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영화] ‘다음 침공은 어디?’ ‘아메리칸 드림’의 허상, 마이클 무어 감독의 작품

# 영화 ‘다음 침공은 어디?’

감독: 마이클 무어
출연: 마이클 무어
장르: 다큐멘터리
상영시간: 2시간
개봉: 2016년 9월 8일


판씨네마㈜ 제공

해외 여행을 다니면서 한번쯤 이런 생각을 가져본 독자 분들도 있을 것이다. ‘아, 이렇게 좋은 건 우리나라에도 있으면 좋을텐데….’ 언젠가 호주를 여행하던 필자는 호주의 드넓은 대지와 호주 국민들의 여유로운 삶, 그리고 높은 수준의 최저시급을 부러워한 적이 있었다.

2003년 아카데미 장편다큐멘터리상 수상작 ‘볼링 포 콜롬바인’, 2004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에 빛나는 문제작 ‘화씨 9/11’을 연출한 마이클 무어 감독 역시 우리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핀란드, 독일 등 소위 선진국이라 불리는 각국을 돌아다녔다. 이 영화는 마이클 무어 감독의 21세기식 세계여행기라고도 말할 수 있다. 덕분에 영화를 보게 되면 우리는 그야말로 ‘이국적인’ 풍경을 마주하게 된다. 

# 유쾌한 ‘침공’의 시작


판씨네마㈜ 제공

제목 속 ‘침공’이라는 전투적인 표현에 비해, 이 영화의 아이디어는 너무 귀엽다. 이 영화는 미국인인 마이클 무어 감독이, 미국을 상징하는 성조기를 들고 모국에 도움이 될 만한 다른 나라의 좋은 제도와 정책들을 ‘찜꽁’하러 간다는 설정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마이클 무어 감독의 대다수 작품이 그렇듯, 그가 찍고, 그가 출연해, 나레이션까지 맡는다. 백인의 중년 아재가 혼자 나오는 다큐멘터리가 뭐 그리 대단하냐고 할 수도 있지만, 영화는 생각보다 훨씬 유쾌하다. 웅장한 음악과 함께 당장이라도 군대가 출병할 것만 같은 오프닝만 봐도 그렇다. 미국의 합동 참모 본부가 미국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마이클 무어에게 조언을 구했다고 말하는 뻔뻔함이란! (물론 뻥이다)

‘익살꾼’이라 불리는 마이클 무어 감독답게 이런 유쾌함은 영화의 전개 내내 이어진다. 알고 보면 항상 패잔병인 미군 디스(Diss)와 정치인들의 ‘허언증’ 비판에서 시작해, 햄버거를 먹어본 적 없다는 프랑스 어느 학교의 조리사에게 여태 헛살았다며 농담을 던지고, 장차 정치인이 되길 꿈꾸는 노르웨이의 어느 재소자를 보고는 (정치인이 되어 감옥에 들어가느니) ‘감옥 먼저 갔다 와서 정치인이 된다는 건 나쁘지 않은 생각’이라고 짓궂게 말한다.

이 작품은 작년 5월, 서울환경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되기도 해서 필자는 영화를 개봉 전에 미리 볼 수 있었는데 그 때 객석에서 터져 나온 반응은 코미디 영화 뺨치는 수준이었다.

# 이탈리아부터 아이슬란드까지 9개국 탐방기


판씨네마㈜ 제공

이처럼 할 말 많은 감독이 다른 나라에서 탐낸 것들은 무엇일까? 가장 먼저 낭만과 열정의 나라 이탈리아를 침공한 감독은 이탈리아 노동 계층의 휴가 일수와 노사문화에 초점을 맞춘다. 기껏해야 2~3주의 유급휴가를 받는 미국의 노동자들의 복지와는 달리, 최대 8주의 유급휴가와 5개월의 출산휴가를 보장받는 이탈리아 노동자들의 윤택한 삶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이탈리아의 오토바이 회사 ‘두카티(Ducati)’의 CEO는 ‘직원들의 복리후생 수준이 높을수록 회사에 부담이 되지 않냐’는 감독의 물음에 “회사의 이익과 직원의 복지는 충돌하지 않는다”며 감독과 제작진을 일깨운다.

교육을 주제로 한 국내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 단골로 등장하는 핀란드로 넘어간 감독은 핀란드의 선진화된 교육 제도도 미국으로 가져가려 한다. 숙제도, 객관식 시험도, 학교의 서열도 없는 핀란드에서는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의 수고로움이 필요 없다. ‘학교는 학생이 행복을 찾는 곳’이라는 가치 아래 모든 교육 시스템이 학생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교육을 통해 여러 기업들이 수익을 얻는 미국의 구조와는 확연히 다르다.


판씨네마㈜ 제공

감독은 더 나아가, 프랑스의 식문화 교육, 마약이 합법화된 포르투갈, 일반인과 거의 동등한 대우를 받는 노르웨이 재소자들의 인권, 튀니지와 아이슬란드의 여성 권리 등을 관찰하고 야심차게 쟁취하려 한다. 자국에 체류 중인 유학생들에게도 대학등록금이 전액 무료인 슬로베니아에서는 대통령과 면담까지 하고, 대량학살을 자행한 독일의 성찰적인 역사교육을 들으면서는 사뭇 진지해지기도 한다. (이웃나라 일본의 정치인들은 반성하길 바란다)

