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우했던 흑인 발레리나, 세계적 향수 모델 됐다
2017.08.02 15:51
2년 전 코프랜드는 1940년 창단된 ABT 역사상 처음으로 흑인 수석 무용수로 뽑혀 명성을 얻었다. 2000년 입단 후 15년 만이었다.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이 심한 발레 무대에서 하나의 ‘사건’으로 기록된 일로, 그가 부단한 노력으로 인종 차별의 벽을 뛰어넘은 성과였다.
미국 내 인종 간 갈등이 고조되던 때라, 그는 그해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명’에 뽑히기도 했다. CBS에서는 그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까지 내놨다. 얼굴이 작고 팔다리가 긴 코프랜드는 발레리나의 체형을 타고났을 뿐더러 어렸을 적부터 무용에 뛰어난 소질을 보였다.
그러나 집안 환경이 가난하고 불우했다. 어머니가 결혼을 거듭한 탓에 소녀와 형제들은 걸핏하면 짐을 싸 이사를 다녀야했다. 그가 무용수로서는 비교적 늦은 나이인 열 세 살에 발레를 시작한 이유다. 그는 이런 자신을 격려하고 다잡아준 건 스승 신디 브래들리였다고 고백한 바 있다.
발레리나가 된 이후에는 흑인이라는 이유로 시련을 겪어야 했다. 갈색 피부 때문에 유명 발레단의 프로그램에 거절당했고, ‘백조의 호수’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그는 이 같은 차별을 압도적인 기량으로 뛰어넘었다.
그의 회한은 자서전 『라이프 인 모션』에 잘 드러나 있다. 코프랜드는 책에 “내가 두려운 것은 또 다른 흑인 여성이 엘리트 발레단에서 내 위치까지 오르는 데 또 다른 20년이 걸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내가 그랬던 것처럼 가난하고, 제대로 이해받지 못할지 모른다”고 썼다.
에스티로더 홈페이지에 게재된 인터뷰에서 코프랜드는 “내가 쓰는 향수는 내가 선 무대에서 나라는 사람을 보여준다”며 “에스티로더라는 유서깊은 브랜드와 함께하게 돼 매우 기쁘며, 앞으로 ‘모던 뮤즈’를 뿌리고 무대에 오를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또 각자의 꿈을 향해 달리는 이들을 향해 “나는 하루 하루를 내가 더 나아질 수 있는 기회라 여기고 맞이한다”며 “꿈을 이루려면 무엇보다 자기 자신에 대한 신념을 가져야 한다”는 당부의 말을 전했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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