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의 미각’ 존재할까?

‘제6의 미각’ 존재할까?

아이슬란드의 ‘하칼’은 세상에서 가장 비위가 상하는 음식으로 꼽힌다. 그린란드상어의 살코기를 소금과 함께 나무상자에 넣고 2~3개월 동안 무거운 돌로 눌러 놓으면 썩은 암모니아 냄새가 진동하는 하칼이 된다. 원래는 바이킹들이 상어 고기를 모래 속에 몇 달 동안 묻어서 만들었다고 한다.

세계 10대 혐오 음식으로 알려진 하칼은 아무리 비위가 좋은 사람이라도 선뜻 도전하기 힘들 정도다. 하지만 아이슬란드에서는 온 국민이 즐겨 먹는 향토 음식으로서, 웬만한 식료품 가게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인간의 입맛은 보통 태어나기 전부터 결정되기 시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모가 임신상태에서 당근주스를 마시면 그 아기는 당근을 좋아하고, 마늘을 먹으면 마늘향이 나는 모유를 더 선호하게 되는 것. 엄마가 먹었으니 이건 안전한 음식이라는 사실을 저절로 습득하기 때문이다.

최근 물맛이 제6의 미각이라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 Pixabay Public Domain

일반적으로 쥐들은 코코아향을 매우 싫어한다. 그런데 과학자들이 쥐의 혈액에 코코아향을 넣어 호흡을 할 때마다 코코아향이 자연스레 퍼지게 했다. 실험 결과 그 쥐와 밀접한 쥐들은 코코아를 먹기 시작하는 모습이 관찰됐다.

프랑스의 오귀스트 에스코피에는 19세기에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쳤던 전설적인 요리사다. 13세부터 요리를 시작해 세계적인 호텔의 주방 책임자로 일했던 그는 요리를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빌스톡’이란 송아지 육수를 발명하기도 했던 그는 자신의 성공이 그때까지 알려져 있지 않았던 제5의 미각을 지녔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풍미를 느끼는 메커니즘

에스코피에의 주장은 1908년 일본 도쿄대 이케다 키쿠나에 교수에 의해 사실로 드러났다. 단맛과 신맛, 짠맛, 쓴맛의 4가지 기본 맛 외에 감칠맛이라는 제5의 맛을 찾아낸 것. 감칠맛을 내는 아미노산인 글루타민산염을 분리해내는 데 성공한 이케다 교수는 인공감미료인 MSG의 생산법을 특허로 신청하기도 했다. 이후 ‘맛있는 느낌’이라는 뜻의 일본어인 ‘우마미(umami)’가 감칠맛을 뜻하는 용어가 됐다.

그런데 감칠맛은 1985년에 와서야 제5의 맛으로 공인받았다. 로마인들도 리콰멘이라는 발효 멸치소스를 즐겨 먹었지만, 대체로 서구권에서는 감칠맛을 내는 재료를 잘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도 서구인들은 4가지 기본맛에 비해 감칠맛은 잘 구별하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

단맛은 우리 몸의 에너지를 공급하는 당분을 섭취하기 위해 필요한 미각이며, 쓴맛은 독성을 판단하게 하는 맛이다. 소금으로 대표되는 짠맛은 요리를 완성시키는 맛이자 인체의 신경전달에 영향을 미치며, 신맛은 간과 관련이 깊다. 감칠맛의 경우 그 음식이 충분한 영양소를 가지고 있음을 알려주며 단백질을 공급받기 위해 발달한 것으로 추정한다.

그럼 인간은 5가지 미각만으로도 그 수많은 음식의 향연을 어떻게 즐길 수 있을까. 사실 5가지 맛은 음식을 계속 먹을 것인지를 판단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줄 뿐 풍미를 느끼는 메커니즘은 따로 있다.

음식을 섭취할 때 목으로 연결된 통로를 통해 코 안쪽의 비강으로 향이 흘러가면 수천가지의 화학물질을 구별할 수 있는 후각세포가 작동한다. 그 같은 냄새 신호와 혀의 미각신호를 종합해 인간은 음식의 풍미라는 새로운 감각을 느끼게 된다.

그뿐만이 아니다. 감자칩에서 아삭거리는 소리가 나면 더 맛있게 느껴지며, 전문적인 와인 감정사들도 화이트와인에 붉은 염료를 타면 레드와인 맛으로 느끼게 된다. 즉, 우리가 느끼는 맛에는 미각 외에 시각과 청각, 후각, 촉각이 모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물에도 고유한 맛이 있을까

최근 과학자들은 5가지 미각 외에 제6의 미각을 찾았다는 연구결과를 꾸준히 발표하고 있다. 미국 워싱턴대학 나다 이붐라드 교수팀은 감자튀김 등에서 느낄 수 있는 기름맛, 즉 지방을 감지하는 맛이 6번째 미각이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과체중자들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혀의 윗면에 주로 분포하는 미뢰에 지방분자를 인지하는 특정 수용체가 많은 사람일수록 기름맛에 대한 민감도가 높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 수용체의 유전자가 변이돼 음식에서 기름맛을 덜 느끼는 사람일수록 지방을 많이 섭취해 살이 찌게 된다고 한다.

밥이나 빵을 먹을 때 느끼는 탄수화물맛이 제6의 미각이라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이 미각수용체의 위치는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물맛이 제6의 미각이라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미국 캘리포니아공과대학 오카 유키 교수팀은 유전자변형을 통해 5가지 맛을 느끼는 미각수용체를 차례로 제거한 생쥐에게 물을 공급했을 때 어떤 세포가 반응을 보이는지 확인하는 실험을 했다.

그 결과 신맛을 감지하는 미각수용체가 물을 마셨을 때 격렬하게 반응한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 연구진은 광유전학 기술을 이용해 생쥐의 신맛 수용체에 광감지단백질을 발현해 청색광을 물처럼 인식시키도록 훈련시켰다.

그 후 청색광을 발현시키자 생쥐들은 마치 물을 마시는 것처럼 행동한 것. 일부 목이 마른 생쥐의 경우 10분마다 2000번이나 청색광을 핥았다. 이와 반대로 신맛 미각수용체가 제거된 생쥐의 경우 투명한 실리콘 오일과 물을 구별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때까지 물은 그저 풍미를 전하기 위한 매개체일 뿐 특정한 맛은 없는 것으로 여겨졌다. 곤충과 양서류는 물을 감지하는 신경세포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지만, 인간의 혀에는 물맛을 감지하는 세포가 없다는 견해가 일반적이었던 것. 이번 연구로 인해 물에 고유한 맛이 있는지에 대한 논쟁이 더욱 뜨거워지게 됐다. 과연 감칠맛에 이은 제6의 미각은 어떤 맛이 차지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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