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걸 두고 행복한 고민이라고 한다. ‘제14회 이비에스(EBS) 국제다큐영화제’는 역대 최다 출품작(78개국 1168편), 역대 네번째로 많은 상영작(24개국 70편)을 자랑하지만, 그래서 우리를 깊은 고민에 빠뜨린다. 모든 걸 챙겨 보기엔 일상이 너무 바쁘기 때문이다. 신은실 프로그래머가 심사숙고했다. ‘이비에스 국제다큐영화제’에서 당신이 놓치지 말아야 할 다섯편이다.
■ 브이아르를 도입하다 <흔적들> 다큐멘터리 제작 기법의 성장을 느낄 수 있다. 다큐멘터리에서 이례적으로 브이아르(VR·가상현실) 기법을 활용해 360도 촬영 등 새로운 미장센을 시도했다. 오스트레일리아(호주) 마르투족 원로인 니아리 모르간의 고향으로 가상여행을 떠나는 내용인데, 전통을 유지하며 살았던 니아리가 핵실험을 목격하는 등 서구 문명·과학기술을 접하는 장면 등에서 브이아르가 효과적으로 활용된다. 리넷 월워스 감독. 2016년. 미국 제작. 교육방송 본사 1층.
<도슨 시티: 얼어붙은 시간>. 교육방송 제공
■ 음악과 다큐의 앙상블 <도슨 시티: 얼어붙은 시간> 적재적소에 사용된 음악은 다큐멘터리의 극적 효과를 높인다. 그런 음악의 힘을 제대로 드러내는 작품이다. 캐나다 황금광 시대의 주무대인 도슨 시티의 독특한 역사를 보여주는데, 아이
슬란드 국민밴드 시규어 로스의 멤버 욘시와 작곡가 알렉스 서머스의 협업으로 만든 미스터리한 음악이 호기심을 증폭시킨다. 빌 모리슨 감독. 2016년. 미국 제작.
24일 오전 10시 메가박스 킨텍스 5관. 26일 오후 3시30분 아트하우스 모모 1관. 27일 오후 4시20분 TV 방영.
■ 여성의 힘 <바그다드에서 온 편지> 세계 속 여성의 힘을 조명한다. 오스만제국 해체와 이라크 건국에 관여한 고고학자 거트루드 벨(1868~1926)을 톺아본다. 영국 스파이로 막강한 정치적 권력을 누렸던 거트루드 벨의 이야기는 제대로 공개된 적이 없다. 배우 틸다 스윈턴이 제작과 내레이션을 맡았다. 사빈 크라옌뷜, 제바 오엘바움 감독. 2016년. 미국·프랑스 제작.
23일 오후 4시30분 메가박스 킨텍스 5관. 24일 오전 10시30분 아트하우스 모모 2관. 27일 오후 6시30분 TV 방영.
■
다큐, 형식의 자유 <모자란 기억> 다큐멘터리의 다양한 형식을 경험해보자. 드로잉을 접목해 작품을 완성했다. 감독은 어릴 적 인천 남동공단에서 이주노동자와 함께 살았다. 그 시절을 기억할 수 있는 것은 사진뿐인데 부족하다. 외관은 얼핏 보이지만 전체가 보이는 사진은 없다. 감독은 기억에 의존해 그림을 그리고, 사람·사물·동물에게 가졌던 감정을 선으로 표현해 그린 드로잉을 모아 영화를 만든다. 박군제 감독. 2016년. 한국 제작.
23일 오후 5시 메가박스 킨텍스 8관. 26일 오후 7시 아트하우스 모모 2관.
■ 다큐, 화두를 던지다 <베이프 웨이브> 사회가 집중하는 문제를 들여다보며 토론의 기회를 제공하는, 다큐멘터리의 기본에 충실한 작품이다. 전세계에서 생성 중인 전통 연초담배에 대항하며 새로운 흡연 문화를 발견해가는 움직임을 조명한다. 나라 곳곳을 돌며 전자담배 등 대안을 발견해가는 일종의 여행기다. 한국도 주요 무대로 등장한다. 얀 쿠넹 감독. 2016년. 스위스 제작.
23일 오후 7시30분 아트하우스 모모 1관. 27일 오후 12시30분 메가박스 킨텍스 5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