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백화장품 알고 쓰기

신규옥의 미용학 개론

얼마 전 2016년 화장품 생산 실적에 대한 식품의약품안전처 발표 기사를 읽었다. ‘화장품산업의 무역수지 흑자 3조원 시대!’

사실 화장품산업이 승승장구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화장품 무역수지는 줄곧 적자를 면치 못하다가 2012년에 이르러서야 흑자로 돌아섰는데, 이후 급성장을 거듭하며 매년 새로운 기록을 세우고 있는 것이 참으로 놀랍다. 여전히 우리는 프랑스에서 가장 많은 화장품을 수입하고 있지만 이제 우리나라도 프랑스뿐 아니라 이탈리아, 스페인 등지에 우리 화장품을 수출하고 있다니 얼마나 반가운 일인가. 그중에서도 기능성화장품 분야의 꾸준한 성장세가 한몫을 담당했고, 특히 미백화장품은 15년 대비 62.9%나 증가해 깨끗하고 하얀 피부에 대한 선호도가 반영됐다는 의견도 함께 제시되었다.

‘악마의 발명품’ 백분
문득 방학을 이용해 학교 탐방을 다녀간 싱가포르 피부미용 전공자들이 생각났다. 중국계, 이슬람계 등 다양한 인종으로 구성된 탐방단은 같은 또래의 우리 학생들과 만난 자리에서 어떻게 이렇게 피부가 하얗고 예쁜지 입을 모아 물었고, 무슨 화장품을 사서 어떻게 관리해야 피부가 하얘지는지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조언을 구하던 기억이 난다. 깨끗하고 환한 피부가 진리는 아니건만 사람들의 하얀 피부에 대한 로망은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리고 그 가운데에는 뼈아픈 경험도 있다. 유럽에서 문화적 암흑기를 거쳐 르네상스 시대가 도래하자 여성들은 마음놓고 치장하기에 열을 올렸는데, 당시에는 피부를 전체적으로 하얗게 하는 것이 화장의 기본이었다.

그래서 백분을 이용해 얼굴과 목, 가슴까지 여러 겹으로 하얗게 덧칠 하는데, 그렇게 해야 빨간 입술 등 색조화장이 돋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백분 속에는 수은이나 납등 중금속이 가득했다. 교황 유리우스 3세의 주치의는 백분을 ‘악마의 발명품’이라고까지 평했다. 이런 유행은 우리나라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국내에 수은 분가루가 들어온 것은 조선 말기였다. 수은에 명반염을 섞어 만든 것으로, 이전에 사용하던 연분 등에 비해 밀착력이 강하고 일시적으로 피부를 부드럽게 만드는 기능이 있었다. 하지만 수은은 피부에 쉽게 스며들어 괴사를 일으키기도 하고 간이나 신장을 급격히 손상시키는 등 다양한 증상의 중금속 중독을 일으켜 큰 문제가 됐다. 역설적으로 화장품의 선택과 적용이 건강에 얼마나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지 일깨워준 사건이다.

사람마다 피부색은 왜 다를까
사람은 왜 각자 다른 피부색을 갖는 것일까. 사람 피부색에 크게 영향을 끼치는 요소로는 멜라닌(Melanin)과 카로틴(Carotene), 그리고 혈액 적혈구 내 헤모글로빈(Hemoglobin)을 꼽을 수 있다. 카로틴이 몸속 지방을 누렇게 보이도록 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면, 헤모글로빈은 울혈된 부위가 붉게 보이도록 한다. 피부색에 가장 많이 관여하고 있는 색소인 멜라닌은 표피 기저층의 멜라노사이트에서 형성된다. 멜라노사이트에서는 햇빛 등 자극을 받으면 티로시나아제(Tyrosinase)라는 산화효소가 작용하여 티로신(Tyrosine)의 산화과정을 시작으로 멜라닌 색소를 만들어낸다. 백인종이나 흑인종이나 조물주에게 받은 멜라노사이트는 일정하지만 그 결과로 만들어지는 멜라닌 색소의 양과 표피로의 이행 정도 등에 따라 피부 색깔이 결정되는 것이다.

