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 빌려주고 수천만원 챙긴 변호사들…변호사 아들이 '법조브로커' 활동까지
명의 빌려주고 법률업무 시킨 대구 변호사들 벌금형
수억원대 사건 처리하게 하고 달마다 수백만원 챙겨
변호사 아들이 자격 없이 사건 수임하고 공문서 위조
이 부장판사는 "피고인들은 변호사로서 보다 높은 도덕성과 직업적 소명의식이 요구됨에도 개인적 이익을 얻기 위해 대가를 받고 변호사 명의를 대여해 법률사무를 취급하게 했다"며 "변호사 제도의 근간을 훼손하는 것이어서 엄단할 필요가 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법원에 따르면 A씨는 2015년 1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대구 수성구 한 법률사무소에서 사무장 이모씨에게 자신의 명의를 빌려줬다. 그러면서 이씨에게 개인회생·파산 등 사건을 수임하고 각종 문서를 법원에 제출하는 법률사무를 맡게 했다. 이렇게 모두 409건 4억4960만원 상당의 사건을 처리하게 했다. A씨는 명의를 빌려준 대가로 매달 250만~300만원씩을 받아 모두 6300만원을 챙겼다.
B씨는 지난해 3월 자신의 법무법인 사무실에서 일하는 사무장에게 변호사 명의를 빌려줘 2500만원 상당의 개인회생 사건을 처리하게 했다. B씨는 그 대가로 330만원을 받았다.
A씨와 B씨는 실형이 아닌 벌금형을 받아 변호사 자격 박탈은 면했지만 형이 확정된 뒤 대구지방변호사회로부터 별도 징계를 받게 될 예정이다. 현직 변호사가 금고 이상 형이나 집행유예·선고유예를 선고 받으면 변호사 자격이 취소된다.
대구지법 제8형사단독 오병희 부장판사는 변호사법 위반, 공문서 위조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C씨(40)에 대해 징역 1년6개월형을 선고하고 8434만6000원을 추징했다.
지역 원로 변호사(지난해 3월 사망)의 아들인 C씨는 2006년 4월부터 2008년 4월까지 부친의 변호사 사무실에서 직원으로 일했다. C씨는 변호사가 아님에도 의뢰인들로부터 회생·파산신청 사건을 수임하는 수법으로 35차례에 걸쳐 수임료 8434만6000원을 챙긴 혐의로 기소됐다. 또 지난해 7월 법관 명의를 도용해 회생 절차에 필요한 공문서를 위조하고 이를 활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C씨는 이와 함께 변호사 A씨에게 5500만원 상당의 회생 사건 2건을 A씨 명의로 취급할 수 있도록 허락을 구해 처리한 혐의도 받았다.
오 부장판사는 "장기간 다수의 의뢰인을 상대로 변호사가 아님에도 변호사 업무를 취급하면서 적지 않은 금품을 받았다"면서 "작고한 부친의 법률사무소 운영비로 불법 수임한 금품의 상당 부분을 사용한 점과 개인적으로 취득한 이득이 비교적 많지 않은 점을 고려했다"고 판시했다.
대구=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