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 GT VS. 맥라렌 720S 두 대의 아름다운 슈퍼카 중 승자는?

두 대의 아름다운 슈퍼카 중 승자는?

배기 사운드가 점점 고조되고 스티어링휠 위에서 불빛이 번쩍이기 시작했다.

녹색, 붉은색, 파란색…. 자, 이제 변속이다. 손끝으로 오른쪽 패들을 당기니 가속에 방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 미묘하고 정교한 변속이 느껴졌다. 이번에는 코너 앞에서 힘껏 브레이크를 밟으며 왼쪽 패들을 당겼다. 카본 세라믹 브레이크는 엄청난 열을 내뿜으며 속도를 줄였고 듀얼클러치 변속기는 순식간에 기어를 두 단 내렸다. 지금 여기, 마법 같은 일이 펼쳐지고 있다.


앞바퀴는 스티어링휠의 미세한 움직임에도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왼쪽, 오른쪽, 다시 왼쪽…. 낮게 깔린 이 쿠페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빠른 속도로 S자 구간을 빠져나갔다. 나는 속도를 한껏 끌어올려 뒷바퀴의 접지력이 한계를 넘나드는 황홀한 순간을 즐기며 여유롭게 드리프트를 이어갔다. 그리고 손끝과 발끝, 허리로 느껴지는 감각을 이용해 섀시와 침착하고 간결한 대화를 이어갔다. 이 차는 대단히 민첩하고 정교했다. 그 어떤 슈퍼카와도, 그 어떤 포드와도 달랐다. 그렇다. 포드가 이번에는 제대로 만들었다. 포드 GT는 정말 놀라운 차다.

포드는 GT를 ‘일반도로용 레이스카’라고 부른다. 이번만큼은 결코 광고를 위한 과장이 아니다. GT는 르망 24시 레이스 제패에 대한 포드의 뜨거운 열망 속에서 2016년 태어났고, 1966년 1~3위 모두를 휩쓸었던 포드의 50년 전 전설적인 기록을 기념하듯 GTE 클래스에서 페라리를 제치고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GT의 개발 목표는 명확하다. 공기역학적으로 설계된 가벼운 차체와 강력한 출력이다. 차체의 대부분은 탄소섬유와 알루미늄으로 구성된다. 승객실은 탄소섬유 덩어리다. 뒤로 갈수록 좁아지는 욕조 형태 때문에 운전자와 동승자의 어깨가 거의 맞닿는다. 시트는 바닥에 고정되어 있지만 스티어링휠과 페달 위치를 조절할 수 있다. 탄소섬유 대시보드 역시 승객실과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계기판은 디지털 방식이며 대부분의 장치는 레이스카처럼 스티어링휠에서 조작할 수 있다.


서스펜션은 F1 레이스카와 비슷한 구성이다. 코일 스프링과 토션바 스프링을 엮은 후 멀티매틱(Multimatic) DSSV 스풀-밸브 댐퍼를 더했다. 차체 아래쪽 설계 역시 레이스카처럼 공기역학 설계를 따르고 있다. 리어 윙은 상황에 따라 높이와 각도를 바꿔 다운포스 양을 조절한다. 


그런데 슈퍼카에 6기통 엔진이 과연 합당할까? 굽이진 길에서의 짜릿한 주행 감각과 레이스 트랙에서의 기록, 그리고 V-맥스 모드에서의 가속 성능이 이 의문에 대한 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신형 랩터 엔진과 60퍼센트 이상 부품을 공유하는 3.5리터 V6 에코부스트 엔진은 6250rpm에서 647마력을, 5900rpm에서 76.2kg·m의 토크를 낸다. 


8기통을 사용하는 경쟁자보다 더 높은 수치다. 가령 최고출력은 페라리 458보다, 최대토크는 맥라렌 675LT보다 더 높다. 그러니 실린더 수에 연연할 필요 없다. 그저 GT가 포드 역사상 가장 강력한 양산형 엔진을 품고 있다는 사실을 즐기면 된다.


