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변 참다가 기절했어요"…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다

어린 시절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학생 조회를 하던 때를 생각해보자. 뜨거운 볕 아래 교장 선생님의 끝없는 말씀이 이어지다 보면 갑자기 픽하고 쓰러지는 친구들이 있었다.금세 기운을 차렸지만, 건강하던 그 친구는 왜 갑자기 쓰러졌을까? 여기에 그 답이 있다.

[있을까 없을까] 소변 참다가 기절… 나한테도 일어날 수 있을까?

출근길 지하철 안. 몇 정거장만 더 가면 내리는데 소변을 참기가 어렵다. 다른 생각도 하고, 다리도 비비 꼬아 보지만 그럴수록 화장실 생각이 더 간절해진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있는데 실례하면 어쩌지' '지하철은 왜 이렇게 느리게 가는 거야' 긴장감에 휩싸여 식은땀이 흐르던 그 순간, 온몸에 힘이 빠지는 느낌이 들고 시야가 흐릿해지더니 정신을 잃었다. 소변 참아보려다 기절한 것이다. 실제로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 것일까?

대소변 오래 참으면 '실신'까지 한다?

/조선일보DB

특별한 질환 없는 사람에게서 발생하면 '심장신경성 실신'
위의 상황에 대한 답을 먼저한다면, 소변 참아보려다 실신하는 일은 실제로 있을 수 있다. 이런 경우를 '혈관미주신경성 실신'이라고 하는데, 배뇨·배변·기침 등의 특수한 상황에서 발생한다.

혈관미주신경성 실신을 포괄하는 상위 개념은 '심장신경성 실신'이다. 심장신경성 실신은 배뇨·배변·기침·공복·과식 등 상황적 요인뿐 아니라, 정신적 질환, 격한 운동, 약물 복용 등의 다양한 요인으로 인한 실신을 말한다. 

이같은 심장신경성 실신을 경험한 사람 중에는 평소 질환이 없고 건강해 보이는 사람들이 많다. 그 이유는 실신 자체가 병명이 아닌 여러 원인에 의해 나타나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정상인 100명 중 3명은 평생 한 번 이상 이런 경험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변 참다가도 실신, 격한 운동 직후에 실신… 심장신경성 실신은 왜 일어나는 것일까?

/시니어조선DB

실신을 유발시키는 요인들
심장신경성 실신을 겪었던 사람들을 조사해보면 실신을 유발하는 방아쇠적 역할을 하는 요인들을 발견할 수 있다. 대표적 요인이나 상황을 정리해봤다.

● 장시간 부동자세로 서 있는 상태
● 더운 날 과격한 운동 직후
● 염분 섭취 제한이나 이뇨제 복용 상태
● 역겨운 냄새
● 피 흘리는 끔찍한 광경
● 감정적으로 격하거나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은 상태
● 알코올 섭취
● 배뇨, 배변, 기침 등

어떤 사람은 교통사고나 큰 부상을 입어 피범벅이 된 사람을 눈 앞에서 보거나, 영화 속 피 튀기는 잔인한 장면을 봤을 때와 같은 극한의 공포 상황에서 얼굴의 핏기가 사라지며 순간적으로 정신을 잃기도 한다.

배뇨성 실신의 경우에는 젊은 남자가 음주 후 서서 소변을 보다가 잘 발생한다. 소변을 거의 다 본 직후에 실신하기 때문에 외상 위험이 있다. 배변성 실신의 경우에도 심한 복통으로 화장실에 가서 앉아 있다가 갑자기 식을 땀을 흘리고 어지럼증을 느끼다 쓰러지는 것이 특징이며 이 경우에도 외상의 위험이 있다.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김준수 교수팀이 지난 1995년부터 10년간 심장신경성 실신으로 진단된 1051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를 보면 남성과 여성 사이에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남성에게 배뇨성 실신(20.0%)이 배변성 실신(9.3%)보다 흔했고, 여성의 경우 배변성 실신(16.3%)이 배뇨성 실신(5.2%)를 앞질렀다.

가족 구성원 중 심장신경성 실신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청소년기에 신체적으로 갑자기 자라는 시기 이후로 첫 실신을 경험하기도 한다. 젊은 여성의 경우에는 실신이 월경 시 자주 발생하기도 한다.

이밖에도 가톨릭대학교 성가병원 순환기내과 임창현 교수의 말에 따르면 "젊고 마른 사람, 다이어트를 하는 여성, 오랫동안 서서 일하는 사람이 실신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시니어조선DB

실신이 일어나는 과정과 그 전조 증상
심장신경성 실신은 교감신경과 부교감 신경이 피드백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일어난다. 극도로 긴장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교감신경이 흥분해 심장박동수가 증가하고, 혈액이 뇌·심장·근육으로 집중하게 된다.

이때 몸의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 부교감 신경이 함께 작용하는데, 이 과정에서 부교감 신경이 지나치게 활성화되면 심장박동수가 급격히 감소해 뇌로 가는 혈류가 일시적으로 멈추거나 부족해져 의식을 잃고 실신하게 되는 것이다.

실신 전 단계의 증상은 전신 무력감, 하품, 식은땀, 상복부 불쾌감, 어지럼증, 시야 흐려짐, 두통, 오심, 구토 등이 있다. 대부분이 실신이 발생하기 수초에서 수분 정도 사이에 나타난다. 하지만 고령 환자의 경우에는 이런 증상 없이 갑자기 의식을 잃는 경우도 있다.

평평한 곳에 눕힌 뒤 양쪽 발을 높이 올려주는 모습.

실신 후 대처법
실신한 사람은 피가 다시 돌 때까지 약 10초 정도 의식을 잃었다가 스스로 되찾는다. 기억은 혼란스럽지 않지만, 두통·어지럼증·오심 등이 일부 남아 있을 수 있으므로 누운 상태에서 충분히 숨을 고르고 땀이 식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주변에서 누군가 *앞으로 실신하는 것을 봤다면, 먼저 평평한 곳에 눕힌 뒤 양쪽 발을 높이 올려주는 것이 좋다. 실신한 사람이 의식을 회복했다고 해서 바로 일으키기보다는 누워서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 실신으로 인한 외상이 있는지를 살펴 치료가 필요하다면 가까운 병원으로 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뇌에 문제가 있을 경우엔 대부분 뒤로 쓰러지지만, 미주신경 실신은 심혈관과 관련된 증상이기 때문에 앞으로 쓰러지는 경우가 많다.)

혈압을 높이기 위해, 다리를 교차한 상태에서 힘을 주거나,양손을 겹쳐서 서로 미는 모습.

실신 예방 및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심장신경성 실신은 심장 돌연사의 위험성은 매우 낮지만 실신으로 인한 외상이 발생할 수 있어서 실신 전조 증상이 있을 때 상황이 더 진행되지 않도록 빠른 조처를 취해야 한다.

● 매일 30분 이상 걷는 등 유산소 운동
● 커피나 술은 교감신경을 자극해 혈압과 심장 박동수를 올리므로 자제하기
● 실신 전조 증상을 느끼면, 즉시 앉아서 눕거나 휴식 취하기
● 다리 꼬거나 양손을 겹쳐 서로 미는 동작 하기

누울 수 없는 경우에는 양다리를 교차한 상태에서 다리, 복부, 엉덩이 근육에 힘을 주거나, 제자리에 쪼그리고 앉거나, 양손을 꽉 잡고 팔 근육에 힘을 주어 당기는 방법을 사용하면 의식을 완전히 잃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 한 달에 2회 이상 실신한다면, 병원에 가보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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