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 해외여행]콘래드 방콕 주변 카페, 상점

방콕에서의 짧은 2박 3일은 콘래드 방콕에서 머물면서, 가볍게 카페 몇 곳과 새로 생긴 서점 등을 둘러보는 일정으로 마무리했다. 조식을 포함하지 않았던 덕분에 오랜만에 아침 일찍부터 카페를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했던, 방콕 카페 탐험기.

콘래드 방콕 옆골목의 작은 카페, 리틀 선샤인

루앙프라방에서 방콕으로, 다시 공항에서 호텔에 도착하니 이미 늦은 저녁이다. 셀프 체크인을 미리 해둔 덕인지, 아니면 공식홈에서 예약을 해서인지 '조식 포함을 안하셨네요. 필요하시면 30% 할인가로 추가해 드리겠습니다. 언제든 말씀하세요'라며 할인 혜택을 준다. 한화 2만원 대에 고급 조식뷔페를 먹을 기회지만, 주변을 검색해 보면 새로운 방콕의 카페를 만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결국 나는 할인 혜택을 포기했다. 

이튿날 아침, 한참 구글맵을 검색한 끝에 호텔 옆의 좁은 골목에 숨은 카페를 찾았다. 요즘 한국인들 사이에 한창 뜨고 있는 '바와 스파' 바로 맞은 편에 있다. 그런데 이 카페, 자세히 보니 지난 번 여행 때도 왔던 곳이네? 그때는 굉장히 우울한 분위기여서 커피 한 잔 마시고 바로 나왔는데, 뭔가 싹 바뀐 느낌? 

환하게 채광이 비쳐드는 카페 안은, 2년 여 전 들렀던 그 카페가 맞나 싶을 정도로 완전히 다른 곳이 되어 있었다. 메뉴도 전형적인 카페 푸드 위주로 짜여져 있는데, 아침식사로는 두 가지 메뉴가 있다. 크라플이라는 크로와상으로 만든 와플 세트, 또 하나는 리틀 선샤인의 브랙퍼스트 플레이트다. 둘 다 궁금했지만, 직원에게 물으니 크라플 메뉴가 유명하다고 해서 스피나치(시금치) 크라플을 주문했다. 

200바트면 그리 저렴하지 않은(사실 방콕에서는 굉장히 비싼) 가격의 세트인데, 음료는 불포함이라니 약간 의아하긴 했지만 기왕 먹는 거 음료도 하나 곁들이기로. 이 카페의 주력 메뉴는 커피보다는 홈메이드 에이드여서, 민트 유자 에이드 한 잔을 주문했다. 커피는 이따 로스터리를 따로 찾아가서 맛을 보기로 하고. 

잠시 후 음료에 이어 크라플 세트가 등장했다. 비주얼 하나는 기가 막히다. 방콕에는 이렇게 비주얼적으로 임팩트를 주는 메뉴가 카페마다 하나씩은 꼭 있어야 한다. 주로 인스타그램으로 마케팅이 이루어지는 방콕의 치열한 카페 신에서는, 비주얼이 모든 성패를 결정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맛이 없다면 사람들은 곧장 새로운 카페의 새로운 메뉴로 끊임없이 옮겨간다. 

바삭한 크로와상을 와플기에 눌러 만든 크라플은, 이미 한국에도 들어와 있는 카페 메뉴 중 하나다. 이곳의 주인장에게 물으니 본인이 개발한 메뉴라며 자랑스러워 하긴 했지만, 어쨌든 그녀의 요리 솜씨가 나쁘지는 않았다. 크라플 위에 잘 볶은 시금치와 계란 프라이를 올리고, 새콤달콤한 청포도 샐러드를 곁들인 한 접시는 맛의 조화가 훌륭했다. 

하지만, 아침식사를 푸짐하게 먹는 여행자라면 이곳의 조식 플레이트가 적당치 않을 것이다. 여기서 조식과 음식을 주문하면 320바트(!!)가 넘는데, 이 금액이면 콘래드에서 제시한 조식 할인가와도 별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예쁘지만 양은 적고, 특별하지도 않다. 

