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와 누진세

전기차와 누진세

지난 5월, 중국 자본의 전기차 스타트업체 넥스트EV가 만든 전기차 니오 EP9이 세상을 놀라게 했다. 독일 뉘르부르크링 서킷을 6분 45초 9에 달리면서 뉘르부르크링의 기록을 다시 썼다. 이로써 내연기관차는 효율성과 친환경성뿐만 아니라 속도에서도 전기차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 입증된 셈이다.  

며칠 전, 옆자리에 앉은 류민 기자가 자전거를 타고 출근했다. “집과 회사가 가까워 자동차나 대중교통보다 자전거가 훨씬 효율적”이라고 한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자전거 핸들에 액정이 있고 바퀴에 모터가 달렸다. 전기자전거였다. 짧은 거리인데 굳이 전기자전거를 타는 이유는 오르막길 때문이란다. 사실 기어가 없는 일반 자전거로는 서울시의 오르막길이 힘들기는 하다. 때문에 기어가 달린 것을 많이 선호하는데, 기어 단수가 많고 변속이 부드러운 제품들은 기백만원이 넘을 정도로 비싸다. 기어가 없더라도 전기모터 힘을 더할 수 있는 작은 전기자전거가 오르막길이 많은 국내 지형에 출퇴근용으로 더 효율적일 수 있다는 말이다. 

<모터 트렌드> 미술팀 김수현 실장은 지난달부터 배터리 충전용 찌는 담배를 피우고 있다. 액상을 태워서 피우는 기존 전자담배 방식이 아닌 진짜 담뱃잎을 고열로 쪄서 나오는 향과 기체를 흡입하는 방식이다. 액상형 전자담배보다 맛과 향이 진짜 담배에 가깝다고 한다. 주변에 냄새가 나지 않고 타르가 거의 없어 진짜 담배보다 유해성도 적다고 한다. 전기가 끽연가들의 생명까지 연장해주는 시대가 됐나 보다.  

난 몇 해 전부터 전자책으로 세계 명작 등을 다시 읽고 있다. 일반 종이책보다 싸고 휴대가 편하며 조명이 없어도 읽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좋은 문장은 따로 저장할 수 있고 관련 서적을 추천해주기도 한다.  

찾아보면 생각지 못했던 곳에 사용되는 전기가 꽤 많다. 열선을 넣은 옷과 침낭은 이미 캠퍼들에게 없어선 안 될 필수품이다. 나이키는 끈이 자동으로 조여지고 풀어지는 운동화를 이미 출시했고 두크레 테크놀로지라는 스타트업은 신발에 GPS를 내장해 길을 알려준다. 자세를 교정해주는 스마트 양말도 있다. 스마트 허리띠는 자동으로 길이를 조절해주고 줄이 없는 줄넘기로 실내에서도 운동할 수 있다. 스마트 화분은 알아서 식물을 길러준다. 개의 건강을 체크해주는 전기 애완견 방석이 있고 센서를 단 젓가락이 음식의 부패 정도를 측정한다. 수화통역기 기능이 들어간 전기장갑은 곧 출시를 앞두고 있다.  

전기가 생각지도 못했던 제품들과 융합되면서 인간의 삶 속으로 더 깊이 파고들고 있다. 앞으로 어떤 것들이 전기화되어 세상을 더 이롭고 편하게 할지 참 궁금하다. 마음 같아선 몸뚱이를 콘센트에 꽂으면 비만이 해결되고 운동을 하지 않아도 건강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배터리 충전하듯 생명이 충전돼도 괜찮을 것 같다.

어쩌면 인간이 전기와 섹스를 하는 시대가 올지도 모르겠다. 허황된 발상이 아니다. 생물학자이며 진화론자인 영국 옥스퍼드대 리처드 도킨스 교수는 “사랑을 나눌 상대가 필요한 인간과 그 인간에게 대응하는 인공지능 사이의 성적 교감이 가능한 시대가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즉 인간과 인공지능을 지닌 전기 디바이스가 섹스를 할 수 있다는 말이다. 말도 안 된다고? 10년 전 우린 담배가 전기화될 것이라 예상했던가?  

전기차와 전기자전거를 타고 전기담배를 피우며, 전기양말과 신발을 신고 전기줄넘기로 운동하는 시대다. 앞으로 인류의 전기 사용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 분명하다. 지금부터라도 그 수요를 충당하기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 그런데 현 정부는 원전을 폐쇄한다고 발표했다. 핵폐기물을 발생시키며 안전에 취약한 원자력발전소를 폐쇄하고 건설을 중단하는 건 장기적으로 볼 때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에너지 사용량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 지금, 원전을 대체할 만한 대책과 정책은 어디에 있는가? 이제 곧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각 가정에 전기 누진세 폭탄이 날아갈 것이다. 폭탄을 맞아 너덜너덜해진 국민들이 현 정부의 탈원전 에너지정책을 끝까지 지지해줄지는 잘 모르겠다. 전기차가 참 많은 걸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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