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사용 ‘제로’, 패시브하우스
평소 에너지 절약에 관심이 많은 양 씨는 패시브하우스가 단열공사비 때문에 일반 주택보다 건축비는 비싸지만, 난방비나 냉방비 등 에너지를 사용하는 비용은 훨씬 저렴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녀는 건축비용은 조금 비싸더라도 장기적으로 본다면 유지관리비가 훨씬 저렴한 패시브하우스가 경제적인 면이나 환경적 면에서 더 유리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남편과 상의하여 아파트 구입을 늦췄다.
앞으로 2~3년 정도 더 알뜰하게 저축한 뒤에 패시브하우스 형태로 지어진 아파트를 구입해야겠다고 다짐한 양 씨는 그때까지 이 새로운 에너지 절감 주택에 대해 좀 더 공부를 해 두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패시브하우스는 기밀성과 단열성을 강화한 건물
패시브하우스(Passive House)란 건물의 ‘기밀성’과 ‘단열성’을 강화하되, 태양광과 같은 자연에너지를 적극 활용하여 최소한의 냉난방만으로도 적절한 실내온도를 유지할 수 있게끔 설계된 주택을 의미한다.
물론 에너지가 낭비되는 것을 막기 위해 여러 가지 조치를 취했다고 해서 모두 패시브하우스가 될 수는 없다. 패시브하우스로 인증을 받으려면 연간 소요되는 난방 에너지가 건물 m²당 15KWh를 넘어서는 안 되고, 냉·난방과 온수, 그리고 전기기기 등 1차 에너지의 연간 소비량도 m²당 120㎾h 미만의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또한 건물에서 공기가 새어나가는 양도 최소화해야 패시브하우스가 될 수 있다. 50파스칼(Pa) 압력에서 실내공기 부피의 60% 미만이 되는 기밀성을 확보해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바깥온도가 35℃일 때라도 맨 위층 실내온도는 26℃를 넘지 않는다. 또한 바깥온도가 영하 10℃일 때도 별도의 난방시설이 필요하지 않게 된다.
이 같은 패시브하우스는 지난 1988년 독일의 물리학자인 볼프강 파이스트(Wolfgang Feist) 박사와 스웨덴 룬드대의 보 아담슨(Bo Adamson) 교수의 공동 연구를 통해 그 개념이 처음 알려졌다. 그리고 2년 뒤인 1990년 독일의 다름슈타트 지역에 패시브 방식의 주거용 건물이 세워지면서 실제 건물로 존재하게 됐다.
이후 독일 외에 유럽에서 보편화된 건축기법으로 빠르게 자리를 잡으면서 15000채에서 20000만 채 가량의 패시브하우스가 지어졌고, 이에 따라 표준화 모델 개발 및 인증제도 등이 필요해지면서 1996년에는 관련 연구소까지 설립됐다.
실제로 독일 프랑크푸르트 지역의 경우는 해당 방식으로 설계를 해야만 건축허가가 나올 정도로 패시브하우스는 이제 유럽에서 가장 보편화된 건축기법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이보다 한참 뒤인 2010년에 처음 패시브하우스가 세워졌다. 모 건설회사가 인천의 청라지역에 건설한 노인정이 바로 그것으로, 현재 독일의 패시브협회가 인증하는 최초의 패시브하우스로 기록되어 있다.
저비용과 환경보호를 모두 잡을 수 있는 건축방식
협회 관계자는 “패시브하우스는 난방에 보다 많은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냉방비보다 난방비 절약 효과가 더 크다”라고 설명하며 “일반 주택보다 냉·난방비용을난방비용을 평균 80% 가량 낮출 수 있다는 것은 경제성면에서 상당히 뛰어난 건축 방식이라 할 수 있다”라고 평가했다.
그렇다면 패시브하우스는 어떻게 건축해야 할까? 전문가들의 의견에 따르면 건물 지붕과 벽·바닥 등은 두꺼운 첨단 단열재로 시공해야 하고, 유리창은 가스를 중간에 집어넣어 내부와 외부의 열을 최대한 차단하는 3중 겹유리로 만들어야 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한 태양빛을 많이 받기 위해 주로 남향으로 건물을 짓게 되는데, 그러다 보니 집의 남쪽 벽으로 크고 작은 창이 많이 나 있는 모습은 패시브하우스만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패시브하우스의 장점은 에너지 사용에 들어가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면이 가장 크지만, 그에 못지않은 장점으로는 환경 보호를 꼽을 수 있다.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온실가스 배출을 최소화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는 것이 급선무인데, 패시브하우스는 그런 면에서 에너지 사용량을 줄여 지구온난화를 막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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