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는 오랑우탄 ‘찬텍’ 저세상으로
8년 넘게 인간과 함께 살면서 150개 단어 구사
‘여학생 공격’ 연루돼 소환…실험실 등서 30년 살아
인류학자 린 마일스는 수화 연구를 위해 오랑우탄 찬텍과 8년 넘게 함께 살았다. 마일스가 찬텍에게 우유를 먹이고 있다. 채터누가 테네시대학 제공
<비비시> 등 세계 주요 언론 매체는 미국 조지아주의 애틀란타동물원에서 찬텍이 죽었다고 8일 보도했다. 앞서 애틀란타동물원은 보도자료를 내 “2017년 8월7일 39살 수컷 오랑우탄 찬텍이 숨졌다는 사실을 애도하며 전한다. 정확한 사망 원인은 나오지 않았으나, 찬텍은 심장병 치료를 받고 있었다”고 밝혔다.
찬텍은 1977년 12월17일 애틀란타 여키스국립영장류센터에서 태어난 ‘실험동물’(수마트라-보르네오오랑우탄 잡종)이었다. 이듬해 채터누가 테네시대학으로 옮겨져 인류학자인 린 마일스와 함께 살면서 수화를 배웠다. 기저귀를 차고 쇼핑을 하는 등 인간처럼 살았다. 1980년대 중반까지 찬텍이 구사하는 단어는 150여개에 이르렀다. 거울을 통해 자신을 인식하는지를 살펴보는 거울실험에서도 찬텍은 스스로를 인식함으로써 오랑우탄에게도 자의식이 있음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러나 1986년 2월 대학 도서관에서 한 여학생이 공격당한 사건이 논란이 됐고, 찬텍은 여키스영장류센터로 소환됐다가 1997년 애틀란타동물원에 이송돼 지금까지 갇혀 살아왔다. 마일스가 동물원을 방문하면 찬텍은 수화로 ‘엄마, 차 타고 집에 가자’라고 말하곤 했다.
마일스와 헤어져 애틀랜타 동물원에서 살고 있는 찬텍의 모습. ‘대학에 간 유인원’ 갈무리
찬텍은 거울실험을 통해 자신을 인식하는 것으로 확인된 동물 중 하나다. 2015년 <한겨레>가 벌인 ‘오랑우탄 거울실험 프로젝트’에서 서울대공원 오랑우탄 보람이가 거울 앞에 앉아 모자를 뒤짚어쓰는 행동을 하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찬텍은 최근까지 심장질환으로 고통을 겪었다고 애틀란타동물원은 밝혔다. 동물원은 “영장류 중 세계 최초로 깨어있는 상태에서 심장초음파 검사를 하는 데 지난해 성공했다”며 “찬텍에게 심장초음파와 혈압, 채혈 검사 등을 시행하면서 저나트륨 식이요법으로 찬텍의 건강을 관리했다”고 밝혔다. 심장병은 인간과 마찬가지로 유인원의 주요 사망 원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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