일반 모드에서의 엔진은 마치 F-150의 그것처럼 아주 순하게 움직인다. 하지만 스포츠나 트랙 모드로 바꾸면 잠에서 깬 야수처럼 변한다. 터보 지체 현상을 줄여주는 안티래그(Anti-lag) 시스템이 작동해 3000rpm에서 토크를 쏟아내는 시간을 1.2초에서 0.7초로 단축한다. 즉, 가속페달을 밟아 우렁찬 엔진 소리가 몸을 뒤흔들 때쯤이면 운전자의 몸이 시트에 파묻히게 되는 것이다. 


포드는 안티래그 시스템에 대한 말을 아끼고 있지만 별로 문제 될 게 없다. 우리는 이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만 알면 충분하다. 가속페달의 반응은 즉각적이다. 엔진의 힘 역시 지체 없이 뒷바퀴로 전달된다. V-맥스 모드에서는 공기역학적 설계와 장치들을 모두 동원해 공기저항을 최소화한다. 대신 자세제어 장치가 ‘전투 모드’로 전환돼 부족한 다운포스를 보완한다. 포드에 따르면 GT의 최고 속도는 시속 347킬로미터다. 

파워트레인의 성능도 놀랍지만 차체 구성은 더 인상적이다. 낮고 가벼운(건조 중량 1383킬로그램) 차체는 그 어떤 경쟁자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방향을 바꾼다. 스티어링휠의 움직임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면서도 균형을 아름답게 유지하며 이런 안정감을 고속까지 이어간다. 최고출력 647마력, 최고속도 시속 347킬로미터에 달하는 미드십 슈퍼카지만 느낌은 마치 마쓰다 미아타처럼 경쾌하고 믿음직스럽다. 


21세기 슈퍼카 제작 동향을 따르지 않았다는 점도 놀랍다. 차체 구성이나 움직임에 첨단 전자장비의 개입이 거의 없다. 노멀 모드에서의 최저 지상고는 약 120밀리미터이며 시속 145킬로미터에 도달하면 리어 윙을 펼친다. 노면이 거친 도로에 접어들 때면 서스펜션을 부드럽게 설정할 수도 있다. 스포츠 모드를 선택하면 안티래그 시스템이 작동하고 자세제어 장치의 개입이 줄어들며 리어 윙 작동 시기를 시속 112킬로미터로 앞당긴다. 


차체의 움직임을 엄격하게 제어하고 있지만 주행 감각은 가벼운 차체나 극도로 낮은 편평비의 타이어를 의식할 수 없을 만큼 안정적이다. 참고로 포르쉐 911 GT3보다 소음이나 진동이 훨씬 더 적다. 정차했을 때만 선택할 수 있는 트랙 모드는 일종의 깜짝 선물이다. 고압력 유압 장치로 코일 스프링을 늘려(푸시로드 구조라 코일 스프링을 늘리면 메인 로커가 반대로 회전하며 차체가 내려간다) 최저 지상고를 약 50밀리미터 낮추고 스티어링과 변속기의 반응을 바꾼 후 리어 윙을 활짝 펼친다. 서스펜션 강도는 비틀린 토션바로 인해 더 팽팽해진다. 덕분에 긴 코너나 연석 등 트랙 고유의 환경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달릴 수 있다.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공기역학 관련 장치들은 고속 코너를 달릴 때나 급제동을 할 때 안정감을 높인다. 

포드 GT는 제대로 된 물건이다. 포드 GT의 원조인 GT40처럼 르망 24시 레이스의 우승을 목표로 태어났다. 이는 어느 정도의 타협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V6 엔진은 일반적인 주행에서도 귀에 거슬리는 소리를 내며, 실내는 몸집이 그리 크지 않은 성인에게도 비좁을 수 있다. 탄소섬유 부품의 마감도 부가티나 파가니의 그것처럼 완벽하지 않다. 내비게이션, 공조장치, 크루즈 컨트롤 등의 장비를 갖추고 있지만 포드 GT는 분명 편안히 달리기 위해 만들어진 차가 아니다. 


