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해외여행]호주 울루루 속으로 Part 2


원주민은 전통 사냥을 재현하며 조상의 원시생활을 춤과 노래로 표현한다.

3만여 년 전부터 울루루에 인간이 쭉 거주해왔다는 사실은 고고학 증거로 확인할 수 있다. 건조한 황무지에 뿌리 내린 그들은 바위틈에 생긴 동굴에서 거주하며, 도구를 만들고 사냥을 했다. 볕이 반쯤 드리운 바위에는 극명한 명암이 드리워지고, 바위틈을 파고든 바람은 인간의 안식처를 제공한다. 

호주 중앙 대륙에 거주해온 원주민 애버리지니(Aborigine)는 이곳을 ‘그늘이 지난 자리(Uluru)’라고 불렀다. 메마른 황무지에 삶의 뿌리를 내린 것은 인간만이 아니다. 혹독한 자연 속에서 꽃과 열매를 맺는 식생은 원시생활의 풍요를 가져왔다. 원주민은 사막에 흩뿌려진 씨앗으로 식용할 수 있는 자연 먹거리와 약재를 고안해냈다. 그리고 레드캥거루, 뱀의 왕으로 불리는 와남비(Wanambi), 도깨비도마뱀(Thorny Devil), 희귀 맹금류 등 수백 종의 생명은 인간과 더불어 고독한 바위 곁을 지키며 번식해나갔다. 

원주민의 전통 음식을 기반으로 하는 부시 터커(Bush Tucker) 요리는 오늘날 토착 식물의 잎이나 줄기로 만든 향신료, 잼, 디저트, 악어와 캥거루, 에뮤고기로 만든 수프와 스테이크 등을 아우른다. 1872년 유럽 탐험가가 이 땅을 발견하면서 세상에 알려진 울루루(당시는 에어스록이라고 불렀다)가 일반인에게 개방되자 전 세계 오지 여행가는 수천 킬로미터의 따분한 풍경을 견디며 호주 중앙 대륙으로 몰려왔다. 

관광붐으로 원주민의 강제 이주도 불가피하던 시절이었다. 오늘날 정부는 원주민의 생활권을 보장하고 있지만, 자연환경과 원시 전통의 보존, 관광권과 상업적 이익 등이 맞물린 대치 상황에 골머리를 앓는다. 원주민을 보호하는 동시에 밀려드는 관광객을 받아들이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정부는 보이지스 인디저너스 투어리즘(Voyages Indigenous Tourism Australia)과 손을 잡았다. 


여행객이 야생 식물을 맛보고 있다.


여행객이 야생 식물을 맛보고 있다.

울루루 여행의 거점으로 통하는 율라라(Yulara)에는 호텔과 리조트, 레스토랑, 은행, 우체국 등이 모여 있다. “우리는 오랫동안 원주민과 공생하는 방법을 고민했습니다. 토착민의 고유 문화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원주민의 후손이니까요.” 울루루 관광산업을 총괄하는 보이지(Voyage) 그룹의 홍보 담당자가 리조트 프로그램을 소개하며 말한다. 

오늘날 대부분의 원주민은 인근 마을로 거처를 옮기고 울루루 관광산업에 종사한다. 보이지 그룹은 울루루의 5개 숙박 시설을 운영하며 원주민을 대동한 울루루 투어와 각종 원시 문화 체험을 여행객에게 제공한다. 자체 관광 트레이닝 아카데미를 만들어 원주민을 트레이너로 고용하고 국립공원 가이드, 리조트 요리사, 전통 악기 연주가 등의 일자리를 지원하기도 한다. 

원주민이 조상의 문화를 지키며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게 그룹의 주요 역할이다. 세일즈 인 더 데저트(Sails in the Desert) 앞 잔디광장에는 편한 복장의 여행객이 삼삼오오 모여 간이 무대에 올라설 주인공을 기다린다. 이내 온몸에 빗살무늬 그림을 그린 원주민이 나타나 캥거루처럼 폴짝폴짝 뛰다가 창을 던져 사냥하는 시늉을 하고, 뒷짐을 지고 빙글빙글 돌면서 자축 세러머니를 펼친다. 

부족끼리 충돌하는 대목에서는 실수를 연발하는 몸짓으로구경꾼의 웃음을 자아낸다. 기다렸다는 듯 맨 앞자리를 차지한 어린아이와 챙 넓은 모자를 눌러쓴 반바지 차림의 중년 남자를 포함해 세계 각국의 여행자가 우루루 무대 위로 올라간다. 

원주민의 낯선 몸짓은 어느새 만국 공통의 언어처럼 모두가 함께 따라 하며 하나가 된다. “내일 이 시간에는토착식용 식물로 만드는 원주민 요리를 시연할 예정입니다.” 리조트 직원의 안내를 뒤로하고 뿔뿔이 흩어진 여행객이 서둘러 옷을 챙겨 입고 숙소 입구에 다시 모인다. 울루루를 가장 아름답게 만드는 일몰을 구경하려면 조금 서둘러야 한다.



돔 모양의 바위가 산처럼 솟아있는 카타 추타. ©PARKS AUSTRALIA

울루루가 자리한 노던 테리토리(Northern Territory)주 중앙은 호주 사막의 중심부다. 여름이면 기온이 섭씨 40도를 육박하고 비가 짧게 내리기 때문에 키 작은 나무와 얕은 풀이 초원을 메운다. 이 땅을 처음 발견한 개척자는 일찍이 식민지 건설을 계획했지만, 인간이 거주하기에는 너무 건조하다는 이유로 포기했다. 

