 즉, 악수는 상대방의 정보를 파악하기 위해 발달한 인사법이라는 주장이다.

이와 비슷한 사례로 악수를 하면서 피의자의 감정 변화를 읽는 수사법이 행해진 적도 있다. 심문을 시작하면서 피의자와 악수를 나눈 후 핵심적인 조사 대목에 이를 때마다 악수를 하는 심문악수법이 바로 그것. 범인일 경우 처음엔 건조했던 손바닥이 심문이 계속되면서 차츰 땀이 배어나오게 될 확률이 높다고 한다. 악수로써 땀샘의 흥분 정도를 파악해 상대의 미묘한 감정 변화를 읽어내는 수사기법인 셈이다.

악수를 통해 심장마비나 뇌졸중 등의 심혈관계질환 발병 위험도를 파악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캐나다 맥마스터대학 연구진은 17개국의 성인 14만 명을 대상으로 4년 동안 악력을 평가했다.

그 결과 악력이 5㎏ 감소할 때 심혈관계질환 등으로 사망할 가능성이 17%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악력이 심혈관계질환의 강한 예측 인자라고 밝히며, 악수를 하는 것만으로도 조기 사망 위험을 어느 정도 평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악수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무엇보다 상대에 대한 신뢰와 유대감의 형성에 있다. 때문에 정치인들은 선거 때마다 손이 퉁퉁 부을 정도로 악수를 하곤 한다. 그런데 악수하는 상대가 로봇일 경우에도 사람들은 유대감을 형성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영국 배스대학 연구진은 ‘나오(NAO)’라는 로봇에게 사람들이 악수할 때 발생하는 작은 흔들림까지 그대로 재연할 수 있게 악수 훈련을 시켰다. 그 후 나오를 부동산매매거래에 투입해 실험참가자들과 가상 매매 상담을 하면서 악수를 시킨 것. 그 결과 실험참가자들은 로봇에게서도 마치 실제 사람과 거래를 하는 듯한 신뢰를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행적인 ‘악수 정치’ 펼치는 트럼프

그런데 악수에도 각 지역마다의 예법이 있다. 일본에서는 악수할 때 상대의 눈을 똑바로 마주보면 안 되고, 중동 지역에서는 힘을 세게 하여 악수하면 결례다. 반면 미국에서는 힘없이 가볍게 하는 악수를 오히려 좋지 않게 여긴다. 같은 유럽이라도 프랑스에서는 남성과 여성이 초면에 악수를 나누는 반면, 영국에서는 초면인 남성과 여성이 악수를 하지 않는 게 예의다.

마크롱이 트럼프에게 좀 무례한 악수를 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트럼프의 공격적인 악수 기행을 익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평소 공격적인 악수를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있는 힘껏 손을 쥔 채 상대방을 자기 쪽으로 확 끌어당기는 악수를 하는 것. 상대방을 제압하는 이 같은 악수법은 상대방에 대한 기선 제압과 자신의 우월함을 과시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트럼프는 지난 2월 아베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 때 공격적인 악수의 전형을 보여주었다. 그는 아베의 손을 으스러지도록 움켜쥔 채 약 18초간이나 흔들어 아베를 당황하게 했다.

반면 메르켈 독일 총리와의 만남 때는 악수를 거부해 구설수에 올랐다. 악수를 청하는 메르켈의 말에 한마디 대답도 없이 딴청을 피운 것. 악수를 사양하는 것은 가장 큰 결례다. 이에 대해 평소 트럼프 정책에 반대하는 메르켈을 향한 무언의 경고라는 해석이 많다.

이쯤 되면 트럼프가 악수를 외교적 힘겨루기를 위한 무기로 활용한다고 볼 수밖에 없다. 원래 평화를 확인하기 위해서 유래한 인사법을 트럼프가 다시 무기화시킨 셈이다. 트럼프의 기행적인 악수 정치가 자신의 정치 심볼이 될 것인지 아니면 악수(惡手)가 될 것인지는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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