또한 특기할 만한 점은 인터뷰에 참여한 시민이나 교사, 경찰관, CEO들이 말 많은 감독을 대신해 명언을 쏟아낸다는 것이다. 그중 하나는 아이슬란드에서 CEO로 활동하는 한 여성의 말이다.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말은 미국이 기회의 땅이라는 거잖아요. 누구나 무슨 꿈이든 이룰 수 있는 곳이요.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가 않죠. 아이들에게 동등한 기회를 줘야 해요. 교육과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요. 그건 공산주의가 아니라 좋은 사회일 뿐이에요

# 미국의, 미국에 의한, 미국을 위한 다큐멘터리


판씨네마㈜ 제공

그럼에도 이 영화는 미국에서 미국인의 의해, 미국을 위해 만들어진 다큐멘터리가 분명하다.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는 통에 영화 속에 미국의 모습이 자주 등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미국인 스스로 통렬한 자아비판은 가능하다. 감독은 다른 나라에서 펼치고 있는 학생 중심 교육 정책과, 노동자와 여성, 재소자 인권에 대한 존중 문화를 보여주는 한편으로, 여전히 시위자들과 용의자들을 폭력적으로 진압하는 미국의 모습과 만연한 인종차별, 양극화로 고통 받는 자국의 상황을 지속적으로 오버랩시키기 때문이다.

또한 각국의 제도와 정책들은 어디에서 출발했는지 되물으면서 미국인들이 잊고 살았던 ‘미국적 가치’에 대해 다시금 상기시킨다. 인터뷰에 참여한 사람들은 비교적 좋게 평가 받는 자국의 제도들이 결국 미국적인 발상에서 출발했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전 세계적인 기념일인 노동절은 1886년 시카고에서 시작됐고, 미국의 여성들이 남녀평등 헌법을 위해 투쟁해 아이슬란드에 영향을 끼쳤다. 잔인하고 폭력적인 처벌을 금지하는 조항은 미국 건국 헌법에 명시되어 있었고, 튀니지를 비롯한 북아프리카, 중동 국가들의 개혁 시위인 ‘아랍의 봄’을 확산시킨 건 미국에서 발전시킨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였다.

물론 영화는 각 나라에서 아주 일부 단면만을 보여주기에 반론의 여지는 있다. 일례로 이탈리아의 경우 노동자들의 윤택한 삶을 보여주지만, OECD에서 발표한 국가별 노동시간에서 미국과 이탈리아의 1인당 연평균 노동시간이 별반 차이가 나지 않고, 사실은 평화로운 모습으로만 그려지는 이탈리아도 저출산 문제로 고민 중이라는 점은 영화가 보여주지 않는 현실일 수 있다. 이는 영악한 감독의 연출과 편집에서 비롯된 문제이고, 관객들의 필터링이 필요한 부분이다.

# ‘유토피아(Utopia)’를 꿈꾸다


판씨네마㈜ 제공

미국에서 전해지는 최근 뉴스들을 보면 미국 사회가 거꾸로 돌아가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새로운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의 최근 행보는 혀를 내두르게 한다. 멕시코 장벽 설치와 보호무역주의로의 회귀, 그리고 반(反)이민 행정명령은 미국 내 사회 통합은 고사하고 사회적, 인종적 갈등을 폭발시키고 있다.

이민자들이 일군 국가에서 이민자들을 배척하는 아이러니. 이 영화보다 지금의 현실이 ‘아메리칸 드림’은 결국 허상이라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마이클 무어 감독이 트럼프를 강력하게 비판했지만, 정작 트럼프의 당선을 예견한 장본인이기도 했다는 것이다.

전작을 통해 신랄한 미국 비판에 앞장서 온 마이클 무어 감독은 여전히 날카로운 비판과 유쾌한 풍자로 작품을 이끌어가면서도 새롭게 낙관적인 관점으로 문제를 바라본다. 각국에 성조기를 들고 다니며 좋은 제도를 빼앗고, ‘침공’이 끝나면 성조기를 꽂는 퍼포먼스를 통해 미국이 버리지 못한 제국주의적 관점을 풍자하는 감독은 이제는 침공의 시대가 아니라, 진지한 성찰과 적극적인 벤치마킹이 필요한 시대라고 역설한다.

종반부에서 감독이 본래의 미국적 가치를 되찾기 위해 “망치를 들고 장벽을 부숴라”하고 외치는 근거는 베를린장벽의 붕괴도 불과 몇 명의 망치질에서 시작됐기 때문이다. 자국의 현실과 부조리한 시스템을 직시하고 해법을 찾아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 곧 애국이라는 말이다.

각국의 여성 지도자들을 소개하는 장면에서 탄핵 심판에 올라간 박근혜 대통령과 재판 중인 한명숙 전 총리의 모습도 발견할 수 있어 관객의 마음을 심란하게 만든다 - 판씨네마㈜ 제공

하지만 이 영화가 단순히 미국만을 위한 영화일까? 다소 긴 글이지만 독자 분들께 기사 속 ‘미국’을 ‘한국’으로 바꿔서 한 번 더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그렇게 읽어도 전혀 위화감이 없어 소름끼칠 정도로 놀라게 될 것이다. 그만큼 미국의 문제와 우리나라의 문제는 많은 면에서 닮아 있다. 각종 TV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자주 볼 수 있었던 사회적 의제들을 총집합 시켜 놓은 이 작품은 노동 문제와 저출산 및 여성 인권, 그리고 기본소득에 이르기까지 등 조기 대선을 앞두고 쏟아질 대선주자들의 정책을 비판적으로 검토해볼 만한 좋은 교재가 될 것이다.

또한 도대체 삶에서 ‘뭣이 중헌디?’하고 반문하고 고민하는 이들에게도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달해 줄 것이다. 우리는 더 좋은 나라에서 살 권리가 있고, 우리 아이들에게 더 좋은 환경을 물려줄 의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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