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 라이프, 한국에선 과연 불가능할까

내 의견 강요 않고, 나만 특별하거나 탁월하다는 생각 버리면
우리도 북유럽 사람들처럼 훨씬 자유롭고 행복해질 수 있다


정여울 작가

혼수와 예물을 과감히 축소한 ‘스몰 웨딩’이 깜짝 유행을 넘어 급속히 대중화된다는 뉴스를 들으니 반가운 마음이 앞선다. 결혼식 촬영이나 분장도 스스로 척척 해내고, 결혼식장이 아닌 작은 카페나 옥상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신혼부부의 모습이 더욱 아름다워 보였다. 아루 파루타넨의 『우리는 미래에 조금 먼저 도착했습니다』라는 책에서 핀란드 사람인 저자는 미국인 남자친구의 프러포즈를 받을 때 마치 당연한 수순인 듯 다이아몬드 반지를 선물받았는데, 그 반지를 만지작거릴 때마다 마치 『반지의 제왕』의 골룸이 된 것처럼 복잡한 심경에 사로잡힌다. 절대반지를 사랑하면서도 그것 때문에 고통받는 골룸처럼, 그녀 또한 반지로 인해 기쁘면서도 왜 꼭 다이아몬드 반지를 받아야 사랑이 증명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다. 북유럽의 절제된 라이프스타일에 익숙한 핀란드인에게 자신의 경제력을 증명하며 결혼을 요청하는 미국 남자의 프러포즈는 너무나 낯설었던 것이다. 행복한 결혼생활의 상징이 왜 ‘돈’이 돼야 하는가. 결혼반지나 예물에는 왜 남자의 경제력이 표시돼야 하는가.

그녀는 경쟁과 자기과시, 성공과 돈을 중시하는 미국 문화에 적응하지 않기로 결심한다. 오히려 북유럽적인 삶의 가치, 즉 소박함과 근검절약을 결코 부끄러워하지 않는 문화, 부정부패나 비리를 찾아보기 힘든 청렴결백한 조직문화, 일과 경쟁보다는 휴식과 자기성찰을 중시하는 문화, 속물적인 행복보다는 마음의 평화와 여유를 찾는 소소한 삶의 기쁨을 전파하기로 마음먹는다. 이 꿈같은 북유럽 라이프가 과연 그림의 떡이기만 할까. 우리도 이런 행복과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준비를 지금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스몰웨딩을 아쉬워하지 않고 오히려 적극 실천하는 젊은이들이 이렇게 많은 사회, 경쟁에 찌든 입시문화에서 ‘어떤 아이도 주눅들지 않는 핀란드식 교육’을 동경하는 학부모가 이렇게 많은 사회이니, 우리에겐 분명 희망이 있다.

사회제도의 변화를 지금 곧바로 시작할 순 없더라도, 각자의 일상 속에서 지금부터 시작할 수 있는 북유럽적인 삶의 가치는 무엇일까. 첫째, 탁월함에 대한 강박에서부터 자유로워져야 한다. ‘나는 특별해야 한다’는 생각, 모든 면에서 뛰어나고 출중해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어른들의 행복뿐 아니라 어린이들의 아이다운 삶까지 위협받고 있지 않은가. 둘째, 상품을 소비하는 쾌락을 자제하고 내가 직접 손으로 만지고 내 삶을 가꾸는 일을 시작해 보자. 북유럽에서는 유치원생도 손수 목공을 배우고 바느질을 배운다. 그들은 저마다 ‘내 집과 내 살림을 아름답게 가꾸며 인생을 즐기는 일’에 아낌없이 투자한다. 소비지향적인 습관은 ‘충분히 내가 할 수 있는 일’조차도 타인의 서비스에 의존하게 만든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남의 손에 맡기려 할 때 불필요한 권력이 발생하고 억압적인 위계감정이 발생하게 된다. 내 삶의 형태와 빛깔을 스스로 결정하고, 스스로 가꿀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을 때 ‘모든 것을 남탓으로 돌리기’라는 악습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셋째, 행복의 기준을 외적 조건이 아닌 내적 충만함으로 바꾸자. 이것은 매우 쉬워 보이지만 엄청나게 어려운 관점의 전환이다.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이 비교와 질투와 뒷담화와 속물주의에 절어 있기에. 남의 옷차림, 집주소, 자동차로 그의 행복을 판단하는 악습을 끝장내야 한다. 

명절에 친하지도 않은 친척에게 ‘결혼해라, 애 낳아라, 취직해라, 공부해라’고 강요하는 무례함을 끝장내야 한다. 이 거대한 습속의 대전환이 어찌 쉽겠는가. 그러나 분명 할 수 있다. 지금보다 더 많은 사람이 시작하기만 한다면. 개인의 자존감을 넘어 공동체의 존엄을 상상하는 더 크고 깊은 집단지성을 추구하기만 한다면. 우리는 특별하지 않음으로써, 탁월하지 않음으로써, 남에게 내 의견을 강요하지 않음으로써 지금보다 훨씬 자유롭고 행복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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