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영화] ‘트럼보’ ‘블랙리스트’에 오른 작가의 실화

# 영화 ‘트럼보’

감독: 제이 로치
출연: 브라이언 크랜스톤, 헬렌 미렌, 다이안 레인, 엘르 패닝, 존 굿맨, 루이스 C.K.
장르: 드라마
상영시간: 2시간 4분


그린나래미디어㈜ 제공

미국 영화 산업의 황금기를 구가하던 1940~50년대 할리우드에도 블랙리스트로 낙인 찍힌 시나리오 작가가 실제로 있었다면 믿겠는가? 그 사람이 다름아닌 오드리 헵번의 인생작 ‘로마의 휴일’을 쓴 시나리오 작가라면? 필자와 함께 1940년대 할리우드로 잠시 여행을 떠나보자.

‘트럼보’는 가짜 이름으로 아카데미 상을 두 차례나 수상하며 할리우드의 역사를 바꿔놓은 천재 시나리오 작가 달튼 트럼보의 일대기를 그린 작품. (작년 4월 초 개봉한 이 영화는 ‘독수리 에디’, ‘클로버필드 10번지’ 등과 함께 필자가 처음 연재를 시작하던 날 소개했던 작품이라 더욱 의미가 깊다.) 게다가 지난주 소개한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의 감독 겸 배우인 벤 스틸러는 과거 ‘미트 페어런츠’ 시리즈로 인기를 끌었는데, 이번에 소개하는 ‘트럼보’의 제이 로치 감독은 ‘미트 페어런츠’ 1편과 2편의 연출을 맡았던 장본인이다. (전-혀 중요하진 않지만) 절묘한 우연이다!

# 천재적인 작가, ‘달튼 트럼보’의 드라마틱한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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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의 황금기를 풍미했던 천재 시나리오 작가 달튼 트럼보는 40편 이상의 작품을 쓴 전설적인 인물이다. 당시 할리우드 영화계에서 최고의 대우를 받고, 가장 왕성한 활동을 펼친 작가 중 한 명으로 1940년작 ‘키티 포일’을 통해 처음으로 아카데미 각본상 후보에 올랐다.

연출에도 재능이 있었던 그는 단 한 편의 연출작 ‘자니 총을 얻다’로 1971년 칸 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받았는데, 트럼보는 이 작품의 연출과 각본을 맡고 조연으로 출연한 것은 물론, 원작이 되는 동명의 소설 또한 1938년에 본인이 직접 집필했다. (혼자 북을 치면서 동시에 장구도 치는 놀라운 재능!) 트럼보는 이뿐만 아니라 ‘스파르타쿠스’, ‘빠삐용’ 등 많은 작품들을 남겼지만 사실 더욱 드라마틱한 것은 그가 집필한 작품보다도 그의 삶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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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작가로 불리던 트럼보에게도 엄청난 시련이 기다리고 있었으니…. 때는 바야흐로 1947년,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과 소련을 필두로 한 냉전 체제가 계속되면서 미국 내에도 ‘매카시즘’ 광풍과 함께 사상 검증의 시간이 이어졌다.

공산당에 가입한 전력이 있거나, 공산주의를 지지한 적이 있던 사람들을 모두 색출해 무차별적으로 구속하거나, 공산주의자로 낙인 찍어 몇 년 동안 큰 차별을 받게 했다.

할리우드도 사상 검증에서 예외가 될 수는 없었는데, 디즈니의 창업주인 월트 디즈니와 당시 배우로 활약했던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등은 공산주의자가 아님을 입증하거나 동료를 고발해 활동을 계속할 수 있었다.

반면 신념을 지키려는 일부 영화인들은 청문회에서 증언을 거부해 이후 큰 고통을 겪었다. 이른바 ‘할리우드 텐(10)’으로 불리며 블랙리스트에 오른 이들 중 한 명이 바로 달튼 트럼보였다.

# 블랙리스트, 사회의 민낯을 드러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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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리스트에 오른 트럼보의 공식적인 필모그래피(Filmography)는 1947년부터 멈춰있었다. 일거리가 끊겨 고통을 겪은 트럼보는 삶을 지속하고 생업을 이어가기 위해 친구들의 이름을 앞세우거나 가짜 이름으로 활동하기 시작한다. 영화의 규모와는 상관없이 수많은 시나리오를 써내려 간 그 시절 그의 손에서 탄생한 작품이 바로 ‘로마의 휴일’과 ‘브레이브 원’이었다.

아카데미 각본상을 수상한 두 작품을 통해 할리우드는 블랙리스트의 문제점을 비로소 자각하게 되었고, 1960년부터 트럼보는 다시 본인의 이름으로 활동할 수 있게 되었다. 트럼보가 죽은 뒤 ‘로마의 휴일’의 진짜 작가로 인정받아 40년 만에 아카데미 트로피를 되찾은 이야기는 MBC ‘서프라이즈’에 소개됐을 정도.

지금까지 설명한 모든 것이 한 편의 영화 속에 녹아들어 있다. 잘 나가던 트럼보의 황금기와 블랙리스트 작가로서 살아가는 고통, 가족들이 겪는 슬픔까지, 천재 작가의 일대기가 리드미컬한 연출로 흘러가면서도 묵직한 메시지를 전한다. 특히 트럼보가 큰 고통을 겪고 수십 년이 지난 오늘에도 실제 블랙리스트의 존재가 수면 위로 드러난 비상식적인 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는 그저 영화로만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 배우들의 미친 연기력


그린나래미디어㈜ 제공

이 영화를 추천하는 또 다른 이유는 출연 배우들이 화려한 앙상블을 자랑한다는 점이다. 풍랑 속에서도 가정을 지키는 트럼보의 아내는 다이안 레인이 맡았고, 트럼보를 몰아세우는 반공 칼럼니스트는 명배우 헬렌 미렌이 맡아 골든 글로브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이제 언니보다 더 유명해진 엘르 패닝과 코미디언으로 잘 알려진 루이스 C.K., 그리고 영화 속 최고의 신스틸러인 존 굿맨 등 쟁쟁한 출연진들이 호연을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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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 누구보다도 관객들을 압도할 사람은 이 영화로 지난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생애 첫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브라이언 크랜스톤이다. (참고로 당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사람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다) 미드 ‘브레이킹 배드’의 주인공으로도 맹활약한 브라이언 크랜스톤은 실제 인물을 연기하기 위해 실제 트럼보의 딸들과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누고, 트럼보를 알고 지낸 사람들의 전기나 자서전, 트럼보가 쓴 작품들을 하나하나 찾아보는 등 캐릭터 분석에 공을 들여 명연기를 탄생시켰다고 한다. 영화의 후반부 트럼보가 연설을 펼치는 장면은 여러 번 돌려 봐도 좋다.

본문에 영화에 대한 긴 설명을 덧붙였지만, ‘트럼보’는 이외에도 얘깃거리가 많은 작품이다. ‘로마의 휴일’을 비롯한 고전 할리우드 영화와 산업 전반에 대해, 작가로서의 삶 그리고 표현의 자유와 신념의 자유를 지닌 시민으로서의 삶 등 다양한 메시지를 전한다. 생각보다 재미도 있고, 지금 같은 시기에 보면 더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는 그런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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