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국내여행]제주 일주도로 자동차 여행 Part 2

이국적인 브런치가 당길 때

키아스마

여유로운 테이블 배치가 돋보이는 키아스마의 실내. © 김주원


인기 브런치 메뉴인 스피니치 허그. © 김주원


제주 남쪽 마을 위미리는 겨울이면 동백, 봄이면 벚꽃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사실 꽃이 피는 시즌을 제외하곤 외지인의 발길이 동쪽 마을보다 뜸한 동네다. 하지만 최근 사람들은 특별한 브런치를 맛보기 위해 위미리를 찾는다. 백성·윤은선 부부가 운영하는 카페 키아스마 덕분이다. 이곳의 대표 메뉴 스피니치 허그는 위미리에서 꼭 맛봐야 할 음식으로 통할 만큼 입소문이 자자하다. “애초에 제주에서 카페를 열 생각이 없었어요. 감귤 선과장이었던 창고를 보고 반해버린 거죠.” 윤은선 씨가 이야기를 꺼낸다. 6년 동안 서울에서 카페를 운영했던 백성 씨는 제주에 와서도 경력을 살려 바리스타로 꾸준히 일해왔다고. 그러다가 작년 연말 즈음 부부는 운명처럼 지금의 창고를 발견했고, 자신들의 취향을 담아 새롭게 단장해 카페를 열었다. 운 좋게도 오픈과 동시에 동백 개화 시기가 맞물려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면서 SNS에서 화제가 됐다.

카페는 윤은선 씨의 높은 안목을 대변하는 듯하다. 빈티지한 샹들리에와 가죽 소파, ‘킨포크풍’ 다이닝에 올릴 법한 들꽃과 앤티크 소품은 카메라를 들지 않고는 못 배길 정도로 멋스럽다. 화려한 플레이팅을 자랑하는 스피니치 허그는 여기에 화룡점정이라 할 수 있다. 키아스마가 차린 브런치 테이블이 완성되면 이곳이 제주의 귤 창고라는 사실은 잠시 잊고 외국의 멋진 레스토랑에 앉아 있는 듯하다. 각 테이블 간격을 멀찍이 둔 이유는 혼자 온 손님도 편하게 식사할 수 있도록 한 주인 부부의 배려. 따라서 이곳에선 누구나 4인 테이블과 소파에 눈치 보지 않고 앉아도 된다. 브런치 메뉴만큼이나 훌륭한 플랫 화이트 커피도 잊지 말고 주문하자.


스피니치 허그 6피스 1만7,000원, 플랫 화이트 6,000원, 11am~6pm, 화 · 수요일 휴무, 070 4222 0102, 서귀포시 남원읍 태위로 255, 인스타그램 @kiasma_coffee

느릿한 여행을 즐기는 책방

라바북스

김은영 씨의 안목이 묻어나는 라바북스의 책들. © 김주원


몇 년간 제주에 외지인이 몰리면서 셀 수 없이 많은 카페와 게스트하우스가 생겨났다. 그다음은 독립 서점 붐으로 이어졌다. 우후죽순으로 늘어난 책방 사이에서 라바북스는 꽤 높은 연차를 자랑한다. 2년 전 라바북스는 벚꽃이 장관을 이루는 위미리 도로변에 자리를 잡았다. 주인장 김은영 씨는 서울 생활을 접고 작은 치킨집을 고쳐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한 두권씩 판매하기 시작했다. 초창기만 해도 듬성듬성 테이블을 메우던 책은 어느덧 한쪽 벽을 꽉 채울 정도로 늘어났다. 최근 제주 여행자 사이에서 라바북스는 나란히 자리한 카페 시스베이글과 함께 위미리 필수 방문 코스로 통할 정도. 주인의 취향에 맞춰 골라놓은 책은 에세이집, 시집, 사진집이 주를 이룬다. 벽 곳곳에는 제주 아티스트의 작품도 장식처럼 붙여놓았다. 2011년부터 시작한 소규모 여행 사진집도 함께 발행 중인데, 어느덧 6호까지 제작했다고. 치앙마이에서 직접 찍은 사진으로 만든 최신 사진집은 김은영 씨의 작품이다. 2년간 제주에서 책방을 운영하는 동안 그녀는 다양한 이벤트로 여행자뿐 아니라 현지인과도 인연을 쌓고 있다. 계절마다 카페 시스베이글과 함께 열었던 플리마켓 ‘도토리 장’을 시작으로 인근 게스트하우스에서 술과 책을 함께 파는 ‘라바북술’을 팝업으로 선보인 적 있다. 올여름에는 매주 토요일 자정까지 문을 활짝 열어두는 심야 책방을 운영할 예정이다. 제주에 머물며 문득 밤이 외롭게 느껴질 땐 라바북스에서 선별한 시집 1권으로 위로받아도 좋겠다.


