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R로 통증 치료하고 재활한다

VR로 통증 치료하고 재활한다

VR(가상현실), AR(증강현실)이 화두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삼성전자 페이스북 등 업계 거인들은 “VR이 미래”라며 새 플랫폼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15년 독보적인 AR 기술의 ‘홀로렌즈’를 선보였고, 구글은 ‘데이드림’ 등 모바일 VR 디바이스를 통해 언제 어디서나 즐길 수 있는 VR, AR를 말하고 있다. 2014년 오큘러스 VR을 인수한 페이스북도 최근 VR과 AR에 바탕한 새로운 소셜 전략을 펼쳐 보였다.

VR 기술이 최근 의료에도 속속 도입되고 있다. 인체 내부를 실감나게 재현한 VR 시뮬레이터를 통해 수술 술기(術技)를 연마하거나 해부학 실습을 받는 것이 단적인 예다. 임상의 경우 VR 이용이 불안장애 등 몇몇 정신질환 치료에 국한됐었으나 최근 들어 통증과 고혈압 관리, 뇌졸중 환자의 재활 등으로 적응증이 넓어지고 있다.

뇌졸중 환자가 VR 플랫폼을 통한 재활 치료를 받는 모습 ⓒ MindMaze

의료VR의 역사는 20년 전으로 거슬러 오른다. 미국 조지아텍은 1997년 VR 솔루션 ‘버추얼 베트남(Virtual Vietnam)’을 선보였다. 이 솔루션은 베트남 전 참전 후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PTSD)에 시달리는 환자들을 치유하기 위해 개발됐다.

PTSD는 전쟁 고문 자연재해 범죄 등 끔찍한 경험에 따른 공포감과 트라우마가 사건 뒤에도 지속되는 정신질환이다. PTSD 증상을 개선하는 효과적인 치료법은 환자를 트라우마 상황에 반복 노출시킴으로써 스트레스와 회피 행동이 줄어들게 하는 것이다(prolonged-exposure therapy).

버추얼 베트남은 공격용 헬기가 열대 밀림 위를 날고 폭탄이 굉음과 함께 터지는 아비규환의 전장을 실감나게 재현해 환자들의 증상 개선을 이끌어냈다. 버추얼 베트남은 수년 뒤 버추얼 이라크, 버추얼 아프가니스탄 개발로 이어졌다.

미국 LA에 자리한 시더스 사이나이 병원은 VR의 임상 이용에서 가장 앞서 있는 곳 중 하나다. 이 병원 브레넌 슈피겔 박사는 의료VR 권위자로 병원 내 다양한 관련 연구를 이끌고 있다. 특히 슈피겔 박사 팀은 만성통증 관리에 VR을 도입해 돋보이는 치료 성적을 올려 주목 받고 있다.

통증은 신경을 쓰면 쓸수록 아픔의 정도가 심해진다. 만일 신비로움으로 가득한 심해저를 탐험하거나 추억이 깃든 거리를 다시 거니는 체험을 한다면 통증의 아픔은 덜할 것이다. VR 통증 치료는 이렇듯 감각 자극을 일시에, 대량으로 줌으로써 통증을 느끼고 전달하는 신경 체계를 마비시키는 원리다. 현재 시더스 사이나이에서 VR 헤드셋으로 통증의 고통을 떨쳐내고 있는 환자는 300명을 헤아린다.

VR의 이용은 비디오보다 만성통증 개선 효과가 더 좋은 것으로 조사됐다. VR 이용 후 통증 점수가 5.4에서 4.1로 낮아진 데 비해 비디오는 4.8에 그쳤다는 비교 연구 결과가 최근에 나왔다.

시더스 사이나이 병원은 고혈압 관리에 VR를 도입하는 흥미로운 연구도 진행 중이다. 각종 음식을 나트륨 함량을 기준으로 분류한 가상 주방과 고혈압이 심장에 미치는 악영향을 고스란히 시각화 한 인체 내부 등을 담은 VR 프로그램을 마련해 효과를 시험 중이다.

VR은 뇌졸중과 외상성 손상(traumatic injury) 환자의 재활에서도 이용되고 있다. 스위스 기업 마인드 메이즈(MindMaze)는 환자의 몸 동작을 디지털로 변환하는 모션 캡처 기술로 신경 재생을 촉진하는 VR 재활 플랫폼(MindMotion Pro)을 선보였다. 예컨대 왼손을 못 쓰는 뇌졸중 환자에게 오른손에 맞춰 움직이는 왼손의 형상을 가상으로 투사해 줌으로써 운동 기능을 되살린다. 이 기기는 벌써 유럽 내 35개 의료기관에서 이용 중이며 얼마 전 미국 FDA 승인도 받았다.

‘버추얼 베트남’과 ‘버추얼 이라크’에서 엿볼 수 있듯, 현재 VR이 가장 활발히 이용되는 분야는 공포증, 불안장애를 비롯한 정신질환 치료다.

인도 뉴델리에서 진행된 ‘갤럭시 S8′ 미디어 행사에서 참관객들이 ‘기어 VR’을 체험하고 있다. ⓒ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지난 해 3월 유럽과 중동에서 기어VR을 이용한 ‘비피어리스(befearless)’ 캠페인을 열어 고소공포증이나 무대공포증을 가진 사람들의 증상을 덜어준 바 있다. 이에 앞서 강남세브란스병원 VR랩과 공동으로 진행한 비슷한 연구에서는 참가자(82명)의 90%가 고소공포증과 무대공포증이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의 파일럿 연구에 따르면 VR 고글은 예방 접종 어린이의 두려움과 통증도 덜어준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 자리한 비영리 병원인 산섬클리닉(Sansum Clinic)이 독감 예방 주사를 접종 받는 244명의 어린이를 대상으로 VR 고글 착용의 효과를 비교한 결과 VR 고글 착용 뒤 통증이 48%, 공포감이 5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뾰족한 치료법이 없던 일부 정신질환에도 VR이 새로운 대안이 되고 있다.

AR이 사지 절단 환자에서 나타나는 ‘환상통증(phantom pain)’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최근에 나왔다. VR이 실제가 아닌 가상의 이미지나 배경을 이용하는 것이라면 AR은 현실세계의 이미지나 배경에 3차원 그래픽을 덧씌워 보여 주는 방식이다.

환상통증이란 사지(四肢)를 잃었음에도 없어진 팔다리에서 통증을 느끼는 정신질환이다. 환상통증에 대한 흔한 치료는 신경 자극기 이식과 약물 복용인데, 보고에 따르면 이들 치료는 대부분의 환자에서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의학학술지 ‘랜싯’ 논문에 따르면, 스웨덴 찰머스공대 팀이 기존 치료법에 반응이 없는 환상통증 환자 14명을 AR 시스템으로 12회 치료한 결과 통증이 50%나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찰머스공대 팀이 환상통증 치료에 이용한 AR 기술은 ‘팬텀 모터 실행(phantom motor execution)’이라 불리는 것. 이는 절단된 팔다리를 통제하는 근육 신호를 피부 전극을 통해 감지한 뒤 인공지능 알고리즘으로 가상의 팔다리를 실시간 움직이도록 하는 일종의 착시효과를 통해 증상 개선을 유도한다.

스탠포드대 의대에서는 전환장애(conversion disorder) 치료에 대한 VR의 가능성을 탐색 중이다. 히스테리성 운동기능 이상이라고도 하는 전환장애는 심리적 갈등이나 부담감으로 인해 몸이 마비되거나 운동 또는 감각 기능에 장애가 나타나는 정신질환이다.

기어 VR로 고소공포증을 치료하는 모습 ⓒ 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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