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소개해드릴 맥주는 영국 런던에 소재한
Fuller's Brewery의 ESB 입니다.
ESB는 앞의 글자만 따와서 만든 줄임말로
풀어쓰면 Extra Special Bitter 입니다.
독특하고 특별한 영국식 비터맥주라는 의미의
이 맥주는 한국에도 수입되어 잘 알려진 런던 프라이드(London Pride),
치스윅(Chiswick) 비터와 함께 풀러스 브루어리에서
만들어낸 가장 위대한 작품들이자, 풀러스 브루어리를
알리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한 맥주라고 합니다.
ESB의 또 다른 별명으로는
'Champion Ale' 이 있는데,
라벨에서 보이다싶이 참피온 에일 글씨 아래에는
그동안 수상해온 금메달이 자랑스럽게 빛을 내고 있습니다.
ESB는 1845년에 시작된 풀러스 브루어리의 역사에 비한다면
상당이 뒤늦게 생산되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1971년 겨울용 에일로 만들어지던
기존의 '올드 버턴 엑스트라' 라는 맥주를 대신해,
좀 더 개량하여 만들어 진것이 ESB라고 합니다.
풀러스 브루어리의 에일들중에서 가격이 가장 높으며,
그들 사이에서도 가장 스트롱한 맛을 가지고 있는 맥주가 ESB 입니다.
라벨을 보고있자면 매우 위풍당당한 기운이 느껴지는 ESB는
당당함에 걸맞는 수상경력이 매우 화려한 맥주입니다.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단체인
'Camra (Campaign for Real Ale)'에서 선정한
영국의 베스트 스트롱에일부문에서 일곱분야에 걸쳐
최고로 선정되는 영광을 누렸으며,
Camra 에서 세차례의 베스트 에일로 선정되었고,
두번의 월드 챔피언 맥주로 선정되었다고 하는군요.
현재의 ESB는 2004년 라벨디자인과 맛 등에서
좀 더 기품있고, 좀 더 강하게 탈바꿈한 제품이 되었다고 합니다.
오랜만에 다시 찾은 다시 쓰는 시음기입니다.
아무래도 블로그 초창기에 시음한 맥주를 다룰 수 밖에 없는데,
블로그 오픈년도인 2009년과 2010년 위주로 가는 것 같습니다.
지금 시점에서 봤을 땐 2009년에 시음기 들은
'무슨 생각으로 맥주 블로그를 연다고 했을까?' 라는
기분이 들 정도로 아는게 너무 없었던게 티가 나는데,
그래도 2010년으로만 넘어와도 지식과 정보가 정돈된 느낌이 듭니다.
7년도 더 된 2010년 3월의 Fuller's ESB 리뷰를 훑어보면서
"아 그랬구나" 라고 생각이 드는 것 보면 그렀습니다.
현재 직업이 맥주 강의이다보니 학생들로부터 많이 듣는 질문이
"강사님은 어떤 맥주 가장 좋아하세요?" 입니다.
사실 이건 TPO 에 따라 충분히 달라질 수 있기에
하나를 꼭 꼽을 수는 없다고는 하지만,
수강생에게 이렇게 얘기하면 반응이 별로더군요.
그 때 무었이었을까 고민하던 차에 생각난
맥주가 바로 Fuller's ESB 입니다.
소위 밸런스 甲 이라고 표현하고 있는 맥주로
개인적으로도 자극보다는 밸런스 맥주 취향이긴 합니다.
하지만 자극은 모든게 새로울 초보 때나 겪는 현상이며,
마시다보면 밸런스 맥주를 좋아하면 어른이 된다라는 식으로
설명하고 싶지는 않은데, 맥주 경험치가 극에 달했어도
여전히 시고 쓰고 새콤함이 터지는 자극을 좋아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2010년 3월 영국에 갓 도착했을 때 저는 머지 않아
런던 치스윅의 풀러스(Fuller's) 양조장을 방문했고,
위에 나온 Fuller's ESB 전용잔을 구했습니다.
그리고 비자가 만료되어 영국에서 나와야했던
마지막날의 전날, 집 근처 자주 가던
Jugged Hare 라는 이름의 펍에서
Fuller's ESB 를 비롯 영국 에일을 엄청 마시고,
그것도 모자라 마트에서 ESB 를 몇 병 더 사서 마셨습니다.
당시 그랬던 이유는 2011년 2월에 한국에 돌아가면
마치 평생 이 맥주들을 다시 마실 수 없을 것 같아서였죠.