아난구족이 대대손손 극한의 환경 속에서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과학적으로 증명하기는 어렵다. 그들은 메마른 땅에 서식하는 동식물을 비롯해 만물을 자라게 하는 모든 자연현상을 숭배했다. 그리고 인류를 둘러싼 모든 것을 종교적 · 문화적으로 해석해 추쿠르파(Tjukurpa)라는 그들만의 생존 규율을 만들고 황무지에서 살아가는 생활양식을 스스로 터득해나갔다. 

울루루에 좀 더 가까이 다가서고 싶은 여행객의 욕심은 끝이 없어 보인다. 그들은 온갖 이동 수단을 동원해 바위 품으로 간다. 오늘도 사막의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사륜구동 자동차와 좌석이 껑충 올라와 있는 특수 버스는 흙먼지를 내뿜으며 여행객을 실어 나른다. 울루루는 광활한 사막 한가운데 어떠한 장애물도 없이 고고한 자태로 오롯이 서 있다. 덕분에 어딜 가든 시야에 울루루가 따라붙는다. 언뜻 보면 코끼리가 푹 눌러앉은 형상, 시선을 거두고 다시 올려보면 노릇하게 구운 빵 덩어리를 초목 위에 올려놓은 모습이다. 마치 인간의 상상력을 실험하려는 듯 카멜레온처럼 변화를 거듭한다. 바위는 천지 구분 없이 드나드는 이방인의 입장을 너그럽게 지켜볼 뿐이다. 

대지 위로는 자동차뿐 아니라 자전거와 오토바이, 낙타 행렬이 이어진다. 하늘에는 스카이다이빙을 즐기는 낙하산 무리와 색색의 헬리콥터가 일출부터 일몰까지 쉴 새 없이 카타 추타와 울루루 머리위를 맴돈다. 카타 추타는 울루루에서 약 30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암석 군락. 돔 모양의 바위 36개가 산처럼 뻗어 있다. 

울루루와 같은 시기에 대지 위로 우뚝 솟아오른 기암이지만, 거대한 단일 바위의 압도적 카리스마에 가려 그 진가가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울루루를 방문해본 사람이라면 카타 추타 트레일(Valley of the Winds Walk)이 이곳의 숨은 하이라이트라는 사실을 안다. 거대한 바위를 가로질러 바람의 계곡이라 불리는 협곡까지 이어지는 트레킹 코스는 ‘외계 세상’이라 표현할 정도로 희귀한 원시 자연을 품고 있다.

디제리두를 연주하는 원주민.

일몰이 가까워지면 울루루의 또 다른 하이라이트가 이어진다. 기념 엽서에 단골로 등장하는 울루루의 낙조다. 사람들은 마치 타임랩스 기능이라도 켜둔 것처럼 어둠에 묻혀가는 바위를 미동도 없이 지켜본다. 

울루루를 등진 채 디제리두(didgeridoo, 애버리지니의 목관악기)를 연주하는 원주민 앞에 서서 샴페인을 홀짝이며 몸을 흔드는 이도 있다. 어둠에 묻힌 울루루의 잔상이 점점 흐릿해지면 본격적인 침묵의 소리(Sounds of Silence) 만찬이 시작된다. 울루루를 곁에 두고 사막 한복판에 차려진 테이블에 앉으니 부시 터커 요리가 코스에 맞춰 등장한다. 하늘에는 금방이라도 접시에 쏟아져 내릴 것 같은 선명한 은하수가 반짝인다. 

친절한 웨이트리스가 디저트 접시를 마지막으로 회수해 가면, 테이블을 밝히던 작은 초가 일제히 꺼지고 잠시 정적이 머문다. 5초 후, 테이블을 꽉 채운 20명이 뒤늦게 찬탄을 쏟아낸다. 어둠에 자취를 감춘 울루루가 별빛 조명을 받고 앙코르 무대처럼 다시 등장한 것이다. “자연 풍경에서 침묵은 발견하기 힘들다.” .

소설가 폴 서루(Paul Theroux)는 풍경과 여행에 관해 이렇게 이야기한다. 그의 말처럼 이곳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바람이 불고, 만물이 조용히 숨을 쉰다. 셀 수 없는 밤하늘의 별처럼 바위는 영겁의 세월을 고독하게 견뎠으리라. 지금 이 순간 인간의 호들갑스러운 감탄은 자연 풍경 앞에서 침묵은 더더욱 불가능하다는 걸 증명하는 게 아닐까?


자동차로 수천 킬로미터를 달려 호주 울루루를 찾은 여행 작가 빌 브라이슨(Bill Bryson)은 애석하게도 울루루에는 단 2시간밖에 머물지 못했다. 그는 성능 좋은 금속 탐지기를 가지고 반드시 이곳에 다시 올 것이라고 다짐하며 아쉬움을 달랬다. 그리고 아직 울루루에 가보지 못한 이들에게 의미심장한 말을 덧붙였다. “지구 상 어디에도 이처럼 극적이고 고독한 장관 속에 남거나 보기 좋게 매끄러운 대칭을 이루는 바윗덩어리는 없다. 수백억년이나 된 바위다. 그곳에 가보라, 인간들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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