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4명 … 기본 3시간, 1시간 2만원
섬진강·메타세쿼이아길 등 네 코스
현지인만 아는 맛집 방문은 덤
곡성 관광택시 기사 10명 중 유일한 여성인 박애자씨가 택시에서 내려 메타세쿼이아길에서 손님에게 설명하고 있다.
부산이야 그렇다 쳐도 인구 3만 명에 불과한 소읍 곡성에서 관광택시가 웬말인가 싶지만 의외로 실적은 좋은 편이다. 택시 10대로 2017년 3월 본격적으로 운영을 시작한 이후 8월까지 270개 팀(약 810명)이 이용했다. 심세희 곡성군 지역활성화과 팀장은 “곡성까지는 기차로 찾아오기 편하지만 곡성 안에서는 교통 인프라가 부족하고 렌터카 업체도 없어 구석구석 여행하기 어려웠다”며 “관광택시 도입으로 곡성 방문객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년층·가족단위 여행객 이용 많아
신라 때 원효대사가 창건한 도림사.예로부터 도인들이 많이 찾아왔다고 한다.
택시는 동악산 도림사로 향했다. 곡성에는 태안사·관음사 등 다른 천년고찰도 많지만 도림사는 특히 계곡이 아름답기로 소문났다. 과연 절 입구부터 계곡물에서 물놀이를 즐기는 사람들이 있었다. 계곡 곳곳에는 바위에 새긴 글씨도 보였다. 박씨는 “조선 때 계곡에서 풍류를 즐기던 시인묵객의 작품”이라고 말했다. 불이문을 통과하자 박씨가 사찰 역사를 훑어줬다. 웬만한 문화관광해설사 못지않게 해박한 지식을 자랑했다.
박씨의 휴대전화가 쉴 새 없이 울렸다. 통화 내용은 대부분 비슷했다. “응, 할머니. 나 오늘 관광 나왔당께. 다른 택시 보내드릴게. 좀만 기다리셔잉.” 병원 다니는 어르신 단골이 많단다. 초고령화 지역인 곡성은 2015년 65세 이상 노인이 100원(나머지 요금은 군 지원)을 내고 이용할 수 있는 ‘효도택시’를 시작했다. 곡성군에 등록된 택시 65대가 모두 효도택시다. 곡성에서 택시는 이렇게 효도와 관광을 책임지는 효자인 셈이다.
2016년 22번째 국가습지로 지정된 침실습지.
호젓한 강변을 따라 드라이브를 즐기다가 샛길로 빠졌다. 만개한 배롱나무꽃이 줄지어선 다소곳한 길이 이어졌다. “자, 이곳은 2016년 국가습지로 지정된 침실습지입니다요. 새벽 물안개 필 때 오면 기막힌 장관이 펼쳐지죠잉.” 박씨와 함께 계단을 내려가 습지까지 걸어 내려갔다. 덤불 속에서 슥슥 소리가 났다. 고라니 아니면 삵 같은 동물이 있는 게 분명했다. 침실습지에는 멸종위기 야생동물을 비롯해 665종의 생물이 산다고 한다.
카페 푸른낙타에서는 안태중 작가가 만든 공예품을 살 수 있다.
박씨가 다음으로 안내한 곳은 ‘김종권 독도사진전시관’이었다. 김종권(65)씨는 한국에서 내로라하는 산악사진·독도사진 전문가다. 고향은 전남 순천이지만 곡성군에서 폐교(옛 동계초등학교)를 공짜로 내준다 해서 2007년 사진전시관을 열었다. 지금도 해마다 두세 번 대형 카메라를 이고 독도를 찾아가 촬영한다. 사진전시관은 캠핑장으로도 쓰이는데, 운동장 한쪽에는 나무 줄기에 통나무집을 얹어 놓은 트리하우스도 있었다.
곡성 관광택시 박애자 기사.
박씨와 헤어지고 오후 6시50분 서울행 KTX 기차를 탔다. 편한 당일치기 여행이었다. 하지만 택시가 없었더라면, 아니 곡성을 잘 아는 택시 운전기사가 없었더라면 좌충우돌 피곤한 여행이었을 거다.
곡성까지는 기차가 편하다. KTX 서울(용산)~곡성역 2시간10분 소요. 관광택시는 4개 코스가 있다. 여행 코스는 기사와 조율할 수 있다. 3시간 6만원이며, 추가 1시간당 2만원이다. 최대 4명 탑승 가능. 전화(1522-9053)나 홈페이지(gokseongtaxi.modoo.at)에서 예약하면 된다. 관광지 입장료는 별도다. 도림사 어른 2000원, 어린이 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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