11am~6pm, 매주 수요일 · 셋째 주 목요일 휴무, 서귀포시 남원읍 태위로 87, labas-book.com

현지인의 사랑방

위미테이블

생선 창고를 개조한 위미테이블의 외관. © 김주원


위미리 남쪽에서는 위미테이블이 여행자의 저녁을 책임진다. 외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길거리 키오스크처럼 창문을 활짝 열어둔 오픈 주방은 손님이 있는 한 밤늦게까지 불을 밝힌다. 서울에서 건축 디자인 일을 해온 조준 씨는 1년 전 네 아이와 함께 제주에 정착했다. 제주에서도 동네 자부심이 유독 강한 위미리에 가게를 열 수 있었던 배경에는 예상 밖으로 현지인의 적극적인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해가 내려앉고 어두컴컴해지면 딱히 갈 곳이 없던 동네 사람들은 위미테이블이 문을 열고부터 생맥주 1잔 들이켜러 이곳을 찾는다. 점심에는 우동 1그릇 후루룩 비우고 떠나기도 한다. 이주민이 운영하는 다른 집과 다르게 외지인보다는 현지인이 들락거리는 동네 사랑방이 된 셈이다.

폐허처럼 버려지다시피 했던 생선 창고를 2달 동안 손수 고친 조준 씨의 정교한 솜씨는 가게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철근과 제주 돌, 나무 팔레트를 재활용한 재치 있는 인테리어는 우연히 지나치는 사람들의 시선도 종종 잡아 끈다. “메뉴는 제주에서 나는 식자재로 개발 중입니다.” 조준 씨가 다부진 목소리로 말한다. 아직 간판도 제대로 못 걸었을 정도로 가게는 미완성인 채 오픈했지만, 그동안 이곳 옥상에선 클래식 공연이 열렸고 제주 고유 약재인 댕유지(당유자)로 만든 맥주도 탄생했다. 지역사회와 상생하고 싶다는 그는 제주 고유의 식자재를 직접 손질하고 요리해보며 메뉴 개발에 골몰한다. 지금까지는 흑돈 찹스테이크와 유자꿀을 바른 피자 그리고 댕유지맥주가 이곳을 대표했다. 네 아이의 식탁을 책임지는 생활 밀착형 요리사 조준 씨의 손에서 앞으로 어떤 제주 음식이 탄생할지 기대해봐도 좋다.


흑돈찹스테이크 1만8,000원, 댕유지맥주 6,000원, 10am~9pm, 064 900 2120, 서귀포시 남원읍 태위로 180.

자연이 빚은 언덕

남원큰엉

짙푸른 바다와 기암절벽이 어울어지는 남원큰엉. © 김주원


한반도 형태를 이룬 숲길. © 김주원


남쪽 마을에서 이색적인 바다 풍경을 찾는다면 큰엉해안 경승지를 추천한다. 12번 제주 해안국도를 달리다 보면 바다를 향해 자리한 큰 언덕이 하나 보이는데, 올레길 5코스에 속해 있는 제주의 비경을 감상하기에 그만인 장소다. ‘엉’은 바닷가 절벽의 바위를 뜻하는 제주 방언. 큰엉은 아름다운 해안을 둘러싼 큰 바위 언덕이라는 뜻에서 붙은 이름이다. 오랜 시간 퇴적층이 거센 파도를 맞으며 기이한 모습으로 형성된 해식애는 바다를 집어삼킬 듯 기세 당당한 모습이다. 화산활동으로 형성된 높이 30미터, 길이 200미터의 기암절벽과 2개의 자연 동굴은 예술 작품처럼 바다를 장식한다. 유심히 들여다보면 호랑이가 입을 벌린 모습이나 인디언 추장의 얼굴이 연상되는 바위도 눈에 띈다. 아찔한 절벽에 좀 더 가까이 다가서고 싶을 땐 해안을 따라 조성한 약 2킬로미터의 산책로를 걸어봐도 좋다. 제주의 식생이 뒤엉킨 오솔길에서 시작되는 산책로는 짙푸른 바다 풍광을 한눈에 내다볼 수 있는 해안길을 거쳐 바위 틈으로 거대하게 뚫린 동굴을 통과한다. 산책로 중간에선 양옆으로 둘러싼 나무가 한반도 지형과 닮은 걸 발견할 수 있는데, 재미있게도 그 틈 사이로 바다의 수평선이 마치 휴전선처럼 빼꼼히 일직선을 그린다. 만약 해안길을 따라 올레길 5코스를 좀 더 걷고 싶다면 위미항까지 가보자. 장엄한 기암괴석이 모여 있는 조배모들코지는 위미리 어촌의 신앙적 장소로, 기이한 모양의 돌 무더기가 항구 풍경과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다.


