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국내여행]제주 일주도로 자동차 여행 Part 1

제주 해안선을 따라 섬을 1바퀴를 둘러볼 수 있는 일주도로는 이국적인 풍경을 선사하는 최고의 드라이빙 코스다. 친환경 전기차를 몰고 동쪽에서 남쪽까지 해안과 산간을 넘나들며 아기자기한 마을을 발견해보자.

현지인처럼 머무는 민박집

하도리1091

제주 전통 가옥을 그대로 살린 외관. © 김주원


하도리 1901의 게스트룸. © 김주원


갈릭새우 플레이트. © 김주원


제주국제공항에서 빠져나와 1132지방도를 따라 동쪽으로 향한다. 총 240킬로미터의 제주 해안도로는 일직선으로 쭉 이어지지 않고 11개 구간으로 나뉘어 있다. 따라서 동서일주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해안도로로 빠지는 표지판이 곳곳에 눈에 띈다. 자동차를 타고 해안과 산간을 오가는 동안 창밖 풍경은 탁 트인 바다가 바짝 붙어 따라오다가 어느새 신록이 짙은 숲길로 시시각각 변한다. 내비게이션은 때때로 차선이 점점 좁아지고 차 1대 겨우 지나갈 만한 마을 골목으로 안내하기도 하는데, 그럴 땐 의심 없이 따르는 게 좋다. 운이 좋다면 하도리1091처럼 이색적인 공간을 발견하게 될 테니.

제주에 첫발을 디딘 외지인은 대체로 동쪽 마을에 마음을 뺏긴다. 오름과 숲, 바다, 돌담집이 조화를 이루는 이 지역의 마을은 ‘제주스러움’을 가장 잘 간직하고 있다. 특히 구좌읍은 이주민이 일찍이 터를 잡고 카페와 레스토랑, 게스트하우스 등을 열면서 유명해졌다. 업사이클링 건축이 각축전을 벌이듯 옛 가옥과 창고를 개조한 이색 공간이 탄생했고, 주말이면 여행객이 마을 곳곳을 휘젓고 다니는 동네로 변모했다.

서울에서 15년 동안 직장 생활을 한 안태현 씨 부부는 키 작은 돌담집이 옹기종기 모인 구좌읍 하도리에 3년 전 자리를 잡았다. “주변에 특별한 게 없었어요. 외딴 시골 같았죠.” 그가 의연하게 말한다. 해녀가 살았던 제주 전통 가옥은 ‘ㄱ’자 형태로 창고와 집이 분리되어 있었다. 부부가 들어오면서 창고는 식당, 집은 그들의 안식처이자 여행자의 집으로 탈바꿈했다. 하도리1091은 여행객의 동선에서 벗어난 한적한 마을에 홀로 있다. 물론 그 덕에 북적거리는 주문 대열이나 산만함 없이 평화로운 풍경이 펼쳐지는 창가에 앉아 여유롭게 식사할 수 있다. 올리브 오일에 푹 적신 갈릭새우 플레이트는 제주스러운 공간에서 이국적 음식을 내고 싶었던 부부가 고안한 메뉴다. 생활 공간을 나눠 쓰는 민박 또한 부부가 제주에서 꿈꿨던 일 중 하나다. 식당과 바로 붙어 있는 집에는 하루에 손님 1팀만 머물다 갈 수 있는 게스트 룸을 준비했다. 부부가 함께 쓰는 공간이기에 조용히 머물다 가는 손님을 환영한다. 이들의 경영 철칙은 뚜렷하다. 동네 깊숙한 마을까지 애써 찾아온 손님을 위해 정성스레 만든 요리를 대접하고 하룻밤 묵어 갈 수 있는 방을 내주는 것. 현지의 삶을 가까이에서 들여다보고 싶다면, 부부의 후한 인심을 믿고 머물다 가도 좋겠다.


갈릭새우 플레이트 1만7,000원, 숙박 8만 원부터, 12pm~6pm, 064 784 2062, 제주시 구좌읍 하도13길 6, blog.naver.com/zxcv3911

별난 마을 그리고 항구

별방진

별방진 성벽 위에 올라 내려다본 하도리. © 김주원


SNS상에서 제주 사진에 붙는 인기 해시태그 중 하나는 ‘하도예뻐서하도리’다. 하도리 해변으로 가는 해맞이 해안로 방향으로 핸들을 돌리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제주시 김녕리에서 서귀포시 성산읍 오조리까지 조성된 약 27.8킬로미터의 2차선 도로는 이국적인 섬의 매력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이른 아침 뻥 뚫린 해안도로를 달리면 붉은 태양이 솟아오르는 장관이 따라붙기도 한다.

