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몰려도 딱 장어 100마리만 팔아요."
장어 맛집 1위집 '동원민물장어'를 소개한다.
서울 북창동 골목에 있는 '동원민물장어' 조현호(60) 사장이 가게 입구에 있는 수족관에서 장어를 꺼내며 말했다. 조 사장은 매일 아침 수족관에서 장어를 꺼내 구워서 맛보고 만약 상태가 안 좋으면 그날 장사를 포기한다고 한다. 그는 “아들과 손자까지 대를 이어 장어집을 하려면 기본에 충실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수족관에 오래 있어 상태가 안 좋은 장어는 손님에게 내지 않고 장어 즙으로 만들어 식구끼리 나눠 먹는다.
연극판에서 장어판으로
조 사장은 사실 20대 내내 방황하며 보냈다. 군 제대 후 결혼하고 애가 나올 때까지 극단을 기웃거리며 배우를 꿈꿨다. 그렇게 30대를 맞았고 문득 정신이 번쩍 들었다. 뭘 해야 가족을 먹여살릴 수 있을까, 고민하던 그에게 장어가 다가왔다. 어린 시절부터 워낙 즐겨 먹던 음식이기에 '해볼만하다'는 자신이 든 것이다. 어머니에게 돈을 빌려 가게를 열었고, 장어 장사를 하며 마음을 다잡고 방황을 멈출 수 있었다.
지금은 북창동을 대표하는 맛집이지만 북창동에 자리를 잡은 건 불과 7년 전인 2010년이다. 조 사장은 1986년 처음 장사를 시작한 후 지금까지 3번이나 가게를 옮겼다. 처음엔 지하철 3호선 신사역 뒷쪽의 먹자골목에서 시작했다. 주변에서 모두들 "강남이 좋다"고 조언했기 때문이었다. 49㎡(15평) 남짓 작은 가게였는데 손님이 없는 날이 더 많았다. 시간이 가면서 손님은 조금씩 늘었지만 여전히 남는 게 없었다. 서너 명 와도 장어는 두마리만 시키고 몇시간씩 앉아 술만 마시는 손님이 많았다. 그렇다고 포기할 순 없었다.
"어릴 때부터 부모님이 뭐든 한 우물을 파라고 가르치셨어요. 사막이든 돌밭이든 물이 없을 것 같은 땅도 한 곳만 계속파면 물이 나온다고 하셨죠. 너무 힘들어 포기하려고 할 때마다 이 말을 떠올렸죠. 어머니가 응원해주시기도 했고요. "
호텔 셰프의 회식 장소
주문이 오래 걸리는 이유?
장어는 주문이 들어오면 그때그때 잡는다. 가끔 주말에 아들이 나와 도와주는 걸 제외하면 장어를 잡아 손질하고 굽는 모든 과정을 혼자 다한다. 그러니 하루에 최대 100마리 밖에 못판다.
“직원에게 맡기면 편하게 일하려고 아침에 미리 장어를 다 잡아두게 돼요. 장어는 미리 잡아두면 육즙이 빠져 맛이 없어서 안돼요. 우리집에서 주문하고 최소 30분은 기다려야 먹을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죠. 성격 급한 손님들은 화를 내기도 해요. 아무리 그래도 맛없는 장어를 손님에게 내놓을 순 없잖아요.”
타지 않게 초벌구이한 장어를 직사각형 숯판에 올려 손님에게 낸다. 숯을 압축해 만든 직사각형 구이판인 숯판은 돌판에 비해 가격이 2배나 비싸지만 맛이 더 좋으니 포기할 수 없다. 그는 “숯판에서 다시 한 번 구으면 숯불에 구운 것처럼 더 맛있어진다”고 말했다. 장어는 소금·간장·고추장 구이 세 종류를 파는데 이중 가장 인기있는 건 간장구이다. 간장에 한약재와 표고버섯, 다시마 등 26가지 재료를 넣고 하루 종일 끓여 만든 특제 양념을 발라 굽는다. 고추장구이용 고추장은 태양초 고추로 만든 것만 쓴다. 밑반찬도 직접 만든다. 여수산 갓으로 담근 갓김치와 2년 숙성한 묵은지 등이 인기다. 단골 중에는 싸달라고 부탁하는 사람도 한다.
설날과 추석 명절 당일을 제외하곤 쉬는 날이 없다. 요즘같이 사람이 몰리는 여름엔 고된 주방일에 조 사장 몸무게가 5~10㎏씩 빠진다. 밥먹을 시간이 없어 저녁 시간엔 소금 한 숟가락을 먹고 버틴다. 예순의 나이에 이젠 지칠 법도 한데 조 사장은 “고생은커녕 오히려 즐겁다”고 한다.
3년 전 맛대맛에서 1위를 차지했을 때 해외 출장중(※해외 지점을 모색하느라 동남아에 장기 체류 중이었다)이라 신문에 나지 못했는데, 좋은 홍보기회를 놓쳐서 아쉽지는 않았을까.
맛대맛 1위에 손님 늘어
3년 전 맛대맛에서 1위를 차지했을 때 해외 출장중(※해외 지점을 모색하느라 동남아에 장기 체류 중이었다)이라 신문에 나지 못했는데, 좋은 홍보기회를 놓쳐서 아쉽지는 않았을까.
·대표 메뉴: 민물장어(1마리) 2만7000원, 메기매운탕 3만원, 빠가사리매운탕 3만5000·4만5000·5만5000원 ·개점: 1986년(2005년 종각, 2010년 북창동으로 이전, 2017년 3월 현재 자리로 이전) ·주소: 서울시 중구 세종대로 14길 22-6 1·2·3층 ·전화번호: 02-734-9776 ·영업시간: 오전 10시~오후 10시(설·추석 당일 휴무) ·주차: 우체국 또는 사설 주차장 이용시 1시간 주차비용 지원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