서귀포시 남원읍 남원리 큰엉해안 경승지.

고요 속 하룻밤

비로소433

한적한 분위기가 흐르는 비로소433. © 김주원


심플하게 꾸민 객실. © 김주원

살롱 비로소433. © 김주원


여행을 하다 보면 이런 순간이 찾아온다. 목적지가 보이지 않는 길을 하염없이 걷다가 문득 불안감에 사로잡혀 당장이라도 발길을 돌리고 싶을 때. 이럴 때는 일말의 기대감을 갖고 딱 한 걸음만 더 내디뎌보자. 숙소 비로소433을 찾아갈 때도 마찬가지다. 미로 같은 골목을 따라가다 보면 여지없이 의심의 순간이 찾아온다. 바다와 맞닿은 외길 끄트머리 인적 드문 곳에 홀로 자리하기 때문. ‘비밀의 끝에서 웃음짓다(秘路笑)’라는 깊은 뜻을 지닌 이곳은 외딴 숙소를 자처한다. 침묵의 시간조차 음악이라고 생각했던 존 케이지의 곡 ‘4분 33초’를 숙소 이름으로 내걸 만큼 오롯이 나만의 시간을 보내고픈 여행자를 환영한다. 밖에서 보면 있는 듯 없는 듯한 건물을 짓고 싶었다는 주인의 의도와 달리 삼각 지붕의 벽돌집은 멋스러운 자태로 시선을 끈다. 수령 20~30년이 훌쩍 넘은 나무와 귤밭에 둘러싸인 객실동은 오래된 감귤 창고와 똑같은 모양으로 지은 것이다. 6개의 객실 인테리어는 모두 주인 부부의 솜씨다. 방 안에서 바라보는 창밖 풍경이 저마다 일품이다. 테라스가 딸린 방에서는 매일 아침 파도 소리, 나뭇잎을 스치는 바람 소리, 새소리를 음악처럼 감상할 수 있다. 부부는 집처럼 편안한 숙소가 아니라 집에서 못 하는 걸 대신 할 수 있는 숙소를 만들고 싶었다고. 창고를 개조한 살롱 비로소433은 숙박 손님만을 위해 개방한다. 부부의 서재이자 카페를 겸하는 이곳에선 비 오는 날이나 주인장의 마음이 동하는 날 비워둔 벽에 스크린을 내리고 영화를 상영한다. 아직 주인의 바람처럼 하루 종일 책을 뒤적거리다 골목을 산책하며 숙소에만 머무는 이는 많지 않지만, 남쪽 마을 특유의 느긋하고 고요한 분위기를 온전히 느끼고 싶은 여행자에게 이보다 나은 숙소는 없어 보인다.


평일 기준 11만 원부터, 010 6272 1281, 서귀포시 남원읍 태위로510번길 79-33, biroso.co.kr

관련 키워드 : #국내여행, #제주


공지 있습니다.
개인사정으로 본 사이트는 더이상 업데이트 되지 않습니다.하지만 아래 사이트에서 꾸준히 업데이트 되고 있으니 참고 하세요.

최신 기사는 '정리해 주는 남자' 에서 고화질 사진은 'HD 갤러리' 에서 서비스 되고 있습니다.

md.sj

사건사고 오늘의이슈 주요뉴스 연예정보 상품리뷰 여행 푸드 알쓸신잡 자동차 과학이야기 HD,UHD사진 고화질바탕화면 음악소개 소프트웨어

    이미지 맵

    이전 글

    다음 글

    Economy & Life/여행.푸드.취미 다른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