서울의 다이닝 신도 너무나 앞서가고 있는 터라 왠만한 곳의 평범한 메뉴들이 만족을 주기 어렵다는 걸, 여기서 새삼 깨달았다. 혹은 지금보다 경험이 훨씬 부족한 20대 아가씨 시절이었다면, 아마 만족했을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어쨌든 간에 다음 번에는 결단코 플론칫/룸피니 지역에는 절대 호텔을 안 잡는 걸로. 이 근처는 진짜 너무 많이 묵었고 쇼핑몰 외에는 메리트가 전혀 없다. 

농장 직영 로스터리 카페, 도이랑카

빌딩 숲에서 제대로 된 카페 하나 찾기가 힘든 플론칫 역 근처에서, 독특한 컨셉트의 카페를 찾아냈다. 태국산 원두를 직접 로스팅하는 카페가 많지 않은데, 이 카페는 직영 농장에서 직접 원두를 가져오고 싱글 오리진의 커피를 선보인다는 설명을 보고 바로 찾아가 보기로 했다. 오전 10시경, 이미 너무나 더워지는 방콕의 날씨는 슬슬 본색을 드러낸다. 게다가 플론칫 역에 있는 이 고가다리는, 엄청나게 복잡하게 엉켜있어 초행길에 어딘가를 도보로 찾아가는 게 힘들었다. 카페라곤 전혀 있을 것 같지 않은 골목에서, 카페 입구를 찾아냈다. 

워낙 외진 곳에 위치한 카페다 보니, 거기까지 찾아온 내가 신기했는지 주인장 아저씨가 말을 건넨다. '어디서 왔어요? 한국? 저 위에 한번 보세요.' 라며 벽 위에 걸린 보드를 가리킨다. 전 세계의 방문객들이 남긴 인사말 속에, 진짜 한국어도 있다. 주인장의 설명에 따르면, 도이랑카는 태국의 한 로컬 커피농장의 이름이고, 사실 이 카페는 농장의 쇼룸과 같은 역할을 한다. 

태국산 원두 하면 도이창이 대표적인데, 도이창 외에 다른 로컬 농장 브랜드가 있었구나 싶어 신기했다. 생두를 취급하면 좀 사가고 싶었는데, 이미 로스팅된 원두만 판매하고 있어서 원두 구입은 하지 않고 커피만 한 잔 시켰다. 

가벼운 바디감과 신선함이 느껴지는 드립 커피 한 잔에, 잠시 흐르는 땀을 식히고 쉬어가는 시간. 천천히 다니자고 다짐하면서도, 오늘 하루 뿐이라는 조급함이 자꾸만 앞선다. 이젠 나이와 체력이 내 마음을 따라주지 않는 걸 인정하고, 에너지를 잘 분배해야 하루를 버틸 수 있다. 숨을 고르고, 다시 운동화끈을 조여매는 시간.

몇 군데의 카페와 서점에 이어 찾은 곳은, 호텔의 도움을 받아 예약해 둔 마사지숍이다. 한적한 현지 동네의 작은 숍에서, 올해 들어 처음으로 받는 전신 마사지는 무척이나 만족스러웠다. 귀국 전 쌓인 피로를 말끔히 풀어내고, 익숙한 번화가인 우장루로 향했다. 이전에는 어떻게 주문해야 할 지 몰라 발걸음을 돌렸던 만두집에서 이런 저런 음식을 시켜먹고, 로컬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상하이에서의 짧은 출장을 마무리한다. 

Signature Massage @ ZEN

수메리안에서 아침식사를 마치고 조금 걷다 보니, 마사지숍에 금새 도착했다. 숍 입구에서 직원이 분주하게 계단을 물청소 중인 걸 보니, 이제 막 오픈한 모습이다. 시캉루는 현지인들의 거주 지역으로, 한적하고 평화로운 동네다. 몇 곳의 체인이 있지만 상대적으로 시내에 위치한 지점은 예약 없이는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인기있는 마사지숍이라 들었다. 

그래서 일부러 변두리에 새로 오픈한 지점을 선택한 건데, 애스터하우스 호텔의 프론트 직원이 대신 예약을 해 주지 않았더라면 절대 오지 못했을 듯 하다. 다행히 예약은 잘 되어 있었다. 내가 호텔을 사랑하는 이유, 바로 컨시어지와 여행자의 호흡이 잘 맞을 때 여행의 퀄리티가 한층 올라가기 때문이다. 

