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오름 정상에서 바라본 풍경(사진=제주관광공사)
제주도에는 360여 개의 오름이 있다. 그 중에서 그 당당함을 기준으로 2개를 고르라면, 동쪽의 월랑봉(다랑쉬오름)과 서쪽의 금악을 꼽을 수 있다. 금오름은 제주 한립음 금악리에 자리하고 있다. 일명 검은오름이라고 부른다. 해발 437.5m다. 정상 부근까지 자동차로 올라갈 수 있는 오름이다. 금오름의 ‘금’은 신성한 의미를 지닌 고대어 ‘감 · 검’에 대응하는 것으로 ‘금오름’은 신성한 오름의 의미를 지닌다는 해석이 있다.
남측 정상에 통신기지국이 설치돼 있고 목장이 조성돼 있어서 시멘트 포장도로가 닦여져 있다. 금오름 분화구 가운데에는 ‘금악담’이라는 화구호가 있다. 호수 주변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는 소떼의 모습은 말 그대로 목가적이다. 분화구 둘레의 길이는 약 1.2km로 한바퀴 도는 데 30분이면 충분하다. 북측 정상에서는 한라산, 새별오름, 이시돌목장, 협재해수욕장 등 그림엽서 같은 풍경들을 한껏 감상할 수 있다.
오목하게 패인 오름 정상부 화구에 순박하게 담겨있는 물. 밤사이 목마른 노루들이 목을 축이거나, 어쩌면 초승달이 물 위에 자기 자신을 비추며 외로움을 달래는 공간일 수도 있겠다. 금오름은 정상에 왕매라고 불리는 화구호가 있는 제주에서 몇 개 되지 않는 오름 중 하나로 나무와 수풀이 우거진 호수와 평화로운 초록색 밭과 푸른 바다를 한 눈에 담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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