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투레레 산장에서 에머랄드 호수(Emerald Lakes)와 레드 크레이터(Red Crater), 망가테포포 산장를 지나 화카파파 빌리지로 나가는 날이다. 통가리로 노던 서키트에서 가장 아름다운 구간이라 하늘이 맑아지길 빌었건만, 밤새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더니 아침에도 변함이 없다. 레인저가 일기 예보를 업데이트 하기를 기다렸다.
처음부터 오르막이 시작되었다. 빗속에 기기묘묘한 바위가 나타나 스산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레드 크레이터에서 흘러내린 용암이 희한한 모양으로 굳은 것이다. 두 시간 가량 걸린다는 에머랄드 호수를 1시간 20분만에 도착했다. 흐릿하게 호수가 보였지만 몇 개인지는 육안으로 확인이 어려웠다. 카메라를 꺼내 억지로 사진 한 장을 찍었다. 뉴질랜드 북섬에서 당일 산행 코스로 꽤나 유명한 통가리로 알파인 크로싱 트랙(Tongariro Alpine Crossing Track)을 만났다.
블루 호수(Blue Lake)로 가는 것은 이미 포기를 했기 때문에 휴식도 없이 바로 레드 크레이터로 오르기 시작했다. 푹푹 빠지는 모랫길이 나왔고 운무가 짙어 불과 몇 미터 앞도 보이지 않았다. 바람도 엄청 불어 몸을 휘청거리게 만든다. 행여 크레이터 안으로 떨어지면 비명횡사할 판이라 최대한 바깥쪽으로 걸었다. 반대편에서 사람들이 하나 둘 나타나기 시작한다.
눈에 보이는 것은 아무 것도 없고 거센 비바람만 불어오는 상황이라 아무런 감흥도 없이 해발 1,868m의 레드 크레이터를 넘었다. 통가리로 노던 서키트 상에선 가장 높은 지점인데 발길을 재촉하기 바빴다. 통가리로 산 정상으로 가는 갈림길도 그냥 지나쳤고, 응가우루호에 산으로 가는 갈림길도 시선 한번 주는 것으로 그쳤다. 내리막을 꾸준히 걷자니 제법 많은 인원이 올라오고 있었다. 그 중에 평상복 차림의 중국인 젊은이 예닐곱이 올라왔다.
통가리로 노던 서키트가 곧 끝난다는 의미다. 화카파파 마을을 20여 분 남겨놓고 개울에서 세수도 하고 발도 물에 담갔다. 화카파파 마을에 도착해 샤토 통가리로에 있는 바에서 시원한 맥주 한잔으로 무사 일주를 자축했다. 오늘 하루 21.3km를 걸었다. 뉴질랜드에서는 좀 길게 느껴지는 거리였다. 잘 걷는 사람이라면 전구간을 1박 2일에 진행해도 될 것이라 판단이 섰다. 국립공원에서 추천하는 일정은 여유를 누리고 싶은 사람에게나 맞을 것 같았다.
오투레레 밸리는 화산에서 흘러내린 용암으로 기묘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통가리로 알파인 크로싱 트랙을 만났지만 비바람은 여전히 그치지 않았다.
에머랄드 호수 가운데 하나
짙은 운무에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레드 크레이터를 올랐다.
관광객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반대편에서 올라왔다.
소다 스프링스를 지나면서 하늘이 조금씩 개기 시작했다.
응가우루호에 산이 거의 대부분 모습을 드러냈다.
날씨가 개면서 기분도 덩달아 좋아져 망가테포포 산장으로 하산하는 길이 즐거웠다.
산길에서 만난 헤더(Heather)와 커먼 마운틴 데이지(Common Mountain Daisy)
지의류에 해당하는 라이킨이 돌 위에 기묘한 그림을 그려 놓았다.
트레킹 끝자락에 응가우루호에 산과 루아페후 산이 시야에 들어왔다.
멀리 화카파파 빌리지에 있는 샤토 통가리로가 보이기 시작했다.
통가리로 노던 서키트 시작점이면서 동시에 종착점인 표지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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