하지만 이는 별로 중요치 않다. 걸러지지 않은 우렁찬 소리와 정교한 움직임, 그리고 빠른 가속과 민첩한 코너링 등으로 전혀 다른 운전 경험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포르쉐와 페라리, 그리고 닷지 바이퍼처럼 일반도로용 차에 레이스카의 기능을 덧붙인 그런 차가 아니다. 도로에서 탈 수 있는 레이스카다.   

레이스 준비 완료 
트랙에서 가져온 기술들

공기역학적 바닥 공기가 레이스카처럼 뾰족한 컨트롤암을 넘어 휠하우스로 들어가 차체 앞부분을 눌러준다. 리어 윙이 접혀 있을 때는 도어 앞쪽의 플랩을 열어 다운포스를 줄이는 방식으로 앞뒤 균형을 맞춘다.  

욕조형 탄소섬유 승객실과 통합 롤케이지 GT의 중심에는 40개 이상의 부품을 엮어서 만든 욕조형 탄소섬유 승객실이 있다. 대시보드 역시 한 조각으로 엮었으며 윗부분을 레이스카의 롤케이지처럼 파이프 형태로 짜 안전성을 높였다. 

푸시로드 서스펜션 코일 스프링(녹색)과 토션바 스프링(녹색)은 하단 컨트롤암과 푸시로드로 연결된 메인 로커의 회전을 억제하며, 반동력은 아래쪽 보조 로커와 연결된 DSSV 댐퍼(파란색)가 흡수한다. 트랙 모드에서는 고압력 유압 장치가 코일 스프링을 늘려 최저 지상고를 120밀리미터에서 약 70밀리미터로 낮춘다. 물론 코일 스프링을 늘리면 메인 로커로 전달되는 압력은 모두 토션바 스프링이 해결하게 된다. 

액티브 리어 윙 차체 뒤쪽의 윙은 상황에 따라 위아래로 움직이며, 뒷면에 있는 거니 플랩(Gurney flap)도 펼친다. 이런 방식으로 다운포스를 14퍼센트 늘리거나 저항을 14퍼센트 줄인다.

포드 GT VS. 맥라렌 720S 
두 대의 아름다운 슈퍼카 중 승자는?

우연의 일치일까. 1966년 브루스 맥라렌(Bruce McLaren)은 포드 GT40을 타고 르망 24시 레이스에서 페라리를 누르고 1~3위를 모두 차지하는 전설적인 기록을 세웠다. 그리고 50년이 지난 지금 포드는 GT40의 정신적 후계자를, 브루스 맥라렌의 F1 팀에서 시작된 맥라렌은 720S라는 최신형 슈퍼카를 선보이며 열띤 경쟁을 펼치고 있다. 


포드 GT와 맥라렌 720S는 모두 고강성 탄소섬유 욕조형 승객실에 정교한 서스펜션을 덧붙인다. 차체 역시 탄소섬유이며 트윈 터보 엔진과 듀얼클러치 7단 변속기, 그리고 다양한 공기역학 장비와 주행 모드로 놀라운 운전 경험을 제공한다. 


자, 그렇다면 어떤 차가 더 뛰어날까? 우선 엔진은 맥라렌의 승리다. 맥라렌의 710마력 V8 트윈 터보 엔진은 괴물 같은 추진력과 사운드를 뿜어낸다. 반면 스타일은 포드가 더 뛰어나다. GT는 그 어떤 미드십 슈퍼카보다도 개성이 짙다. 특히 플라잉 버트리스는 젊은 디자이너들에게 새로운 영감을 심어줄 것이다. 

일반 도로를 달릴 때 GT의 높이는 720S보다 약 86밀리미터 낮으며 트랙을 달릴 때 그 차이는 약 137밀리미터로 벌어진다. 포드를 타고 나서 맥라렌에 들어서면 마치 승용차를 타다가 SUV에 오른 기분이다. 최저 지상고 조절 기능 덕분에 GT는 트랙에서 720S보다 더 정교하게 움직인다. 특히 S자 구간에서 더 돋보인다.

