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영화]‘설리: 허드슨강의 기적’, 재난의 트라우마

영화 ‘설리: 허드슨강의 기적’

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
출연: 톰 행크스, 아론 에크하트, 로라 리니
장르: 드라마
상영시간: 1시간 36분
개봉: 2016년 9월 28일
관람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제공

# 2009년 1월 15일, 허드슨강에 불시착한 여객기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제공

한 남자가 악몽을 꾼다. 그는 많은 승객을 태운 여객기의 기장이다. 여객기는 이륙하자마자 양쪽 엔진을 잃고, 회항을 시도한다. 하지만 회항 도중 추락해 빌딩 한복판에 부딪혀 폭발하는 대형 여객기. 며칠 전 기적처럼 대형 참사를 면한 체슬리 설렌버거 기장(톰 행크스 분)은 사고의 악몽에서 깨어난다.

2009년 1월 15일, 미국 뉴욕 라과디아 공항. 승객과 승무원을 포함해 모두 155명을 태우고 공항을 출발한 여객기가 예기치 못한 조류 충돌로 인해 양쪽 엔진의 추진력을 잃는다. 출발지인 라과디아 공항으로 되돌아가려던 설렌버거 기장은 850m의 낮은 고도를 감안해 공항으로의 회항을 포기하고 가까운 허드슨강에 비상착수(非常着水)하기로 결정한다.

역사상 가장 낮은 고도에서 발생한 양쪽 엔진 손상. 155명의 생사가 달려 있는 위태로운 상황. 허드슨강에 불시착한 여객기는 어떻게 되었을까.

# 세 사람의 베테랑
 


배우 톰 행크스와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제공

공항으로 회항하지 않고 허드슨강에 불시착해 오히려 탑승객 전원을 구조하게 된, 이른바 ‘허드슨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이 이야기는 할리우드에서 두 차례에 걸쳐 영화화된 유명한 실화다. 2013년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이 만든 ‘플라이트’의 중요한 모티브가 되었고, 오늘 소개하려는 영화 ‘설리: 허드슨강의 기적’은 제목처럼 실제 인물 설렌버거 기장(이하 설리)의 자서전 ‘Highest Duty’를 토대로 영화를 만들었다. 그리고 이 영화를 통해 세 사람의 베테랑이 만난다.

영화를 연출한 사람은 베테랑 이스트우드 감독이다. 그는 70-80년대 할리우드 서부극의 명맥을 잇던 배우이면서, 연출작 ‘용서받지 못한 자’, ‘미스틱 리버’, ‘밀리언 달러 베이비’로 아카데미 작품상을 세 차례나 수상한 거장 감독이기도 하다. 최근 들어, 미 특수부대 네이비 실의 저격수 크리스 카일의 삶을 다룬 ‘아메리칸 스나이퍼’를 비롯해, 남아공 최초의 흑인 대통령 넬슨 만델라, 전설적인 그룹 포 시즌스 등 다양한 인물을 조명해 온 이스트우드 감독은, 설리 기장의 실화에서 영감을 받아 담담하면서도 묵직한 영화를 완성해냈다.

또 한 명의 베테랑은 주인공 설리 역할을 맡은 배우 톰 행크스. 미국을 대표하는 명배우답게 부연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화려한 필모그래피를 자랑하는데, 그 역시 실제 인물을 연기한 경력이 많다. 그에게 처음으로 아카데미 수상의 기쁨을 안긴 ‘필라델피아‘부터 ‘터미널’, ‘세이빙 MR.뱅크스’, ‘캡틴 필립스’, 최근작 ‘스파이 브릿지’까지 실제 인물을 실제보다 더 실감나게 연기해왔다. 그리고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과 처음 호흡을 맞춘 이번 영화에서 백발의 설리 기장을 연기한다.

# 필요한 순간, 필요한 곳에 있어야 하는 사람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제공

마지막 베테랑은 사고 당일 여객기 조종을 맡은 설리 기장이다. 2009년, 허드슨강에 불시착하는 사고가 발생할 때까지 42년 동안 수천 번의 비행을 하며 백만 명의 승객을 태웠지만 “평생 그렇게 위험한 짓 한 적 없”는 설리는 사고 당일, 라과디아 공항 회항이 아닌 과감히 허드슨강 비상착수를 감행한다. 이륙부터 비상착수까지 208초. 그 짧은 순간, 그는 계산이 아닌 자신의 직감을 믿었고 탑승객 전원을 살려내 그것이 최선의 선택이었음을 입증했다.

실화를 영화로 옮기는 과정에서 일부 내용이 각색되었지만 이야기와 영화를 받아들이는 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 자신의 영화에서 영웅적 면모를 지닌 인물을 수 차례 그려냈던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은 제목을 ‘설리’라고 지은 것처럼 이번에도 사건보다는 설리 기장의 내면에 더욱 초점을 맞춘다.

설리는 오랜 비행 경력으로 축적된 경험과 기지로 허드슨강 비상착수를 시도하면서도 내심 성공을 확신했다. 그래서 자신이 “영웅이 아니라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말하지만, 사람들은 “필요한 순간, 필요한 곳에 계셨다”며 그를 추켜세운다. 아이러니하게도 영화 속 설리는 끊임없이 악몽과 두려움에 시달린다. 비행기가 도심에서 추락하는 꿈과 망상, 자신이 사실은 영웅이 아니라 사기꾼은 아닐까 하는 두려움. 조종사로서 자신의 판단이 155명의 생명을 위태롭게 할 수도 있었다는, 버거울 정도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 재난의 트라우마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제공

3000명에 가까운 생명을 앗아간 2001년 9.11 테러 이후, 미국인들은 대형 참사 중에서도 특히나 항공기와 관련된 사고에 유독 민감해했다. 8년이 지나고 다시 한 번 큰일이 날 뻔한 사고에서 승객 전원이 생존하자 ‘기적’이라는 이름을 붙인 그들의 마음이 이해가 간다.

재난이 없는 재난 영화. 이 영화가 자국에서 1억 2000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흥행에 성공하는 동안, 우리나라의 많은 관객들과 평론가들은 영화를 보고 복잡한 감정을 느꼈다. 일례로 정성일 평론가는 자신의 트위터에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아무런 이해관계없이) ‘설리’는 보는 내내 부끄럽다. 이 영화는 우리가 세월호 앞에서 무엇을 잘못했는지를 거의 모든 쇼트에서 내내 물어본다. 손수건을 준비할 것. 흐르는 눈물을 참기가 어렵다”고 썼다. 수많은 관객과 평론가가 영화를 보고 세월호 참사를 언급했다.

영화 속에서, 강에 불시착한 항공기에서 승객들을 가장 먼저 구출해내려는 기장과 승무원들. 사고 소식을 듣고 재빠르게 달려온 각지의 구조원들 덕분에 20여분 만에 155명이 전원 구출된 기적 같은 이야기를 보면서, 우리는 정반대의 의미로 1091일만에 간신히 인양된 세월호의 모습이 떠올릴 수밖에 없다. 재난의 트라우마다. 304명의 국민들을 속수무책으로 떠나 보내야 할 수밖에 없었던, 철저한 시스템의 부재 상황을 겪은 우리에게 영화 속 이야기는 우리의 현실과 너무나 동떨어져 보이는 드라마다.

내일(16일)이면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3년이 되는 날이다. ‘이제 그만하자’는 말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우리는 세월호 참사가 왜 일어났는지, 왜 304명의 승객들을 구조할 수 없었는지 아무것도 밝혀내지 못했다. 그리고 아직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9명의 사람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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