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초기 공룡군의 해부학적 특징을 골고루 가지고 있어 ‘프랑켄슈타인 공룡’이란 별칭을 얻었던 칠레사우르스(Chilesaurus)의 진화적 미스테리가 밝혀졌다.
※ 프랑켄슈타인 : 영국 소설 ‘프랑켄슈타인’에서 죽은 인간의 뼈에 생명을 불어넣은 방법을 알아낸 제네바의 물리학자의 이름. 본래는 괴물을 창조해 낸 소설 속 과학자의 이름이었지만, 다양한 영화와 만화에 등장하면서 과학자가 만든 괴물을 가리키는 말로 변질됐다. 인간이지만 인간이 될 수 없는 중간적인 존재로서 종을 규정할 수 없는 괴물을 뜻한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연구팀이 약 1억 4500만 년 전 후기 쥐라기 시대에 살았던 초식성 소형 공룡 칠레사우르스가 초기 조반류 공룡의 하나이며, 육식성의 수각류 공룡으로 갈라지기 위해 진화하는 단계의 종이었다는 연구 결과를 16일(현지시각) '영국학술원생물학저널'에 발표했다.
칠레사우르스는 키가 늑대와 비슷하며 머리에서 꼬리까지 길이는 약 3m다. 브론토사우르스처럼 용반류(Saurischia) 공룡을 닮은 뒷다리와 조반류(Ornithischia) 공룡의 엉덩이뼈, 티라노사우르스 같은 수각류(Theropoda) 공룡의 체형과 짧은 앞다리를 가졌다. 이처럼 여러 해부학적 특성을 동시에 가져 프랑켄슈타인처럼 진화적으로 분류하기 어려운 종이었다.
도마뱀형 엉덩이뼈를 가진 육식 공룡인 수각류 역시 용반목 공룡으로 분류됐었으나 지난 3월 연구팀이 ‘네이처’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조반목 공룡으로 분류군이 변경됐다. 당시 수각류와 조반류 공룡 사이에서 턱의 후방 표면에 세로로 날카롭게 솟은 뼈의 모양, 눈의 천공 가장자리와 떨어진 광대뼈 등 21개의 유사점을 발견한 것이다.
연구팀은 수각류와 조반류를 포함한 새로운 분류군 '오르니소스셀리다(Ornithoscelida)'목을 새롭게 명명한 바 있다. 현재 학자들 사이에선 화석 자료가 적은 초기 공룡의 진화 과정을 알기위해 골반뼈와 같은 한 가지 지표가 아닌 여러 해부학적 형태를 통합 비교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으는 추세다.
칠레사우르스의 비밀을 밝히기 위해 연구팀은 73개의 밝혀진 공룡분류군의 457가지 특징점을 점수로 환산해 비교했다. 그 결과 칠레사우르스가 턱뼈에 이빨이 적은 것은 초식인 조반류 공룡의 대표적 특징으로, 엉덩이뼈가 뒤로 후퇴하듯 기울어진 것 또한 치골과 엉덩이뼈가 나란한 조반류 공룡이 가진 엉덩이뼈의 초기 형태라고 분석했다.
논문 제1저자인 케임브리지대 매튜 바론 박사는 “칠레사우르스는 우리가 새롭게 명명한 오리니소스켈리다목의 초기 공룡에 속할 것”이라며 “수각류와 조반류가 갈라진 직후의 종으로 두 가지 특성을 동시에 갖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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