물론 운전 감각은 두 차 모두 뛰어나다. GT는 빠른 속도로 코너를 들어가도 앞바퀴의 움직임을 쉽게 제어할 수 있고 720S는 코너 중간에서 가속 페달만으로 차의 움직임을 크게 좌우할 수 있다. 둘 모두 시속 300킬로미터를 넘나드는 미드십 슈퍼카지만 유쾌하고 정교한 핸들링을 자랑한다. 또한 포장되지 않은 도로에서조차 승차감이 뛰어나지만 맥라렌이 소음이 덜하고 조금 더 편안하다. 그리고 사방이 트여 있어 시야가 더 쾌적하다. 

그럼 최종 승자는 누구일까? 포드 GT가 레이스카에 더 가깝다는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 GT의 정체성이 바로 그것이니까. 하지만 맥라렌 720S가 조금 더 다재다능하다. 720S는 일반 도로와 트랙을 가리지 않고 언제나 똑같은 성능을 뽐낸다.

크리스 스벤슨(CHRIS SVENSSON)

미국산 슈퍼카 제작의 비밀

독일 쾰른의 포드 디자인 스튜디오에서 외관 디자인을 맡으며 포드에서의 생활을 시작한 스벤슨은 카(Ka)와 머스탱, 그리고 팰콘 등의 다양한 모델을 만들었다. 그는 신형 GT의 작업에 대해 ‘평생에 걸쳐 단 한 번 겪을 경험’이라고 설명했다. 


GT의 설계를 시작하며 각기 다른 방향으로 이어질 수 있는 세 가지 주제를 정했다. 먼저 1965년형 GT40을 살펴보고 우리가 사랑하는 GT40의 핵심 디자인 요소들을 새 GT에 녹여내기로 했다. 차체 중앙을 타고 넘는 두 개의 라인, 사각형 전조등, 공기흡입구를 갖춘 뒤 유리, 센터 머플러, 원형 테일램프 등이 좋은 예다.


두 번째는 효율성이다. 우리는 GT와 함께 다른 레이스카의 설계도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에 LMP와 같은 레이스카에서 영감을 얻을 수 있었다. 즉, 일반 도로를 달리는 그 어떤 경쟁자보다도 공기역학적으로 효율이 뛰어난 차를 만들 방법을 고민한 것이다.


세 번째는 모던한 매력을 지닌 디자인이다. 우리는 람보르기니와 페라리, 그리고 몇 년 전 마세라티가 선보였던 콘셉트 모델인 버드 케이지 등을 면밀히 살펴봤다. 사실 우리는 아름다운 외관에만 집중했는데 개발 총책임자인 라즈 나이르(Rja Nair) 부사장이 전통, 효율, 디자인 등을 모두 한곳에 담자고 제안했다.

실제 크기의 클레이 모델을 두 개 만들었다. 둘은 앞부분과 공기의 통로가 달랐다. 우리는 앞바퀴 뒤쪽에 커다란 공기흡입구를 뚫은 모델이 더 아름답다고 생각했지만 풍동 시험 결과 공기 통로가 차 아래쪽으로 향한 디자인이 훨씬 더 효율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래서 둘의 디자인을 결합했다. 이 외에도 처음의 의도와 달라진 것들이 적지 않다. 


탄소섬유 덕분에 우리는 강철로는 절대로 구현할 수 없는 형태를 완성할 수 있었다. 플라잉 버트리스(Flying buttress, 지붕에서 뒤 펜더로 이어지는 패널)와 같은 부분이 그렇다. 이번 작업을 통해 완전히 새로운 디자인에 도전할 수도 있었지만 우리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양산이었다. 물론 신형 GT는 우리가 그동안 만든 차 중 가장 복잡한 형태를 갖추고 있다. 

에디터_류민

모터트렌드, 슈퍼카, 포드G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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