(항상 느끼지만 병 디자인은 이전 것이 더 나은 것 같습니다)
그로부터 2-3년 후에 Fuller's ESB 가 들어왔고,
펍을 운영할 때 이 맥주 펍에 꼽고 싶어서
수입사에 지속적으로 어필한 적도 있었으며,
최근에는 항상 맥주의 불모지라고 생각했던
집근처 노란 간판의 대형마트 맥주 코너에
Fuller's ESB 가 현재 진열되있는 걸 보면,
이젠 새삼스럽지만 시장이 많이 바뀌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 읊어보니 확실히 추억이 많은 맥주이긴 하네요.
한국에 들어왔다고 해서 희소성이 없어졌다고
싫증나거나 따분해지지 않은 맥주이며,
자극에 단련된 매니아부터 이제 걸음마를 뗀
맥주 초보까지 다 아우를 수 있는 맥주라고 생각합니다.
어느 브루어리의 홈페이지에 방문하여,
그들의 맥주에 관한 맛을 설명해놓은 글들을 확인하면,
가능한 많은 종류의 과일에 빗대어 맛을 설명하고,
독특하다, 스페셜하다, 만족스럽다등등의
침이 마르지 않을 정도의 칭찬일색인 것 같습니다.
풀러스의 ESB에 관한 설명또한 다를 바 없었지만,
직접 마셔본 저의 소감을 우선 이야기 하자면
엑스트라 & 스페셜 할 만한 에일이라고 생각됩니다.
스스로 우쭐할 만한 맛과 풍미를 가졌다고 여겨졌습니다.
색상에 있어서는 여느 에일과 마찬가지로 붉은색을 띄고 있으며,
지금 제가 코감기에 걸려 향을 잘 맡을 수 없었다는 것은 아쉬웠지만...
풍미, 느낌에 있어서는 훌륭할 만큼 만족스러웠습니다.
5.9%의 다소 높은 도수에, 스트롱 비터에 속하는 제품이지만
마시다보면 알콜의 느낌은 신경쓰지 못할 수준이며,
스트롱하다는 감상보다는 맛있다는 느낌이 우선되는 맥주입니다.
보통수준에 좀 못미치는 탄산수준이지만,
ESB에서는 탄산보다는 묵직함과 부드러움이 더 강조되었는데,
묵직함속에 카라멜맛과 향긋하게 피어오르는 상큼한 과일과 같은 맛이 일품이며,
모든 맛이 지나간 자리에는 어김없이 에일특유의
목에 걸리는 듯한 쓴맛이 찾아와 피니쉬를 해주네요.
다양한 맛의 조화가 잘 이루어져있고, 그 맛 들이 맥주의 입에 와 닿는 느낌과도
잘 조화된 인상을 받게하여 칭찬하고픈 맥주라고 표현하고 싶고,
정말 마시면서 고급맥주를 마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격이 조금 세다는 단점만 극복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괜찮은 에일이라고 평가하내리고 싶네요 ~
맑진 않으며 색상은 붉은 빛을 띄었습니다.
향에 관한 언급을 2010년에는 빼먹은 듯 한데,
견과, 농익은 과일, 차(Tea), 흙 느낌 등이 있으며,
자극적이지 않고 포근한 기분을 들게 해줍니다.
5.9% 니까 알코올이 두드러지지 않는다는 것은
지금도 마찬가지로 공감하는 부분입니다.
5.9% 라는 체급과 도수에 비해서는
풀바디(Full Body)라는 느낌이 들긴 하나
상대적인 것일 뿐 절대적으로 미디움이라 봅니다.
영국의 드래프트건 한국의 드래프트, 병이건
탄산감과는 관계가 없는건 동일합니다.
맛은 영국의 홉과 맥아 효모의 부분을
절묘하게 다 섞었다는 평입니다.
영국 맥아 & 크리스탈 맥아에서 나오는 견과, 비스킷, 토피의 고소함과 단 맛,
영국 효모에서 나오는 에스테르인 농익은/말린 과일 맛,
영국 홉에서 나오는 흙, 꽃, 찻잎과 같은 부분이 어울러집니다.
그날 그날 컨디션에 따라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요소가 분명 있겠지만, 두루두루 맛을 갖춘 맥주임은 틀림 없고,
심지어 알코올 도수나 바디 마저도 세지도 약하지도 않은
5도 후반대라 좋게 얘기하면 중용을 나쁘게 얘기하면 애매합니다.
밸런스 맥주들의 어쩔 수 없는 숙명이라고 생각하며,
영국의 대형 마트에서도 500ml 병 기준 2파운드 중반대라
가격이 센 편이었지만 지금 국내 시장에서 높은 편은 아닙니다.
맨날 펍에서 사람들과 이야기하면서 마시던 맥주였는데,
오랜만에 각 잡고 집에서 조용하게 시음해보니
옛 생각도 나지만 여전히 맛있는건 변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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