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선의 품위

JTBC ‘품위있는 그녀’는 마치 김희선의 영상 화보집처럼 보인다. 전신 숏은 패션화보고, 클로즈업 숏은 뷰티화보다. 그는 화려한 옷과 부드러운 색감의 메이크업을 선보이며 소위 ‘교양 있는’ 부잣집 며느리를 연기한다. 이름도 ‘우아진’이다. 상대가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을 해도 최대한 웃으면서 응대하고, 웬만해서는 언성을 높이지도 않는다. 화가들의 이름과 화풍을 줄줄 꿰고, 재능 있는 신인 작가를 발굴하는 능력도 갖췄다. 아름답고 지적이며, 현명하기까지 한 여성. 사회에서 요구하는 상류층 여성의 요건이 어떤 모습인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인물인 셈이다.

그러나 우아진은 이혼 법정에서 “결혼의 무게가 나도 남편만큼 가벼웠다. 이 남자가 나에게 최고의 안락함을 줄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이제 와서 그 결정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알게 됐다.”며 자신의 선택을 후회한다. 아직도 ‘여성에게는 외모가 가장 중요한 권력’이라고 여기는 사람이 많은 세상에서, ‘외모 권력’의 가장 상층부에 있는 여성이 그런 편견에 갇혔을 때의 실패를 말한다. 이것은 ‘김희선’이라는 이름을 생각하면 예상치 못한 반전이다. OLIVE ‘섬총사’에서 강호동과 정용화가 주변에 핀 꽃들을 보며 “김희선이 많다.”고 하자 “이 세상에 꽃은 나 하나야.”라고 말하는 것이 김희선이다. 그는 누구보다 자신의 외모가 가진 힘을 잘 알고 있다. JTBC ‘아는 형님’에서는 “전지현, 김태희 중에 누가 예쁘냐”는 질문에 망설임 없이 “김희선”이라고 대답할 정도다. 그러나 ‘아는 형님’은 많은 여성 출연자들에게 중년 남성 패널들이 짓궂은 질문을 던져 당황하는 모습을 즐기는 것이 하나의 패턴이다. 이런 프로그램에서 김희선은 오히려 자신의 외모에 당당한 모습을 보이며 패널들의 질문을 좋아하는 여자애에게 치근대는 수준의 쓸데없는 농담으로 만든다. 데뷔 후 연예계에서 외모가 가진 힘을 알고 있던 그는 그것을 숨기지 않고 종종 자신에게 요구되는 우아함 대신 외모가 가진 힘을 드러낸다. ‘품위있는 그녀’의 우아진 역시 학력과 직업으로 상대를 깔보는 남편에게 “당신이 더 무식하다.”고 눈을 흘기고, 남편의 내연녀가 집 소유권을 주장하자 “독도가 누구 땅이냐. 깃발만 꽂으면 다냐.”며 받아치기 시작한다. 김희선은 여성이 아름다운 외모만으로 품위를 지킬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왜 자신이 이런 캐릭터를 연기해야 했는지 설득한다. 연예계에서 손에 꼽히게 드문 위치에 있던 자신의 정체성을 여성의 현실에 대입한 것이다.
우아진은 스튜어디스 출신으로, 항상 웃는 낯과 누구에게나 다정할 것을 요구받았다. 김희선 역시 과거라면 아름다운 스튜어디스로서의 모습만을 보여주는 트렌디 드라마 속 주인공을 연기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 그는 그 스튜어디스가 결혼한 이후의 삶을 그린다. 그는 자신의 아름다운 외모를 활용하면서, 그 이면의 실패까지 보여주기를 꺼려하지 않는다. 처음에는 남편에게 눈썹 문신을 시켜서까지 외도를 막아보려 했던 우아진이, 회사 지분을 넘겨주겠다는 시아버지를 향해 “그 조건이 결혼을 유지하는 거라면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말하는 장면은 그래서 통쾌하다. 김희선과 우아진 모두 자신의 현재를 인정하면서 여성으로서의 삶을 확장해나간다. 이것이, 품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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