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 S60 폴스타 시승기 - 볼보로 즐기는 신뢰 높은 스포츠 드라이빙

볼보 S60 폴스타 시승기 - 볼보로 즐기는 신뢰 높은 스포츠 드라이빙

[이데일리 오토in 김학수 기자] “그러면 하얀색, 하얀색 S60 폴스타 어떠세요?” 전화기 너머 들려오는 목소리에 순간 당황했다. 이전의 시승 행사에서 하얀색 폴스타를 본 경험은 있어도 아무래도 폴스타라고 한다면 브랜드의 아이덴티티가 강하게 담긴 ‘사이언 레이싱 블루’를 떠올리기 때문이다.

물론 색상이 바뀐다고 폴스타의 출력이 떨어지거나 AWD 대신 전륜 만을 굴리는 건 아니니까, 시승 일정을 확정하고 며칠 뒤 볼보 고유의 감성이 느껴지는 직사각형의 키를 쥐었다. 다시 한 번, 어딘가 어색한 흰 차체의 폴스타를 바라보고 도어를 열고 시트에 앉아 엔진 스타트 버튼을 눌렀다.

흰색에 가려진 폴스타와의 만남은 그렇게 시작됐다.

모터스포츠에서 익숙한 볼보와 폴스타

국내 소비자들은 대부분 볼보를 ‘안전의 상징’으로만 여기는 경우가 많다. 물론 브랜드 입장에서도 한국에서는 ‘안전 제일’을 앞세우고 있다. 하지만 기자에게 볼보는 그 어떤 브랜드보다 열정적인 모터스포츠 마니아를 위한 브랜드라 할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거친 북유럽 드라이버들의 콜로세움과 같은 STCC(스칸디나비아 투어링 카 챔피언십)이야 말로 볼보의 앞 마당이다.

게다가 특히, 최근 볼보의 모터스포츠의 활동은 계속적인 확장에 나서고 있다. 내셔널 리그라고 하지만 전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오후의 슈퍼카 챔피언십은 물론이고 투어링 카 레이스의 최고봉인 WTCC(월드 투어링 카 챔피언십)에서도 볼보 S60 폴스타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볼보는 올해 WTCC 매뉴팩처러 우승을 목표로 내세웠으며 현재까지 6라운드 12경기를 치른 끝에 혼다와 단 8점 차이의 치열한 접전을 펼치고 있다.

게다가 새로운 모델과 볼보 브랜드의 ‘자금 유동성 확보’를 기반으로 모터스포츠의 투자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볼보 스스로도 폴스타에 대한 투자 의지가 가득하며 투어링 카 레이스의 새로운 아이콘이라 할 수 있는 TCR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볼보가 TCR에 새롭게 도전할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폴스타는 1996년 볼보의 전문 튜너로 설립되어 지난 시간 동안 파트너로서 볼보와의 협력 관계를 이어왔다. 그리고 지난 2015년 볼보에 인수되어 공식적인 ‘고성능 디비전’으로 자리잡았다. 볼보는 고성능 라인업을 폴스타로 채우고 ‘폴스타 튠’ 파츠를 선보이는 등 폴스타를 통해 볼보의 다양성에 힘을 더하고 있다.

볼보 드라이빙의 집약체, S60 폴스타

볼보 S60 폴스타는 말 그대로 볼보가 보유하고 있는 주행 관련 기술 및 노하우를 하나로 모은 차량이라 할 수 있다. 다만 그 기술이 ‘안전’이 아닌 ‘퍼포먼스’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볼보 S60를 기반으로 개발된 모델인 만큼 4,635mm의 전장과1,865mm의 전폭을 갖췄으며 전고와 휠 베이스는 각각 1,480mm와 2,775mm다. 크기로 본다면 BMW 3 시리즈와 비슷한 체격이다. 공차 중량은 1,755kg으로 1,640kg의 S60 T5보다 100kg 가량이 더 무겁다. 참고로 고성능 모델인 만큼 전륜과 후륜에 245/35R 20 규격의 휠과 폴스타 휠을 장착했다.

