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 분류방식 놓고 논쟁 가열

생물을 분류할 때 ‘계(界)’는  가장 큰 단위이다. 생물학자들은 특징에 따라 생물을 동물계, 식물계, 진균계, 원핵생물계, 원생생물계 등으로 분류하고 있다. 문(門)은 두 번째로 큰 단위다. 몸의 구조 등에 따라 척삭동물문, 해면동물문, 자포동물문 등 30여 문으로 나뉜다.

세 번째로 큰 단위인 강(綱)은 호흡이나 번식 방법, 사는 곳 등의 공통점을 갖는 분류방식이다. 엄마 배 속에서 나와 젖을 먹고 자라는 사람은 포유강에 속한다. 네 번째로 목(目)이 있다. 먹이나 번식 방법, 생김새 등에 따라 분류하는 것을 말한다.

포유강의 동물은 크게 알을 낳는 포유류, 주머니를 가진 포유류, 새끼를 낳는 포유류의 세 가지로 나누고, 새끼를 낳는 포유류는 다시 10여 개의 세세한 목으로 나누어진다. 다섯 번째 단위로 과(科)가 있다.

뱀등 파충류 분류방식을 놓고 국제동물명명규약(ICZN)을 비롯 생물학자들 간에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아프리카 독물총코브라 ⓒafricanreptiles-venom.co.za

“잘못된 분류 방식으로 폐해 발생”  

목(目)의 동물 중 비슷한 성격의 것들을 한데 묶은 것이다. 동물을 과로 분류한 다음 이를 더 자세하게 속(屬)으로 묶고, 속의 속한 동물 중 거의 같은 특징을 지닌 동물들은 종(種)으로 분류한다.

사람의 경우 사람과, 호모속, 사피엔스종에 속한다. 생물을 분류하는데 있어 종은 가장 하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생물학에 있어 분류법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 분류 방식에 따라 연구는 물론 관련 분야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러나 최근 잘못된 종의 분류 방식으로 각종 폐해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7일 ‘스미소니언’ 지는 일부 생물학자들의 그릇된 분류법 때문에 맹독성 동물로부터 공격을 당한 사람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등 피해를 당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프리카 독물총코브라는 위협적인 동물이다. 접근하는 동물의 눈에 맹독을 뿜어댄다. 명중률도 뛰어나다. 60cm 안에서 100%의 정확도를 보인다. 코브라가 독 샘의 근육을 수축시키면 독이빨에서 독이 뿜어져 나오는데 그 사정거리가 2m에 이른다.

눈을 통해 독이 퍼져나가면 그 동물은 마비현상, 호흡곤란과 함께 죽음에 이를 수도 있다. 이 뱀으로부터 공격을 당했다면 빨리 병원으로 달려가 독성에 대해 면역 기능이 있는 항사독소(抗蛇毒素)를 연이어 주입해야 한다.

그러나 피해가 줄지 않고 있다. 잘못된 생물 분류법 때문이다. 국제동물명명규약(ICZN: International Code of Zoological Nomenclature)에 따르면 아프리카 독물총코브라는 스프라크란두스(Spracklandus) 속에 포함돼 있다.

문제는 어떤 분류학자들도 이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많은 연구자들은 위키피디아, 혹은 다른 논문 속에 들어있는 아프로나야(Afronaja)란 용어을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용어 갈등으로 인해 심각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심지어 남의 명칭 도용하는 사례도”    

파충류에 대해 잘 모르는 의사들이 이런 용어 갈등으로 인해 독물총코브라의 맹독에 대해 잘못 판단하고, 결과적으로 환자를 치료하면서 잘못된 처치를 할 수 있다는 것. 실제로 뱀이 많은 남미에서는 유사 사고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브라질 상파울르 대학의 파충류학자이면서 분류학자인 스콧 톰슨(Scott Thomson) 교수는 “의사들이 생물학자가 아니기 때문에 곳곳에서 독물총코브라에 대해 잘못 이해하고 있으며, 사고도 자주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랜 기간 지속돼온 스프라크란두스·아프로나야 논쟁은 생물학계의 분류의 난맥상을 말해주는 것이다. 아프리카 독물총코브라를 스프라크란두스 속으로 분류한 사람은 분류학자이면서 파충류 전문가인 호주의 레이먼드 호저(Raymond Hoser)란 인물이다.

그는 특히 ‘스네이크맨(Snateman)’이란 불린 만큼 뱀에 대해 많이 알고 있었다. 그런 만큼 뱀 2000년부터 2012년 사이에 혼자서 새로 발견되는 뱀의 속과 종에 새로운 명칭을 부여했는데 그 수가 70여 개에 이른다.

그는 또 파충류와 관련된 종(種), 속(屬), 과(科), 목(目), 강(綱), 문(門), 계(界)의 분류군을 모두 정리해 국제동물명명규약(ICZN)에 포함시켰다. 그러나 이 소식이 알려지면서 많은 분류학자들과 파충류학자들로부터 항의가 이어졌다.

그의 분류법이 잘못됐다는 것. 이들은 그가 정식으로 연구 과정을 거친 과학자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레이먼드 호저는 뱀과 관련 다양한 저서와 방송 출연 등으로 대중에게 친숙한 인물이었다. 그러나 생물학계에서는 그의 능력에 큰 불신을 갖고 있었다.

호저에 대해 “생물 분류법을 파괴하는 중대한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고 비난할 정도였다. 이런 일이 벌어진 이유는 호저가 전통적인 분류법을 벗어났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생물학계는 그동안 린네분류학(linnaean taxonomy)을 적용해왔다.

스웨덴의 칼 폰 린네(Carl von Linne) 이전에도 동식물 분류를 시도한 학자들은 많았지만, 린네는 방대한 양의 수집 자료로써 당시에 알려져 있던 대부분의 동·식물을 분류체계에 포함시켰고, 이후 300년간 분류학이 하나의 학문으로 자리 잡는 데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많은 생물학자들이 잘못된 분류법을 채택해 이런 전통을 훼손하고 있다고 보고 있으며, 이로 인해 ICZN과는 별도로 자체적인 분류법에 의해 생물을 분류하고 있는 생물학자들이 다수 발견되고 있다고 ‘스미소니언’ 지는 보도했다.

일부 비양심적인 생물학자들 사이에 새로 발견한 동물에 남이 붙여놓은 명칭을 도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최근 물고기비늘을 지닌 도마뱀붙이를 발견한 파충류학자 마크 쉘츠(Mark Schrez) 박사는 “최근 도용된 명칭이 양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최근 과학발전으로 유전학 등으로 인해 생물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가해지고 탐사 기술 발전으로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종에 대한 해석이 가해지고 있는 점 역시 논란을 부채질하고 있다. 분류체계를 놓고 논란이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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