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적 기적과 고도의 사기의 사이에 놓여 있는 냉동인간

과학적 기적과 고도의 사기의 사이에 놓여 있는 냉동인간

사실 우리나라에서 ‘냉동인간’이라는 단어가 언급될 상황은 그리 많지 않다. 영어로는 ‘cryonics’라고 부르는 기술을 가지고 인간의 죽은 신체를 냉동 보관한 뒤 훗날 다시 되살린다는 것은, SF 영화나 소설에서 가끔 볼 수 있는 설정일뿐 현실과는 전혀 무관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주 말부터 그 냉동인간이 갑자기 사람들 사이의 화제로 떠올랐다. 


냉동인간이 화두가 되었던 알쓸신잡의 한 장면 - tvN 방송화면 캡처 

그 이유는 지난 7월 기준으로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TV 프로그램 3위에 오른 교양예능 ‘알쓸신잡’ 시즌1 마지막 회의 내용 때문이었다. 정재승 KAIST 교수가 국내에서 발견된 미라에 대하여 논의하는 과정에서 ‘냉동인간’에 대한 화두를 던지고, 이를 실제로 시도하고 있는 미국의 알코어 생명 연장 재단(The Alcor Life Extension Foundation)을 소개한 것이 시작이었다.

평소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 깊이 있는 통찰을 보여주었던 유시민 작가는 그러한 시도를 “고도의 과학적 지식과 삶에 대한 어리석은 태도가 결합되어 만들어진 것”이라고 다소 폄하했다.  다른 출연진들도 “삶이란 관계를 통해 정의되는 것인데, 되살아난다고 하더라도 그렇게 연장된 삶은 의미가 없다”고 거들면서 ‘냉동인간’에 대한 출연자들간의 논쟁으로 확산되었다.  


알코어 생명연장 재단의 시설을 설명하는 CEO 맥스 모어(오른쪽) - Singularity Weblog 제공

정교수는 “죽음도 과학기술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고의 전환으로 볼 수도 있다”며 다양한 가정에 기반한 질문을 던지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유작가를 포함한 다른 출연진들이 그러한 정교수의 생각에 일부 수긍하며 “과학기술의 변화 또는 발전과, 우리가 가진 윤리적 명제 사이의 관계에 대한 철학적 질문이었다”고 결론 내리면서 건설적으로 끝이 났다.

고분에서 발견된 미라에서 시작해 냉동인간을 거쳐 과학과 윤리 사이의 철학적 질문으로 마무리한 그 전형적인 ‘알쓸신잡’식 대화를 보면서, 많은 시청자들은 과학 기술의 발전이 가져올 변화와 그것이 만들어낸 현실적인 문제들에 대한 열린 태도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각종 미디어에서 이를 흥미롭게 다루면서 ‘냉동인간’이 더 큰 화제가 되었던 것이다.

주목할 것은 방송에서도 언급된 알코어 재단을 위시해, 냉동인간을 만들어주는 회사가 이미 전세계적으로 4 곳이나 존재한다는 점이다. 미국의 냉동보존연구소(The Cryonics Institute), 러시아의 냉동보존 회사인 크리오러스(KrioRus) 등이 대표적인데, 미국 오레곤에 있는 오레곤 크라이오닉스(Oregon Cryonics)의 경우는 독특하게도 사망자의 몸을 보관하는 것이 아니라 사망자의 뇌만 보관한다.


죽은 이들의 두뇌만 냉동 보관하는 오레곤 크라이어닉스의 CEO 조던 스파크스 - Tribune Photo, Jamie Valdez 제공

이러한 냉동기술을 통한 환자의 보존이 시작된 것은 1967년 제임스 베드포드라는 캘리포니아 대학 심리학과 교수를 ‘Ev Cooper’s Life Extension Society’라는 회사에서 냉동했던 것이 그 처음이었다. 폐로 전이 된 신장암으로 인해 시한부 인생을 살던 제임스가 첫번째 냉동인간이 되기로 결심했고, 그의 죽음 이후 즉시 실행이 됐다.

아직까지 알코어 재단에 의해 관리되고 있는 제임스를 비롯해 2014년을 기준으로 총 250명이 냉동인간으로 보존 중이고 1500명 이상이 냉동인간 서비스에 가입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처음에는 젊은 백인 남성들이 주요 고객이었으나 점차 가족 단위 고객으로 확대되었으며, 2015년에는 두 홍이라는 이름의 중국인 여성이 아시아인 여성으로서는 최초로 냉동인간이 되었다는 뉴스도 있었다. 

최초의 냉동인간인 제임스 베드포드와 그가 냉동될 당시 모습 - History Time 제공

그렇다면 냉동인간이 되기 위해서는 얼마나 비용을 지불해야 할까? 현재 정확한 금액은 비밀에 부쳐져 있지만, 2011년 ‘인디펜던트’지에 따르면 당시 시점에서의 비용은 2만8000달러(약 3000만원)와 20만달러(약 2.3억원) 사이였다고 한다. 냉동인간 기업들은 해당 비용을 가입자들이 공식적으로 사망하면 나오는 생명보험금으로 충당 가능하다며 고객을 모집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알쓸신잡’에서도 언급된 바와 같이 아직 냉동된 사람의 몸을 다시 깨우는 방법을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그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들이 과연 계속 살아 남을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우려가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실재로 70년대엔 일부 초기 냉동인간 기업들이 파산하는 경우도 있었기 때문에, 과학기술을 도용한 사기극이라는 시각을 버리지 않고 있는 이들도 많다.


영화 '멜 깁슨의 사랑 이야기'에서 냉동인간으로 보존되던 주인공이 발견되는 장면 - 워너브라더스 제공

그 때문인지 냉동인간을 바라보는 대중의 시각은 매우 혼란스러운데, 이는 냉동인간이 등장하는 영화들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물론 ‘에일리언’ 시리즈나 최근작  ‘패신저스’(2016년)처럼 전통적인 SF에서는 새로운 시간 혹은 공간으로 주인공을 밀어 넣는 기술적 대안으로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기는 하다.

그러나 주인공이 냉동인간이 된 상태에서 꾸는 자각몽을 소재로 한 톰 크루즈 주연의 영화  ‘바닐라 스카이’(2001년)나 냉동인간으로 보관되던 흉악범들이 풀려나면서 문제가 발생하는 내용을 담은 실버스타 스탤론, 웨슬리 스나입스 주연의  ‘데몰리션맨’(1993년) 등에서는 섬뜩하고 현실적인 공포의 원인으로 그려지기도 했다.

물론 1992년작 ‘멜 깁슨의 사랑 이야기’(Forever Young)와 같이 냉동인간이 아름다운 로맨스를 완성시켜주는 장치로 사용된 경우가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이 영화에서조차 냉동된 주인공이 53년간이나 방치되었다가 우연히 회생하는 설정이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낭만적인 설정에 가려질 수 있는 근본적이고 현실적인 위험성을 잘 드러내 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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