S60 폴스타의 공차 중량이 다소 무거울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바로 ‘기능’에 있다. 최고 출력 367마력과 47.9kg.m의 막강한 토크를 내기 위해 터보 차저와 슈퍼 차저를 조합한 2.0L 터보 엔진을 보닛 아래 장착했으며 뛰어난 트랙션 제어 및 배분 능력을 가진 AWD 시스템과 8단 기어트로닉을 조합했다.

참고로 볼보와 폴스타는 S60의 보다 뛰어난 주행을 위해 고성능 GT 레이스 무대는 물론이고 슈퍼 바이크 레이스 등에서 명성이 높은 올린즈 사의 수동 조절식 쇽업소버, 브렘보가 공급한 6-피스톱 타입의 고성능 브레이크 시스템을 전륜에 탑재해 출력을 완벽하게 제어한다.

정장을 입은 스프린터

흔히 BMW의 M을 가리켜 ‘정장을 입은 스프린터’라는 표현을 쓰곤 하지만 기자는 ‘볼보 폴스타’야 말로 정장을 입은 스프린터가 가장 잘 어울리는 차량이라고 생각한다. 볼보 특유의 깔끔한 디자인과 파란색 사각형 엠블럼 외에는 특별히 시선을 끄는 요소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 일반 구매자가 쉽게 선택하지 못하는 사이언 레이싱 블루가 아니라면 일반적인 S60과 구분하기 힘들 정도다.

물론 고성능 모델인 만큼 전용의 바디킷과 20인치 알로이 휠, 그리고 고성능 모델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배기 시스템과 트렁크 리드 끝에서 길게 잡아 당긴 립 타입의 스포일러까지 더해져 있어 차분히 시간을 두고 차량을 살펴보면 새로운 변화를 찾아보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외형의 변화는 차분한 편이지만 실내 공간은 꽤 적극적인 변화를 느낄 수 있다. 먼저 스티어링 휠과 시트, 도어 트림 등에 적용된 사이언 레이싱 블루 컬러틔 스티치가 이목을 집중시키며 알칸타라를 더한 스티어링 휠과 스포츠 시트, 그리고 폴스타 엠블럼이 더해진 기어 쉬프트 레버와 스포티한 감성을 더핸 센터 스택 등이 눈길을 끈다.

개인적으로 S60 폴스타에서 가장 만족스러운 부분이 있다면 역시 시트에 있다. 일반 S60 역시 우수한 만족도를 제공하지만 폴스타의 스포츠 시트는 비슷한 체급을 가진 고성능 모델 중 캐딜락 ATS-V의 시트와 함께 최고의 착좌감과 안정감, 그리고 뛰어난 완성도를 자랑하는 시트라 할 수 있다. 덕분에 스포츠 드라이빙은 물론 서킷에서도 자신감이 넘친다.

물론 아쉬움도 있다. 최근 경쟁 모델들이 전장을 늘리고 휠 베이스를 연장하여 여유로운 실내 공간을 제시하는 반면, S60 폴스타의 실내 공간은 다소 아쉬운 것이 사실이다. 특히 2열 레그룸이 다소 협소한 점은 S60 폴스타는 물론이고 S60 계열에게 느끼는 가장 큰 단점이라 할 수 있다.

기계적인 감성이 느껴지는 짜릿한 드라이빙

도어를 열고 시트의 높이와 스티어링 휠의 위치를 조절했다. 주변을 충분히 살펴본 후 S60 폴스타의 기어 쉬프트 레버를 옮기고 곧바로 엑셀레이터 페달을 밟았다. 빠르게 반응하는 엔진과 뛰어난 직결감을 바탕으로 한 폭발적인 가속력이 전해진다. 제원 상 정지 상태에서 단 4.7초 만에 시속 100km까지 가속할 수 있는 그 민첨성이 큰 매력으로 느껴진다.

흔히 BMW 마니아들의 브랜드의 감성이라 말하는 날카로운 엔진 리스폰스가 느껴진다. 엑셀레이터 페달 조작과 함께 RPM이 상승하며 매섭게 오르는 속도계 바늘이 시선을 집중시키고, 또 4기통 엔진임에도 무척 풍부하게 울려 퍼지는 사운드 덕에 듣는 즐거움까지 갖추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슈퍼차저와 터보차저를 조합한 덕에 풍부한 토크와 매끄러운 반응이 돋보인다. 덕분에 발진 가속은 물론 추월 및 재가속 상황에서도 풍부한 가속력이 전해진다. S60 폴스타의 제원 상 3,100RPM부터 5,100RPM까지 47.9kg.m의 풍부한 토크를 전하며 운전자의 몸을 시트와 더욱 가깝게 밀착시킨다.