예약 시에는 몰랐던 사실인데, 신규 점포라 그런지 시즌 스페셜이라는 이름으로 프로모션 중이다. 덕분에 젠 시그니처 마사지 90분 프로그램을 무려 288위안, 한화 6만원으로 받아볼 수 있었다. 이전에 방문했던 드래곤플라이 스파가 60분에 310위안 대인 것을 감안하면 매우 합리적인 가격대다. 

요즘은 모바일 페이가 완벽하게 갖춰진 상하이이다 보니 외산 신용카드를 받지 않는 점포도 많은데, 마스터카드로 편리하게 결제해서 더욱 좋았다. 덕분에 2017년 첫 전신 마사지를 아주 만족스럽게 받았다. 시그니처 마사지는 고대 불교에서 영감을 받은 아로마 향을 기반으로 한 아로마 마사지다. 압이나 서비스 ,시설 모두 왠만한 호텔 스파보다 훨씬 좋았다. 

Lunch @ Yang's Dumpling

난징시루 뒷편의 번화가 우장루는 3년 전 이맘 때보다 훨씬 더 북적이고 세련되어진 풍경이다. 여기 오면 꼭 먹어야 한다는 만두집 양스 덤플링, 3년 전엔 머뭇거리다 그냥 지나치고 말았다. 그 시절 생각이 문득 나서, 오늘은 여기부터 찾았다. 

관광객에게 최적화된 식당이라, 영어 메뉴에 선결제 주문 방식은 너무나 편리했고 음식은 신속하게 테이블로 날아왔다. 모듬 군만두를 시켰는데, 만두를 깨무는 순간 안에서 육즙이 터져나와 주변에 놓여있던 핸드폰까지 튀었다. 엄청 뜨거우니 조심해야 함. 

매콤하고 개운한 쏸라펀(사워 앤 스파이시 수프를 시키면 된다) 한 그릇도 오랜만에 맛을 본다. 면 요리에 만두까지 다 먹기엔 좀 버거워서, 만두는 두 개만 먹고 포장해가기로 했다. 어짜피 일회용 용기에 나오기 때문에, 프론트에 포장을 말하면 비닐봉지를 내어준다. 기분좋고 든든하게 한 끼를 잘 먹고 나왔다. 상하이에 산해진미가 무척 많지만, 혼자 상하이를 여행한다면 레스토랑 옵션이 그리 많지 않다. 그럴 때 패스트푸드 대신 가벼운 맘으로 들리기에 참 좋은 식당이다. 

Coffee @ Uncle no name espresso

빵빵해진 배를 이끌고, 근처의 한 카페로 향했다. 밖에서는 카페인지 모르고 지나칠 정도로 수풀로 둘러싸여 있어서, 엄청난 번화가인 우장루 한복판이라는 게 믿겨지지 않았다. 울타리 안으로 들어서면 아늑하게 지어진 작은 정원, 그리고 커피 바가 있다. 드립 커피를 주문할 수 있냐고 묻자, 앞에 늘어선 수입산 원두 몇 봉지를 가리킨다. 

게이샤같은 희귀 원두도 있고 다분히 매니아적인 원두가 꽤 보인다. 추천을 받아 하나를 고르고 야외 테이블에 앉아 커피를 기다렸다. 환하게 웃는 직원들은 커피를 가져다 주고 물을 따라주며 바삐 움직인다. 이 작은 커피바에서도, 활기차게 돈이 돌고 도는 상하이가 그대로 보인다. 내가 앉아있던 짧은 시간에도, 무척 많은 사람들이 커피를 사기 위해 들락거린다. 

이렇게 4박 5일의 정신없는 상하이 출장은 끝났지만,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상하이에는 더 자주 오게 될 것이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이미 내가 속해있는 업계는 이 도시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과연 5년 후와 10년 후, 중국이 세계의 중심이 된 여행업계에서 나는 무슨 일을 하게 될까, 또 해야 할까. 많은 생각과 고민을 남긴 채로, 다음을 기약한다. 

