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에게 종신형 없는 이유

청소년에게 종신형 없는 이유

지난 3월 인천에서 발생한 10대 소녀의 초등생 살인사건은 전 국민을 충격에 빠뜨렸다. 유괴에서 살해, 시신 훼손, 유기 등의 끔찍한 범행 전모가 밝혀지자 10대 피의자를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는 분위기다.

이런 목소리가 나오는 덴 이유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미성년자에 대한 처벌이 비교적 관대하기 때문이다. 어른이었다면 무기징역형에 해당하는 중범죄를 저지른 경우에도 만 18세 미만의 소년에게는 무기징역형을 선고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미성년자의 경우 15년형이 거의 법정최고형이다.

유엔도 미성년자에게는 사형이나 무기징역형을 선고하지 말 것을 강력히 권고하고 있다. 1989년에 유엔총회에서 채택된 유엔아동권리협약에 의하면, 18세 미만의 모든 아동은 사형이나 종신형 등의 형벌로부터 보호받아야 한다고 되어 있다. 이에 따라 청소년에게 종신형 등의 중형을 선고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

청소년의 뇌는 영역 간의 발달 속도 차이로 인해 마치 미완성된 퍼즐 조각 같은 상태다. ⓒ Pixabay Public Domain

다만 미국은 예외다. 미국은 선진국 중에서 거의 유일하게 살인죄를 저지른 만 18세 미만의 소년에게 종신형을 선고한다. 종신형의 형량도 매우 강한 편이다. 애틀랜타 주의 법원은 살인과 강도, 강간을 일삼은 10대 조직폭력배에게 징역 290년에 14회 연속 종신형이라는 충격적 형량을 선고하기도 했다. 징역 290년의 형기 만료 후 14회 연속 종신형이니 아무리 10대라 해도 평생 동안 가석방은 꿈도 꾸지 못한다.

그런데 최근 미국 법원도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12년 미국 대법원은 18세 이하 청소년에게 가석방의 기회 없이 종신형을 선고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어릴 때 저지른 범죄로 죽을 때까지 감옥에 가두는 조치는 잔인하다는 것이었다.

뇌과학의 발달로 범죄 청소년 형량 변화

2016년에는 살인죄를 저질러 종신형을 선고 받은 범죄자 전원에 대해 가석방 심사 기회를 줘야 한다는 미국 연방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이는 10대 때 종신형을 선고 받고 이미 감옥에 수감돼 있는 모든 범죄자에게 새로운 법률을 소급 적용하겠다는 의미다.

미국 대법원의 이 같은 변화를 이끌어낸 장본인은 바로 뇌과학이다. 10대 청소년을 보면 덩치는 물론 사고력에서도 성인과 거의 차이가 나지 않는다. 학습능력이 뛰어날 뿐더러 어려운 철학 논쟁에서도 10대들이 자기 의견을 분명히 발표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예전에 미국의 10대들이 중벌을 선고받고 수감된 것도 성인과 거의 다를 바 없다고 판사들이 보았기 때문이다. 사람의 뇌는 신체보다 훨씬 빨리 성장하는 것으로 여겨졌다. 사실 뇌는 태어난 지 1년 내에 폭풍 성장을 하며, 6살 무렵이면 이미 어른 크기의 90%가 된다. 12살이면 뇌의 부피 성장이 거의 끝난다.

하지만 그것은 겉모습의 완성일 뿐이다. 뇌는 신체기관 중 가장 늦게 성숙하는 기관이다. 청소년과 성인은 사용하는 뇌 영역이 아예 다르다. 미국 맥린병원의 연구진이 겁에 질린 얼굴 사진을 보여준 결과, 성인은 전두엽을 사용하는 반면 청소년들은 편도체를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편도체는 분노 및 공격성을 담당하는 중추이며, 전두엽은 감정이나 충동, 욕구 등을 조절하는 부위다. 즉, 어른들은 겁에 질린 사진을 보며 상황 파악 및 해결 방법을 찾는 데 비해, 청소년들은 사진 속에 나타난 감정만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의미다.

이러한 차이는 편도체와 전두엽 간의 불균형한 발달 속도에 기인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즉, 편도체는 청소년기에 성숙이 끝나지만, 뇌에서 가장 중요한 곳인 전두엽은 10대에도 여전히 발달 중인 상태다. 여러 연구에 의하면 전두엽은 뇌에서 가장 나중에 발달하는 영역으로, 20대 중반까지도 발달한다.

10대의 뇌는 아직 유연한 상태

지난해 영국 캠브리지대학 연구진이 14~24세 남녀 300명의 뇌를 영상으로 촬영한 분석한 결과에서도 뇌의 발달 속도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났다. 시각과 청각, 운동 등 기본적인 신체기능을 담당하는 뇌 영역의 경우 청소년기에 성장을 거의 마치지만, 복잡한 사고나 의사 결정과 관련된 뇌 영역은 청소년기에 오히려 가장 활발하게 변화한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이 같은 뇌의 영역별 발달 차이로 10대는 위험을 감수하거나 충동적인 결정을 내릴 확률이 높아지게 된다. 10대의 뇌는 학습능력은 최고조인 반면 감정이나 충동 조절 능력이 부족한 것이다.

청소년들의 걸음걸이가 삐딱한 이유도 바로 뇌 때문이다. 갑자기 키가 훌쩍 자란 10대들의 경우 걸음걸이가 어설프고 어색한 경우가 많다. 이를 보고 어른들은 질이 나쁜 친구들 흉내를 낸다며 질색을 한다. 하지만 사실은 뇌가 신체의 성장속도를 쫓아가지 못해 걸음걸이와 보폭이 그렇게 어색해진다는 게 연구결과 밝혀졌다.

이처럼 10대의 뇌를 보다 정확히 이해할 수 있게 된 것은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 등의 첨단 영상기술 덕분이다. 뇌를 손상하지 않고도 작동 원리를 알아낼 수 있게 됨에 따라 우리는 이제 훨씬 더 많이 청소년을 이해할 수 있게 됐다.

그동안의 뇌 연구가 주로 유아 및 어린이의 두뇌 발달이나 치매 등 노인성 질환에 집중해 왔고, 청소년의 뇌에 관해서는 상대적으로 연구가 부족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뇌과학의 발전으로 청소년기의 정신상태가 성인과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이 증명됐다. 이에 따라 그동안 청소년에게도 종신형을 선고했던 미국에서조차 청소년 범죄자의 형량을 재정의하고 있다.

아무리 끔찍한 범죄를 저질렀어도 청소년들의 뇌는 아직 발달이 덜된 유연한 상태다. 뇌가 유연하다는 것은 청소년들이 수감 생활을 하는 동안 자신의 잘못을 고칠 수 있는 능력 또한 성인에 비해 탁월하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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