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모아Zoom] 응답하라, 최저임금 2017

응답하라, 최저임금 2017

최저임금이 역대 최고 인상률을 기록하면서, 나라가 수선하다.사장님은 "내가 알바하겠다"고 나섰고, 알바생들은 일자리 못 구할까 봐 불안하다.많이 올린다고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는, 최저임금의 딜레마.

입력 : 2017.08.03 09:00

2018년 최저임금이 올해(6470원)보다 16.4% 오른 7530원으로 결정됐다. 전례 없는 파격적인 인상 폭에 경영계는 당연히 반발했지만, 환영할 줄 알았던 근로자들은 오히려 불안해하고 있다. 인건비에 부담을 느낀 업주가 직원을 해고하거나 더는 고용을 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2015년 걸그룹 걸스데이의 멤버 혜리가 구인구직 사이트 광고에서 최저시급을 이야기하고 있다. /해당 광고 캡처

최저임금이 사상 최대폭으로 인상되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내건 '2020년 최저임금 1만원'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그러나 실제 우리나라 노동시장에서 최저임금 1만원은 지나치게 높은 수치라는 지적이 많다. 문 대통령도 '최저임금 1만원'에 대해 "1년 성과를 보고 (추가) 인상 여부를 살피겠다"며 잠시 속도를 늦췄다.

최저임금은 국가가 노사 간의 임금 결정 과정에 개입하여 임금의 최저수준을 정하고, 사용자에게 이 수준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도록 법으로 강제함으로써 저임금 근로자를 보호하는 제도다.

최저임금은 무조건 높을수록 근로자에게 좋은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최저임금 인상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효과는 상당히 복잡하다. 왜냐하면 최저임금은 근로자 처지에서는 소득, 기업 처지에서는 인건비와 직접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최저임금

1953년 우리나라는 '근로기준법'을 제정하면서 최저임금제의 시행 근거를 마련했다. 당시 우리 경제가 최저임금제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림에 따라 규정을 운용하지는 않았다.

정부는 1970년대 중반부터 행정지도를 통해 저임금 문제를 완화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했다. 그러다 1986년 우리 경제도 '최저임금제'를 충분히 수용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다고 판단, '최저임금법'이 제정·공포되었다.

1987년 최저임금 위원회가 발족, 1988년 최저임금을 462.50원(저임금 업종, 섬유·의복 등 재무구조 취약 업종) 487.50원(고임금 업종, 인쇄·화학 등 재무구조 양호 업종)으로 결정했다.

처음 최저임금제가 도입됐을 때는 제조업 상시노동자, 10인 이상 사업장만이 그 대상이었다. 그러나 1990년 최저임금제가 모든 산업에 확대 적용됐고 1999년 5인 이상 상시노동자로, 2001년부터는 모든 노동자에게 적용하게 되었다.

최저임금제가 첫 도입된 1988년 /그래픽=신현정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부정 시나리오

물론 최저임금 인상은 노·사 모두 만족하는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 최저임금 인상은 근로자의 소득을 늘리고, 소득이 늘면 근로자들은 더 많이 소비할 수 있게 된다. 기업들은 증가한 소비에 대응하고자 생산량을 늘리고, 이를 위해 근로자를 더 고용한다.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고용을 늘리면 수요·공급 법칙에 따라 기업이 임금을 올리게 되고, 이에 따라 근로자의 소득은 한층 더 높아지게 된다. 이는 다시 소비와 생산량 증가로 이어지고, 이런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면 우리 경제에 긍정적 영향이 기대된다.