지난 5월, 컨퍼런스 참가를 위해 상하이로 향했다. 짐가방까지 끌고 다니며 정신없이 푸둥의 전시장을 오가던 3일이 끝나고, 내게 주어진 온전한 휴식의 시간은 2박 3일이다. 애써 뭔가를 하지 않고 쉬기로 마음 먹었음에도, 내 발걸음은 커피와 책을 찾아 계속 분주하기만 했다. 언제나 그렇듯, 내 시선은 상하이의 현재와 미래 사이에 머물렀다. 상하이의 젊은이들이 시간과 돈을 쓰는 장소가 어디인지 직접 찾아가 보고, 서울의 현재와 무엇이 다른지 생각하고 고민하는 시간. 

flat white @ on air

구글맵이 가리키는 골목은 분명 여긴데, 와보니 왠 연립주택이 늘어선 주거 지역이다. 대체 여기에 무슨 카페가 있단 말인가? 혼란 속에 방황하던 그 순간, 한 아가씨가 내 앞을 휙 앞서 가더니 커다란 손잡이를 잡아 열고 들어간다. 밖에서 볼 땐 그냥 벽처럼 보이는 문이었다. 하지만 문을 열고 들어가면, 아늑하고 미니멀한 카페가 펼쳐진다. 

바에 앉아도, 테이블에 앉아도, 혹은 노트북을 놓고 일하는 공동 책상에 앉아도 모두 편안할 것 같다. 밖으로 상하이의 오랜 건축물이 그대로 펼쳐진, 바에 앉기로 했다. 그리곤 평소엔 잘 마시지 않는, 이 집 명물이라는 플랫 화이트를 주문했다. 

타임아웃 상하이에서 첫 손에 꼽은 이 카페는, 세상이 주목을 하든 말든 우리는 우리 길을 간다는 느낌이다. 간판이 눈에 띄기는 커녕 찾기도 어려운 골목 뒷편에 자리하고 있고, 아무리 오래 앉아 있어도 눈치주지 않는다. 커피 한 잔 달랑 시켰을 뿐인데, 물잔에 물이 떨어지려 하면 직원이 어느 새인가 곁에 와서 물을 채워준다. 

화장실로 가는 길은, 시야를 가로막는 단 하나의 오브제도 없이 디자인되어 있다. 이렇게 심플하면서도 명료한 공간에서, 상하이에서 손에 꼽는 수준의 커피를 마시며 수많은 젊은이들이 사색을 하고 책을 읽고 작업을 한다. 처음 상하이에 방문했던 3~4년 전만 해도, 시내에서 로스터리 카페를 발견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이제는 시내 뿐 아니라 변두리에도 과감하게 공간을 열고 커피를 내리는 젊은이들의 도전이 크게 늘고 있다. 

Muji books @ Muji Huaihai

상하이에 커피 문화가 본격적으로 대중화되기 전, 가장 먼저 로스터리 카페를 표방했고 내가 블로그에도 소개했던 시소(seesaw) 카페는, 불과 3~4년만에 화이하이 대로변에 큰 규모의 체인을 열었다. 

시소 카페 역시 주택가가 밀집한 골목에 숨어있던, 정말 힙스터스러운 인디 카페였는데, 어느 새 상하이 카페 컬쳐의 선봉자가 된 것이다. 어쩌면 앞서 소개했던 카페도 지금은 골목길에 숨어 있지만, 얼마 후에는 이렇게 대형 쇼핑몰 1층에 입점할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시소 카페가 있는 이 건물에, 무지 화이하이 점이 있다. 상하이에서 무지 북스가 최초로 문을 연 대규모 플래그십 스토어다. 

2015년 12월에 처음 문을 연 무인양품의 화이하이루 점은 상하이 뿐 아니라 중국 내 점포 중 최대 규모라고 한다. 각 층마다 나무와 금속 등 서로 다른 소재를 사용해서 꾸몄다고 하는데, 역시 나무로 된 층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여기서만 판매하는 리사이클링 제품도 있고, 뉴욕 5번가의 무지 매장에서 본 아로마 랩도 있다. 무인양품이 시도하고자 하는 모든 하위 브랜드를 여기서 한번에 만날 수 있는 셈이다. 

그 와중에 무지북스에서 득템을 한 건 일본 잡지인데, 가격이 좀 신기했다. 평소 좋아하고 자주 구입하는 여행 매거진 Transit의 과월호에 70% 세일 스티커가 붙어있길래, 가격을 보니 진짜 저렴했다. 덕분에 아이슬란드의 정보가 가득 든 매거진을 싸게 샀다. 