물론 그 견고하고 매력적인 시트에 몸을 맡긴 후 다시 한번 엑셀레이터 페달을 밟은 스스로를 느끼는 것도 꽤 즐거운 일이다. RPM을 충분히 상승시킨 후 기어 쉬프트 레버, 혹은 패들 쉬프트를 당기면 빠르면서도, 과장되지 않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속의 기계적 감각’이 출중한 감성이 전해진다.

일전의 시승에서도 느낄 수 있었지만 8단 자동 기어트로닉의 완성도는 무척 우수하다. 가끔 엔진의 출력을 100% 활용하지 못하는 것 같은 변속기들이 더러 존재하는데, 적어도 볼보에 적용된 기어트로닉은 그런 아쉬움이나 갈증은 전혀 느끼지 못하게 되어 있으며, 촘촘한 기어비 덕에 빠른 가속 능력을 경험할 수 있다.

드라이빙 감성은 고성능 모델인 만큼 견고함이 돋보인다. 하지만 막연하게 견고하기 보다는 어느 정도의 여유를 내포하고 있다. 올린즈에서 공급한 서스펜션은 조절식이기 때문에 운전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조절하여 드라이빙 감각을 다듬을 수 있는데, 순정 상태는 스포티한 감성을 최대한 느끼면서도 일상적인 주행에서의 안락함을 공존시킨 수준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연속된 조향 상황에서도 차량의 밸런스가 크게 무너지지 않는 모습이다. 아무래도 AWD가 선사하는 안정적인 트랙션의 분배의 결과라 할 수 있다. AWD 시스템은 서스펜션과 함께 차량의 움직임을 억제하면서도 안정적으로 다음 움직임을 준비할 수 있는 여유를 더하고 있어 운전을 할수록 그 매력에 빠져들게 됐다.

끝으로 가속보다 중요한 게 바로 제동이다. 볼보 S60 폴스타는 전륜에만 6-피스톤 브레이크 시스템을 탑재하는 결정을 내렸는데, 브레이크 밸런스가 상당히 우수하다.

어떤 속도 구간에서도 신뢰도 높은 제동력은 물론이고, 연속된 제동 상황에서도 일률적이고 안정적인 제동력을 자랑한다. 개인적인 성향에 따라 후륜 브레이크를 강화하고 싶은 운전자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않았다.

일상 속에서도 부담 없는 존재

볼보 S60 폴스타의 큰 매력 중 하나는 이 차량을 일상 생활 속에서도 함께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사실 캐딜락 ATS-V나 BMW M3, M4 등의 경우에는 일상 생활에 함께 하기엔 다소 부담스럽고 우악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볼보 S60 폴스타는 낮은 RPM에서는 우수한 정숙성을 가지면서도 조금은 부담스럽지만 데일리카로도 손색 없는 차체의 움직임을 제시한다.

폴스타의 미래, 그리고 볼보의 미래

최근 볼보의 변화가 매섭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의 트렌드를 이끄는 디자인과 기술적으로 완성도 높은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물론 그런 상황에서도 새로운 고성능 모델의 데뷔는 아직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은 큰 아쉬움이 있다. 하지만 그것도 기우에 불과하다. 볼보 스스로가 풀스타에 대한 투자를 계속 이어가고, 폴스타 모델의 확장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이번에 시승한 볼보 S60 폴스타는 새로운 60 시리즈의 데뷔를 앞두고 만난 “끝 물’과 같은 존재다. 하지만 이번 시승을 통해 확신할 수 있는 것은 바로 폴스타의 완성도였으며 미래에 대한 기대감 역시 가질 수 있게 했다. 특히 스포츠 드라이빙과 서킷, 그리고 일상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고성능 모델, 폴스타의 계보는 흔들림 없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좋은 점:
기계적 감성이 돋보이는 뛰어난 드라이빙

안좋은 점: 애매한 가격과 새로운 60 시리즈의 등장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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