바다를 끼고 달리던 차량은 대부분 방파제 위에 걸쳐 있는 ‘Hado’라는 커다란 글자가 보이면 속도를 줄인다. 투박하게 쌓아 올린 듯 보이는 돌담 위에 성큼성큼 올라가 레고처럼 모여 있는 마을을 내다보거나 저 멀리 가없이 펼쳐진 바다를 감상한다. 최근 이곳은 여행객 사이에서 ‘인생 사진’을 남길 수 있는 포토 존으로 인기 높은데, 세월을 깊숙이 들여다보면 하도리의 역사를 품은 상징적 장소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제주에는 고려 때부터 우도에 정박한 왜선의 약탈을 막기 위해 세운 9개의 진이 있다. 별방진도 그중 하나다. 별방은 하도리의 옛 이름. 현재 남아 있는 성벽은 둘레 950미터, 높이 3.5미터의 타원형으로 남쪽에서 북쪽으로 갈수록 낮아진다. 제주특별자치도는 당시 석성을 축조한 방법과 규모를 역사적 자료로 남기기 위해 별방진을 제주기념물 제24호로 보존하고 있다. 군인이 주둔하던 성 안에는 식수로 사용했던 용천수 우물이 여전히 자리한다. 창고와 군사기지가 사라진 자리에는 미로처럼 구불구불한 길 따라 아기자기한 마을이 들어섰다. 성벽 위에 올라서면 색색으로 칠한 지붕이 그림 작품처럼 펼쳐진다. 해안도로에서 우연히 마주치는 풍경치고는 꽤 이색적이라서 성벽을 따라 걷고 항구까지 돌아보려면 오랜 시간을 할애해야 할지도 모른다.


제주시 구좌읍 하도리 3354.

자유로운 영혼의 낭만이 깃든 곳

친봉산장

축사를 개조한 친봉산장 외관. © 김주원


산장의 시그너처 메뉴인 아이리시 커피. © 김주원


붙임성 좋은 강아지 래미. © 김주원


산장지기 김현철 씨. © 김주원


평소 바다보다 산을 좋아하고 캠핑을 즐기는 남자는 제주로 적을 옮긴 후, 고민 없이 중산간 지대인 구좌읍 송당리를 낙점했다. 50년간 마구간으로 사용했던 축사를 뜯어 고쳐 자신이 꿈꾸던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다. 손가락이 절단되는 극한 부상까지 입어가며 6개월간 하루도 쉬지 않고 공사한 끝에 탄생한 친봉산장은 제주에서도 유일무이한 곳이다. 산장지기 김현철 씨는 애초에 영화 <인디아나 존스>에 나올법한 트리 하우스까지 구상했다고. 마당에 자리한 비자나무와 창고를 다리로 연결하고, 나무 아래 캠핑장을 만들어 취미가 같은 이들과 자연 속 낭만을 공유하는 꿈을 꾼 것이다. 안타깝게도 공사 중 태풍으로 나무 3그루가 연달아 쓰러지는 바람에 야심 찬 계획은 무산되고 말았지만.

굵은 빗방울을 피해 투박한 손길이 느껴지는 미닫이문을 힘껏 밀고 들어서자 산장의 운치가 극에 달한다. “산장은 비가 올 때 더욱 바쁩니다. 흐린 날에는 비를 피하러, 무더운 날에는 더위를 피하러 오는 곳이죠.” 김현철 씨가 말한다. 송당리는 오름과 숲으로 둘러싸여 바람이 많이 불고 기온이 다른 지역보다 2~3도 정도는 낮아 여름에 특히 서늘하다고. 그가 토치를 이용해 카페 곳곳에 놓인 양초에 불을 붙인다. 친봉산장에는 그의 취향이 오롯이 깃들어 있다. 한쪽 벽에 매일 타고 다니는 빈티지 바이크와 어릴 적부터 모아온 기타가 전시품처럼 자리한다. 15년간 수집한 가구와 소품은 곳곳에 펼쳐두었다. 마치 서부영화 세트장에 들어선 것처럼 볼거리가 무궁무진하다. 압권은 화장실 천장에 만든 다락방인데, 그는 실제 산장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밤낮없이 손님을 맞이한다. “산장에는 항시 주인이 있어야죠. 벽난로를 끄고 저마저 빠져나가면 산장의 의미가 사라져요.” 김현철 씨가 힘주어 말한다. 산장에 잠시 머무는 사람들은 주인장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직접 배워와 내리는 아이리시 커피를 홀짝이거나 벽난로에 바짝 붙어 수다를 떤다. 주방에서는 커다란 냄비에 비프스튜가 보글보글 끓고, 친봉산장의 마스코트 강아지 래미가 손님들 사이를 어슬렁거리며 재롱을 부린다. 이곳의 시간은 바깥보다 한 템포 느리게 천천히 흐르고 그 틈엔 낭만이 가득 들어찬 것 같다.