무지 북스는 확실히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라이프스타일을 테마로 책을 셀렉하기 때문에, 내 관심사에 맞는 책만 볼 수 있어서 참 좋았다. 한 달만에 도쿄에 가서 무지 북스를 또 만나게 될 줄, 이때는 생각도 못했던. ;) 

Breakfast @ Sumerian

내가 묵었던 애스터하우스는 빈티지하고 멋진 호텔이지만, 어쨌든 조식은 불포함이라 매일 아침을 꼭 챙겨먹는 나로서는 조금 부지런할 필요가 있었다. 호텔이 있는 노스 번드 주변은 카페가 거의 전멸 수준이라, 기왕 아침을 먹는다면 상하이에서 가장 맛있는 베이글 카페를 찾아가보자 싶었다. 마침 오늘 오전에 예약해놓은 마사지숍이 바로 이 카페 근처이니, 코스 하나는 잘 짰다. 

버스에서 잘못 내리는 바람에 한참을 되돌아오긴 했지만, 수메리안 카페가 있는 샨시베이루는 그냥 걷기만 해도 기분이 절로 좋아지는 골목이다. 왜 수많은 상하이 매니아들이 이 햇살 쏟아지는 낡은 골목을 그리워 하는지, 여기 오면 저절로 알 수 있다. 걷다 보면 창문도 문도 활짝 열린 틈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부지런히 빵과 커피를 마시는 수메리안 카페를 만날 수 있다. 

정해진 샌드위치 메뉴를 주문할 수도 있지만, 직원들이 영어를 꽤 잘해서 과감하게 '커스텀' 메뉴를 시도해보기로 했다. 치즈 베이글에 차이브 스프레드와 아보카도를 추가하고, 음료는 채소를 많이 넣은 그린 스무디를 시켰다. 이렇게 두어 가지만 시켜도, 한화로 15,000원대 이상은 각오해야 한다. 

베이글이 너무 맛있는데다 아보카도와 치즈도 너무나 신선해서 사실상 이 세 가지 식재료의 조합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한 맛이었다. 역시 좋은 재료에는 많은 조리가 필요없음을 새삼 느낀다. 한참 맛에 빠져 있다가 주변을 둘러보니 어찌나 사람이 많던지, 게다가 대부분 서양인이 많았다. 그래서 중국어를 못하는 내게는, 수메리안이 오히려 로컬 카페보다 편안하게 느껴졌다. 

여전히, 상하이는 여행자에게 편한 여행지는 아니다. 똑같은 중화권이지만 여행자에 닳고 닳은 홍콩과 마카오, 대만과는 달리 상하이는 여행자가 모든 적응과 준비를 능동적으로 해야 하는 대도시다. 하지만 조금씩 조금씩, 상하이를 알면 알 수록 그 매력은 끝이 없다. 앞으로  이제 아침은 뚝딱 해결했으니 예약해 둔 작은 마사지숍으로 슬슬 걸어가 보기로. 

방콕에서의 오전은 카페를 돌아다니는 시간이었다면, 오후는 방콕을 대표하는 몇몇 쇼핑몰을 넘나들며 특유의 다양성을 오롯이 즐겼다. 아시아에서 가장 쇼핑몰이 발달된 도시 중 하나인 방콕에선, 어떤 몰을 들러도 영감을 주는 장소나 이벤트를 만날 수 있다. 우연히 만난 야외 장터부터 이제 막 문을 연 라이프스타일 서점까지, 나를 사로잡은 방콕의 다채로운 쇼핑몰 속 풍경. 

마켓 가든 @ 센트럴 월드

방콕에 올 때마다 어쨌든 한 번씩은 지나치게 되는 센트럴 월드지만, 이번에는 플래티넘 패션몰을 가다가 우연히 발걸음을 멈췄다. 쇼핑몰 앞에 천막이 드리워져 있고 시장처럼 분주한 모습이 눈에 띄었던 것이다. 예상대로 마켓 가든이라는 야외 먹거리 장터가 막 열리려는 참이다.  

흰 꽃이 주렁주렁 매달린 천정과 햇살, 산더미처럼 쌓인 열대과일과 매캐한 연기가 뒤섞여 있다. 60바트(2천원)를 내니 하루 종일 먹을 정도로 커다란 생망고 스무디를 안겨준다. 시원한 스무디로 방전된 체력을 보충해가며, 다음 행선지로 발길을 재촉했다.

옷쇼핑의 재미 @ 플래티넘 패션몰

이번에 방콕에 다시 오게 되면 꼭 가봐야겠다고 체크해 둔 곳이 있다. 한국의 동대문과도 비슷한 보세 패션몰인 '플래티넘 패션몰'이다. 딱히 옷을 사야 해서가 아니라, 태국의 젊은이들이 가장 대중적으로 드나드는 쇼핑몰에서는 어떤 상품을 팔고 어떤 트렌드가 대세인지 알고 싶었다. 

