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석에서 남부능선(청학동)으로 하산하는 길.
세석고원 코스.
산의 계절은 산 아래 계절과 같지 않다. 봄은 한없이 늦고 가을은 느닷없다. 협곡으로 밀려난 여름과 능선을 타고 찾아온 가을, 꽃들은 그 분주한 틈바구니에서 쉼표가 된다. 9월에 지리산에 갈 생각이라면 단연 구절초가 으뜸인 세석을 가야 맞다. 벽소령과 장터목, 촛대봉(1703m)과 영신봉 사이의 세석은 하동 대성골(의신마을)과 남부능선(청학동), 함양 한신계곡(백무동) 등을 통해 오르내릴 수 있는데, 산행 경험이 많지 않다면 산청 거림골을 택하는 게 좋다. 거림골 들머리에서 세석까진 6㎞이며 4시간이면 닿는다. 하산 시간도 고려해야 하므로 민박을 하거나, 거주지에서 새벽차로 이동해 아침 일찍 출발하는 게 좋다. 산중 숙소인 세석대피소에서 묵는 것도 추천한다. 구례 피아골이나 남원 뱀사골 혹은 두 계곡을 잇는 단풍 산행도 추천한다. 보통 10월 마지막 주에서 11월 첫 주까지 빛깔이 좋다. 만복대(1438m)와 반야봉(1732m)도 지리산의 대표적인 가을 등반 코스다.
하동 고소산성에서 내려다본 섬진강.
22개 지리산 둘레길 코스 중에 경남 하동군 옥종면과 청암면을 잇는 ‘위태~하동호’ 구간은 마을과 숲길과 계곡과 임도(임산물 수송을 위해 닦은 길)가 어우러진 트레킹 코스다. 위태리에서 지네재, 오율마을에서 궁항리, 궁항리에서 양이터재로 오를 때가 힘들다. 하지만 오롯한 걷기여행에 이만한 구간도 없다. 이 구간은 지리산 둘레길을 이어 걷는 이음단 단원들이 ‘인월~금계’에 이어 ‘가장 좋았던 길, 제일 기억에 남는 길’ 2위로 꼽은 바 있다.
위태~하동호 코스.
구룡폭포.
용소, 학서암, 구시소, 서암, 유선대, 지주대, 비폭동, 경천벽, 구룡폭포 등을 품은 구룡계곡(용호구곡)엔 음력 4월 초파일이면 아홉 마리 용이 내려와 아홉 군데 폭포에서 놀다 갔다는 전설이 전해 내려온다. 길 옆 계곡과 거벽이 풀어내는 지리산의 풍경이 아름답다. 비폭동은 반월봉에서 떨어진 물보라가 승천하는 용의 모습과 같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비폭동 일대의 단풍은 등불을 켜놓은 것처럼 붉다. 비폭동부터는 오르막 계단이 있고, 그 계단을 오르면 구룡폭포에 닿는다. 구룡폭포는 물속에 잠긴 두 마리의 용이 구름 사이로 일어나 꿈틀거리는 것 같다 해서 ‘교룡담’이라고도 불린다.
구룡계곡 트레킹 코스.
지리산 등반, 지리산둘레길, 그 밖의 트레킹 코스는 안전하면서도 방심할 수 없는 곳이다. 길을 잃었다면 다른 산악인이 달아둔, 마지막으로 본 표지 리본이 있는 곳으로 돌아와 다시 길을 찾아야 한다. 가족과 지인에게 수시로 연락해 현재 위치를 공유하는 것도 좋다. 지리산북부관리사무소(063-630-8900)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지리산은 산기슭과 계곡마다 먹을 것과 볼 것이 많은 곳이다. 화엄사, 쌍계사, 벽송사, 실상사 등의 명찰과 폐사지인 단속사 터의 삼층석탑 등 문화재 답사의 최적지이며, 수지미술관(063-631-1009)과 갤러리 길섶(www.gillsub.com), 예술인마을 등에서는 미술작품 감상 및 체험 활동을 할 수 있다. 또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의 배경이 된 악양 평사리의 악양관광안내소(055-880-2950), 최명희의 혼불문학관(063-620-6788) 등도 가볼 만하다.
지리산의 대표적인 가을 축제로는 구례의 동편제 소리축제(10월)와 피아골 단풍축제(11월), 산청 한방약초축제(9월), 함양의 산삼축제와 물레방아골축제(9월), 하동 북천코스모스축제(9월)와 회남재 숲길 걷기대회(10월)를 꼽을 수 있다. 경상도와 전라도가 만나는 화개장터와 5일장이 서는 구례장과 인월장도 가볼 만하다.
▶하동엔 유독 카페와 게스트하우스가 많다. 화개 벚꽃 가로수변엔 호모루덴스(055-883-1251), 플래닛1020(055-883-9545), 에츠하임(055-883-2134), 게스트하우스를 겸하는 일리지(055-882-2662), 비늘지붕(055-884-5386), 쉼표하나(070-4141-2458) 등이 있다. 산동면엔 노고단게스트하우스(061-782-1507)가 있다.
함양 엄천강가엔 래프팅이 가능한 카페 겸 게스트하우스 지리산리조트(055-964-1171)와 지리산자연휴양림(055-963-8133)이, 산청엔 경호강 주변으로 멋들어진 펜션촌이 밀집해 있다.
지리산 심원첫집.
지리산은 계절별로 먹을거리가 넘쳐난다. 매실과 산수유, ‘왕의 녹차’로 불리는 하동 야생차, 섬진강 참게와 은어, 재첩 등. 가을이면 능선 아래로 붉은 감이 익는다. 밤은 단맛을 채우고, 갖가지 산나물은 꼬들꼬들 몸을 말린다. 포도, 딸기, 감자, 파프리카, 고사리, 취나물 등도 구할 수 있다.
구례 화엄사 들머리에 식당 가락원(061-782-6269)과 만남가든(061-782-9172)이 있다. 온천지구로 유명한 산동면에 쑥부쟁이머핀을 판매하는 카페 구례삼촌(061-783-7235), 구례에서 생산한 밀로 빵을 굽는 목월빵집과 굿베리베이커리 등이 있다.
남원은 추어탕으로 유명하지만 나물 밥상이 메뉴인 심원첫집(063-632-5475)과 지리산산채식당(063-625-9670)을 추천할 만하다. 아프리카산 원두로 커피를 내리는 은달래(063-636-7730)와 둘레꾼들의 쉼터인 카페 히말라야(010-2513-9648)도 있다.
Jirisan(지리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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