아이리시 커피 1만 원, 11:30am~10pm, 수요일 휴무, 010 5759 5456, 제주시 구좌읍 중산간동로 2281-3, 인스타그램 @jeju_deerlodge

미감이 넘치는 창고

달리센트

달리센트에는 감귤 저장 창고의 옛 모습이 남아 있다. © 김주원


양효신 씨가 직접 고른 다양한 소품들. © 김주원


종달리를 여행할 때는 차를 잠시 세워두고 구불구불한 골목을 천천히 걸으며 여행하길 권한다. 제주 동쪽 끝에 자리한 종달리는 지미봉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마을로, 주변에 5개의 오름이 에워싸고 있다. 본래 제주 최대의 소금밭이 있었고 철새가 머무는 종달리 바다와 우도로 향하는 항구도 자리한 동네다.

종달리 출신의 양효신 씨가 지난해 문을 연 달리센트에 들어서면 사방에 뚫어놓은 창으로 지미봉, 우도, 일주도로가 그림처럼 드리운다. 잡지 에디터 출신의 그녀는 서울 생활을 접고 제주로 내려와 자신이 자란 섬을 다시 한번 천천히 둘러보았다고 한다. 누구보다 발 빠르게 트렌드를 좇았던 감각을 발휘해 1년 동안은 인근에 새로 생긴 카페와 레스토랑, 숍을 제일 먼저 섭렵했다고. “남의 공간을 둘러보면서 자연스럽게 제 공간을 구상하게 되었죠.” 양효신 씨가 말한다. 애초에 크기나 위치는 그녀에게 중요치 않았기에 마을에 외딴섬처럼 자리한 감귤 저장 창고를 택했다. 할아버지 방에서 떼 온 창틀, 어머니가 쓰던 고가구, 그동안 자신이 모아온 소품으로 꾸민 달리센트는 허름한 외관과 달리 이국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오래된 철문을 밀고 들어오는 순간부터 제주스러움이 모두 사라지길 바랐다는 양효신 씨의 의도가 살아 있다. 달리센트에서는 양효신 씨가 각국에서 직접 공수해온 그릇과 디퓨저, 캔들, 문구류 등을 판매한다. 손수 모은 컬렉션답게 그녀는 모든 물건에 애정을 담아 손님에게 권한다. “전에는 항상 새로운 공간을 찾아다니기만 했는데, 지금은 제 취향이 담긴 곳으로 사람들이 찾아온다는 게 기분 좋아요.” 양효신 씨가 수줍게 웃으며 말한다. 여기서 쇼핑 팁을 건네자면, 달리센트에는 새로운 물건이 시도 때도 없이 등장하기 때문에 특별한 셀렉션을 ‘득템’하기 위해서는 꾸준히 그녀의 인스타그램을 들여다보는 게 유리하다.

영업시간과 휴무일은 매일 상이하며, 인스타그램으로 공지한다. 


제주시 구좌읍 종달리 1991, 인스타그램 @dalriscent_official

한낮의 피크닉 라운지

행온

숲에 둘러싸인 행온의 피크닉 존. © 김주원


행온 입구에 들어서면 이태원이나 청담동의 라운지 바가 연상되는 모던한 인테리어가 우선 돋보인다. 그리고 뒷마당으로 가면 이곳에만 있는 특별한 피크닉 존이 나타난다. 1년 전 제주에 내려와 행온을 손수 꾸민 윤정근 씨는 미국 포틀랜드를 여행하며 창고를 개조한 바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제주의 레스토랑과 카페 대부분 일찍 문을 닫다 보니 나이트라이프를 즐길 수 있는 ‘어른의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행온을 술만 파는 바로 한정 짓고 않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취향을 공유하는 복합 문화 공간으로 꾸려나갈 예정이에요.” 혹자는 행온에 들어서면 아직 공사가 덜 끝난 것으로 착각하기도 한다.

제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기자기한 소품이나 장식은 일체 배제한 실내는 텅 비어 보이기도 하니까. 애초에 윤정근 씨는 행온을 파티, 전시, 공연, 웨딩 등 다양한 이벤트 장소로 확장하고 싶었기에 거추장스러운 장식을 모두 거둬냈다. 필요에 따라 다른 공간으로 변신할 수 있도록 여지를 둔 셈이다. 대신 뒷마당의 피크닉 존만큼은 감각적인 솜씨를 맘껏 뽐냈다고. 하얀 천을 드리운 나무 덱에 피크닉 매트를 깔아 놓은 뒷마당에서는 샴페인과 디저트가 담긴 피크닉 박스를 옆에 끼고 하루 종일 망중한을 즐길 수 있다. 주인장이 직접 개발한 코툰캔디 샴페인은 솜사탕에 드라이와인을 부어 먹는 이곳의 시그너처 칵테일. 꿀과 견과류를 곁들인 브리치즈 플레이트와 함께하면 한낮의 피크닉 분위기가 배

코툰캔디 샴페인 2잔 1만4,000원, 12pm~10pm, 화 · 수요일 휴무, 제주시 구좌읍 행원로 151, 인스타그램 @hang_on_jeju

관련 키워드 : #국내여행, #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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