그러나 정반대인 부정적 영향에 더 힘이 실린다. 기업으로서 최저임금 인상은 인건비 상승을 의미한다. 인건비 상승은 기업의 수익과 경쟁력 약화를 초래한다. 기업의 경쟁력이 약해지면 기업 활동이 위축되고, 기업들은 경쟁력 회복을 위해 구조조정에 나서게 된다. 이 과정에서 비자발적 실업자가 늘게 되는데, 실업자가 증가하면 경제 전체의 소비가 감소하게 되고 소비 감소는 생산량 감소로 이어진다. 이에 기업이 다시 고용을 줄이는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우리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 기사 더보기

세계적인 투자가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은 최저임금을 올리는 정책이 결과적으로 근로자들에게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저임금을 인상하면 인건비 부담을 느끼는 기업들이 고용을 줄일 수밖에 없어서 결국 근로자들이 손해라는 논리다.

LA 시의회가 시급 9달러인 최저 임금을 시간당 15달러까지 단계적 인상키로 결의하는 움직임을 보이자, 버핏은 "최저임금을 상당한 폭으로 올리는 계획 때문에 시장 시스템을 왜곡시켜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 흔들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직종에서 시급 15달러를 주도록 하면 (기업들이) 고용을 현저히 줄일 것이며, 그렇게 되면 단순한 기술만 가진 많은 근로자가 곤경에 처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버핏은 최저임금 인상보다는 소득이 낮은 근로자에게 세금 부담을 줄여주는 '근로소득 세액공제(EITC)'를 확대하는 편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논쟁 속의 '최저임금 1만원'

최저임금 1만원은 2015년 노동계가 최저임금 협상에서 '시급 1만원'을 제시한 것부터 시작됐다. 협상 과정에서 노동계는 8100원으로 요구안을 낮췄고, 경영계는 5610원에서 5712원으로 요구안을 높였다. 공익위원들의 조정으로 최종 6030원으로 결정됐다.

2016년 노동계는 재차 시급 1만원을 요구하며 마지막까지 물러서지 않았고, 경영계 역시 동결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2017년 최저임금은 7.3% 인상된 6470원으로 확정됐다.

공무원 호봉도 올려야 하고, 자영업자는 문 닫고…

올해 9급 공무원 1호봉의 월급은 139만5800원 수준(각종 수당 제외)이다. 당장 내년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민간 월급 하한선(157만3770원)보다 17만7970원 적다. 9급 공무원 월급을 민간 최저임금과 맞춰주려면 내년 월급을 12.8%씩 올려줘야 한다.

정부가 문재인 대통령 공약대로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올린다면, 민간 근로자 월급 하한은 209만원으로 뛴다. 9급 1호봉 공무원에게도 3년 뒤엔 현재 수준 월급보다 69만4200원 더 줘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게다가 최저임금을 받는 근로자들은 자영업에 집중돼있다. 문재인 정부의 목표대로 2020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54.6% 높은 시급 1만원으로 오르면, 과중한 인건비 부담에 이들 중 상당수가 문을 닫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구조조정의 강도다. 영세 자영업의 구조조정이 경제 전체 생산성 제고에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지만, 현재 수준의 최저임금 인상을 견딜 수 있는 자영업자들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구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였던 지난 2015년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향해’라는 글귀가 적힌 팻말을 들고 있다./조선DB

누구를 위한 최저임금 인상인가

문제는 최저임금이 가파르게 오를 경우, 저임금 근로자의 신규 채용이 꽤 큰 규모로 축소된다는 것이다. 신생 소기업일수록 저임금근로자 채용 비중이 크다. 김대일 서울대 교수가 2012년 ‘최저임금의 저임금 근로자의 신규 채용 억제 효과’ 논문에서 발표한 분석에 따르면, 최저임금이 1% 인상될 경우 광공업이 저임금 근로자 신규 채용을 13.9% 줄인 것을 비롯해 도소매 및 음식·숙박업은 11.7%, 금융보험 및 부동산업은 7.4%를 각각 줄였다.