아시아의 패션몰이나 패션 거리를 다니다 보면 대략 비슷한 현상이나 트렌드가 보인다. 역시 방콕에서도 한국 스타일의 패션은 대유행이었다. 특히나 K-Pop을 크게 틀어두는 숍이 많았다. 로컬 음악이나 한때 태국을 휩쓸던 J-Pop은 거의 찾기 어려웠다. 

플래티넘 패션몰은 엄청난 규모의 도매숍들이 밀집해 있을 뿐 아니라, 잡화 제작에 쓰이는 부자재도 살 수 있다. 다니다 보면 괜찮은 디자인의 옷을 매우 저렴하게 팔아서, 한참을 구경하다 블라우스 두 벌을 샀다. 한 숍에서 두 벌 이상은 사야 할인율이 높다. 원래 좋아하는 로컬 유기농 면 체인점인 그린 코튼에서 속옷 쇼핑도 미션 클리어.

플래티넘 패션몰은 현지에서는 쇼핑 외에도 푸드코트 음식이 저렴하고 맛있기로 유명하다. 그래서 점심은 일부러 여기서 먹으려고 시간을 맞춰 두었다. 대부분의 태국 쇼핑몰이 그렇듯 이곳도 카드 선불충전이라서, 먼저 카운터에서 1~200바트를 충전한 다음 원하는 메뉴를 파는 카운터에서 결제하면 된다. 

아시아 체류가 어느 덧 2주 가까이 되는 시점이었지만, 아직까지 질리지 않는 음식은 역시 팟타이다. 해물도 넣지 않은 기본 팟타이인데도 맛이 기가 막히다. 디저트는 한방 향이 이색적인, 흑설탕을 얹은 그라스젤리를 먹었다. 아시아 여행을 할 때마다 항상 즐겨먹는 메뉴들이다. 두 가지 메뉴를 실컷 먹었는데 100바트도 채 되지 않는다.

오픈하우스 @ 센트럴 엠버시

센트럴 엠버시가 막 오픈하고 와본 후로 어언 2년만이다. 센트럴 엠버시 내에 엄청난 규모의 라이프스타일 서점 '오픈하우스'가 며칠 전 새롭게 개관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어짜피 이곳은 콘래드 방콕이 있는 플론칫 역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하루 일정을 마치고 오는 길에 들르기로 했다. 

오픈하우스는 역시 센트럴 엠버시의 럭셔리한 컨셉에 맞게, 엄청난 규모의 서점이었다. 단순히 서점이라기 보다는, 서점 내에 방콕 최고의 레스토랑들이 입점해 있으니 복합 문화공간이라는 말이 더 적합할 것 같다. 일본의 츠타야, 대만의 성품서점을 잇는 세계적인 트렌드를 잘 따르고 있는 구성이다. 

츠타야와 성품서점도 라이프스타일을 분야별로 쪼개어 책과 관련 상품을 믹스하는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하는데, 오픈하우스 역시 레스토랑과 관련 도서를 매칭하는 등 과감한 디스플레이가 눈에 띈다. 또한 큐레이션된 책을 보면 로컬출판물 만큼이나 외서와 예술서, 전문 서적이 굉장히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덕분에 일반적인 서점에서는 쉽게 만날 수 없는 책을 마음껏 접할 수 있고, 또 독서를 원하는 이들을 위한 편안한 좌석이 무척 많았다.

덕분에, 커피숍에서 의미없이 보냈을 지도 모르는 휴식시간을 무척이나 알차게 보냈다. 멋진 소파에 앉아서, 그동안 보고 싶었던 호텔 전문 서적을 잔뜩 쌓아 놓으니, 벅찬 행복에 발 동동거림이 절로 나오는 시간. 언제 갈 지 기약도 없는 코사무이의 작은 호텔을 구경하며, 혹은 방콕의 숨겨진 디자인 호텔을 하나씩 찾아 보며, 그렇게 책과 함께 흐르는 느린 오후가 간다. 이번에도 이렇게나 좋았던 방콕은, 다음에는 또 얼마나 좋을까. 

관련 키워드 : #방콕, #해외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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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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