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박 대통령 독대 때 경영승계·정유라 얘기 없었다"

이재용 "박 대통령 독대 때 경영승계·정유라 얘기 없었다"

입력 : 2017.08.03 03:10

"최순실 누군지 몰랐고 승마 지원 보고 못 받아" 뇌물혐의 부인
최지성 前 미전실장 "정유라·K재단 지원, 내 책임하에 결정"

- 처음 입 연 이재용… 오늘도 訊問
"미전실 회의 주재한 적 없고 식사 때도 상석에 앉지 않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은 양사 사장들이 알아서 한 일"
특검 "이재용이 승마 지원 지시"

최지성 前 실장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2월 중순 구속된 이후 처음으로 법정(法廷)에서 자신에게 적용된 '뇌물 공여 혐의' 등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2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열린 피고인 신문에서다.

특검과 변호인단 공방이 가열되면서 재판부는 이 부회장 피고인 신문이 시작된 지 약 7시간 만인 밤 11시 20분쯤 일단 신문을 종결한 뒤, 3일 속개하기로 했다. 한 사람에 대한 피고인 신문이 이처럼 장시간 이어진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 부회장은 4월 7일부터 49차례 열린 공판 내내 법정 오른쪽 변호인·피고인석에 앉아 증인들의 증언과 특검·변호인의 공방을 지켜봤다. 50번째 공판인 이날 법정 한가운데 증언석으로 옮겨 특검과 변호인, 재판부의 질문에 답했다. 특검은 이 부회장과 최지성 전 부회장 등 삼성 미래전략실 핵심 관계자들이 상의해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에 대한 '승마 지원'을 비롯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에게 433억원대 뇌물을 줬다며 기소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두 회사 사장과 미전실이 주도"

특검은 이건희 삼성 회장이 갑작스레 쓰러진 뒤 이 부회장이 원활한 '경영권 승계'를 위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지원해달라고 박 전 대통령에게 청탁하고, 그 대가로 뇌물이 오갔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 부회장은 "(2015년 7월) 합병은 제가 그쪽 사업에 대해 지식도 없고 업계 동향도 몰라서, 두 회사 사장들과 미전실이 알아서 한 일"이라며 "왜 내 (그룹) 지배력 강화와 연결시키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헤지펀드 엘리엇이 합병에 반대하고 나선 후에 경영진이 거기에 시간을 빼앗기는 게 안타까워서 최지성 미전실장께 '합병 건을 제로베이스에서 검토해보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건의한 적은 있다"며 "(나는 합병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최 실장이 합병을 추진하는 게 좋겠다고 해서 따른 것"이라고 했다.

그는 특검 측이 "합병 성사 전 홍완선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을 만난 이유가 무엇이냐"고 묻자 "(대주주인) 국민연금이 보자고 하니 당연히 나갈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삼성 합병 문제는 경영권 승계 때문이 아니라 그룹의 중대 현안이어서 챙겼고, 박 전 대통령에게 청탁할 일도 아니었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승마협회 지원 제대로 하라고 질책은 했지만…"

이 부회장은 박 전 대통령과의 독대 당시 상황도 상세히 진술했다. 그는 "(2015년 7월 25일) 독대 당시 대통령께서 '승마(협회) 지원 제대로 하라'는 식으로 질책하셔서 당황한 것은 맞지만, 정유라씨 얘기를 들은 적이 없다"며 "최 실장께 질책받은 얘기를 했고 최 실장이 '믿고 맡겨 달라'고 해서 따로 염두에 두진 않았다"고 했다. 그는 특검 측이 "미전실 회의를 직접 소집해 승마 지원 논의를 하지 않았느냐"고 따지자 "회의 주재한 적 없다. 회의든 식사든 상석에 앉은 적도 없다"며 "최순실·정유라가 누구인지도 몰랐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박 전 대통령과) 3차례 독대에서 경영권 승계 관련 얘기를 들은 적도 말한 적도 없다"고 했다.

이 부회장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7월 중순 증언하면서 '이재용·최지성·장충기·김종중 네 사람이 매일 모여 삼성의 주요 현안을 논의하고 결정한다'고 말한 데 대해 "확실하게 말씀드려서 그렇게 넷이 회의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고 말했다.

◇최지성 "이 부회장 보호하려 보고 안 해"

이 부회장에 앞서 오전 10시부터 피고인 신문을 받은 최지성 전 부회장은 "이 부회장에게 승마 지원에 최순실·정유라가 낀 사실을 보고하지 않았다"며 "이 부회장을 보호하기 위해 그런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시 최순실이 뒤에서 장난질을 치는 것 같은데 확인은 할 수 없었다"며 "유언비어 같은 이런 걸 이 부회장에게 옮겼다가 경을 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정유라 얘기는 끝내 안 했다"고 했다. 그는 또 "뇌물·청탁 이런 문제가 생길 줄은 생각도 못했지만, 나는 이미 40년 일했으니 (만약 문제가 생기더라도) 내가 책임지고 물러나면 된다고 생각했다"면서 "잘못된 판단으로 숱한 사람 고생시키고, 국민들 실망시키고, 내 인생 한 부분도 사라지게 된 것 같아 후회하고 반성한다"고 했다.

그는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선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가 왜 대통령하고 관련이 있다는 건지 지금도 이해를 못 하겠다"며 "이 부회장은 이건희 회장의 아들이고 국내외에서 후계자로 인정받고 있어서 회장이 유고(有故)가 생기면 그냥 회장이 되는 것이고 승계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법정 주변엔 공판 시작 3시간 전인 오전 7시부터 방청객이 찾아와 50m 가까이 줄을 섰다. 방청석 150석이 꽉 찼다. 신문 시간이 길어지자 재판부는 '시간을 엄수해달라'고 주의를 줬다. 특검과 변호인단 모두 자주 시계를 보며 반대 신문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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