사업체 규모 별로는 5인 미만은 9.3%, 5~39인은 2.1%, 30~300인은 2.4% 각각 저임금 근로자 신규 채용을 줄였고, 300인 이상 사업장은 2.3% 늘렸다. 김 교수는 "단기적인 고용 조정은 어려우므로, 이들의 실직은 일어나기 어렵지만 그만큼 신규 채용을 억제하는 강도는 상당히 커질 수 있다"고 풀이했다.

근로자 처지에서 보면 중소기업, 특히 영세 소기업 일자리는 기업이 문을 닫으면서 새 일자리를 찾아야 하는 경우가 잦다. 그리고 그 새 일자리는 많은 경우 갓 창업한 곳이다. 그런데 최저임금이 가파르게 오르면 신규 채용이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개별 사업장보다 전체 노동시장에서 최저임금 인상의 부정적 효과가 확대된다.

해외와 비교하면 너무 낮다고?

최저임금위원회가 최저임금 심의를 위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통계 등을 바탕으로 작성한 '주요국 최저임금 수준과 산입범위 비교' 자료를 보면, 한국의 2018년 최저임금(7530원)은 미국(8145원), 일본(8200원), 캐나다(9606원), 영국(9904원), 아일랜드(1만1132원), 뉴질랜드(1만2473원), 프랑스(1만1746원)에 못 미치는 금액이다.

그러나 이런 최저임금 수치만을 비교해 무조건 낮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우리나라는 최저임금에 상여금·성과급·숙식비 등을 넣지 않지만, 영국·아일랜드·프랑스의 경우 상여금 등의 모든 급여가 최저임금 개념에 포함된다.

일본 또한 최저임금에 상여금은 배제돼 있으나 숙식비가 포함돼있고, 미국도 최저임금을 따질 때 숙식비와 팁(봉사료)을 넣어서 생각한다.

"신중하게 접근해 재논의 필요"

무턱대고 최저임금을 올린다고 해서 능사는 아니다. 저임금 근로자의 기본적인 빈곤을 해소하고자 도입한 최저임금이 오히려 그들의 빈곤을 더욱 부추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최저임금 인상 혜택은 연봉 4000만원 근로자에게도 해당할 수 있다. 연봉 자체는 높지만, 기본급이 낮고, 상여금 비중이 큰 임금 구조를 갖는 근로자 모두가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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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최저임금이 16% 넘게 오르면서 영세 소상공인뿐만 아니라 제조업체에도 비상이 걸렸다. 최저임금 산정의 기준이 되는 기본급이 낮은 임금 구조 탓에 연봉 4000만원이 넘는 근로자도 최저임금 적용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사진은 충남 논산의 한 제조업체에서 근로자들이 용해로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신현종 기자

"최저임금 산정 방식 바꿔야" 목소리 커져

어느 제조업 회사의 경우, 2020년 최저임금이 1만원으로 오르고 여기에 맞춰 직원들의 호봉을 인상하게 되면 근로자(1만5000명) 전체 인건비는 올해보다 2490억원이 더 든다. 작년 한 해 영업이익 15%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회사 관계자는 "호봉 간격을 축소하거나 기본급을 올려 최저임금을 충족하는 대신 최저임금 계산에 포함되지 않는 상여금이나 수당을 줄이는 방법밖에 없는데 노조가 이를 받아들이겠느냐"고 했다.

최저임금 인상의 딜레마를 해결하려면, 우리 사회 내부에서 가장 합리적 최저임금 산정 방식과 수준을 찾아야만 하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근로자가 정기·일률적으로 받는 모든 종류의 급여를 '통상임금'으로 인정하는 추세에 맞춰, 최저임금 역시 포함 대상에 상여금·성과급·숙식비 등을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시급을 계산할 때 유급휴가일도 근로시간으로 간주할지도 정리가 필요한 부분이다.

조준모 성균관대 교수는 "최저임금 문제는 단순히 청년 아르바이트생 인건비 문제가 아니라 제조업, 원·하도급 계약 등 산업 전반에 막강한 영향을 미친다"며 "최저임금 산정 방식에 대한 논의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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