또한 멜라닌은 눈동자나 머리카락 등에도 영향을 미치며, 흑갈색으로 발현되는 유멜라닌과 황적색으로 발현되는 페오멜라닌으로 종류가 나뉜다. 페오멜라닌이 많은 ‘빨간머리 앤’의 주근깨는 동양인처럼 짙은 갈색이 아닌 노란색에 가까울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일반인이 이해하기에는 조금 복잡할것 같은 이 과정을 간략하게나마 설명한 이유는, 바로 미백화장품의 원리를 이해할 수 있는 기초 이론이기 때문이다. 결국 미백화장품은 멜라닌이 어떻게 생성되는지 그 경로를 파악하고 각각의 경로에 따라 연구를 진행하여 그에 따른 각기 다른 처방과 원료를 대입해 개발되고 있다.

미백화장품의 원리는 외부 자극이 멜라노사이트로 전달되지 못하도록 차단하는 방법, 멜라닌 색소 생성에 필수적으로 관여하는 효소인 티로시나아제의 합성을 억제하거나 활성을 저해하는 방법, 생성된 멜라닌을 환원시키는 방법, 빠른 각질 탈락을 통하여 배출을 촉진하는 방법 등이 적용된다. 미백제의 대표적인 성분으로 알려진 알부틴(arbutin)이나 닥나무추출물, 상백피추출물, 감초추출물 등은 모두 티로시나아제 효소 활성을 억제시키는 성분이며, 카모마일추출물은 자극 전달을 차단하거나 조절한다. 또한 비타민C나 코엔자임Q10 등은 멜라닌 색소를 다시 환원시키는 대표적인 성분이며, AHA나 BHA를 이용한 각질 탈락법을 통해 빠르게 멜라닌 색소를 제거한다.

콜라겐과 비타민C, 아침·저녁 달리 사용 권고
유효성분은 각각의 주의사항과 특징이 있으니 이를 잘 파악해야 한다. 대표적으로 비타민C는 티로시나아제에 반응하여 멜라닌 생성을 억제하는 작용과 진한 멜라닌을 옅은 멜라닌으로 환원시키는 작용, 두 기능을 모두 가진 매우 유용한 미백화장품 성분이다. 그러나 수용성이라서 피지막으로 둘러싸인 피부장벽을 뚫고 흡수 시키기가 매우 어렵다. 아무리 좋은 성분이라 할지라도 피부 겉에만 머물러 있으면 효능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전기기기를 이용하여 이온화된 비타민C를 피부에 흡수시키는 방법, 즉 전기영동법을 통하여 흡수시키는 것이 좋다. 또 콜라겐 생성을 돕는 역할을 하지만 둘을 함께 쓰면 효과가떨어지므로 콜라겐과 비타민C를 동시에 사용할 때에는 아침·저녁 등 시간을 달리하여 피부에 바르기를 권한다.

한때 대표적인 미백 소재였던 코직산(kojic acid)이 갑상선암과 관련 있다는 문제가 제기되면서 사용이 금지됐다. 또 최근에는 미백, 주름, 자외선 차단 3종에만 적용되던 기능성화장품이 7종이나 더 지정되어 총 10종으로 늘어났다. 과학기술의 발전, 그리고 우리 생활 환경의 변화에 맞춰 화장품뿐 아니라 피부관리 방법도 계속 진화할 것이다. 지속적으로 정보를 습득하고 내 피부에 적용해보는 최소한의 노력이야말로 깨끗하고 건강한 피부관리의 핵심이 아닐까.

신규옥 을지대 미용화장품과학과 교수. 한국미용학회 이사이며, 미용산업문화학회 부회장이다. 원주MBC 편성제작국 아나운서를 지낸 적이 있고, 《New피부과학》, 《미용인을 위한 New 해부생리학》 등 다수의 책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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