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립미술관은 마치 미술관이 물에 떠 있는 느낌을 준다.
도립미술관의 본가이자 제주비엔날레의 주 행사장 역할을 할 제주도립미술관은 제주시에서 서귀포시로 넘어가는 시 외곽 중산간 지역에 자리 잡고 있다. 제주도청에서 자동차로 10분 남짓 거리다. 관광객들에게는 이 일대는 오르막을 차가 내려가는 것처럼 보이는 착시현상을 일으키는 ‘신비의 도로’로 더 유명하다.
신제주 도심에서 가까우면서도 수려한 풍광을 자랑하는 한라산 기슭에 자리해 있고, 근처에 한라수목원도 있어 가족 단위 관람객들에게 인기가 많다. 미술관 둘레에 얕은 연못을 만들어 마치 미술관이 물 위에 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물에 비친 미술관이 제주도를 상징하듯 산과 바다가 어우러지는 풍경을 연출하는 것이다. 이 미술관은 건립되던 해 건축문화대상 우수상을 받았다.
1층 한 귀퉁이엔 조그만 카페가 있는데, 연못가 벽면이 유리로 돼 있어 창밖을 내다보며 여유롭게 커피 한잔을 마시다 보면 세상 시름을 다 잊을 수 있을 듯하다. 2층 옥상정원에서는 한라산의 장엄한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도립미술관 근처 옛 아시아미술관 터에는 올가을 레고 작품을 전시하는 브릭 미술관이 들어설 예정이다.
제주현대미술관 어귀에 서면 곶자왈 내음이 강하게 난다. 제주현대미술관 제공
미술관과 갤러리들을 이어주는 산책로도 훌륭해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도 좋다. 방문객을 향해 악수를 청하는 듯 손 내민 커다란 조각상이 보이는 들머리를 지나 미술관에 들어서면 상설전시관과 일반전시관이 펼쳐진다.
김흥수 화백 등의 작품이 전시된 미술관 내부도 아름답지만 곶자왈 내음이 ‘훅’ 하고 다가오는 야외 정원이 일품이다. 햇살 청명한 오전, 야외 정원 벤치에 앉아 있으면 하염없이 머무르고 싶어진다.
대전에서 온 30대 여성 김혜민씨는 “미술관이 아름답고 조각이 전시된 곶자왈 숲 같은 야외 정원도 훌륭해, 제주에 올 때마다 찾는다. 이곳에 오면 마음이 너무 편안해진다”고 했다.
최근에는 생태미술관으로 특화해 경쟁력을 갖추려고 노력하고 있다. 제주현대미술관 이경은 팀장은 “곶자왈 지대에 자리 잡은 특징을 살려 힐링하고 마음의 위안을 얻을 수 있는 생태미술과 현대라는 이름에 걸맞게 실험적이고 새로운 형식의 미술을 다 보여줄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방향을 밝혔다. 이번 비엔날레에서는 제주 4·3과 광주 5·18을 연결하는 전시와 공동체 마을을 환기하는 전시가 열린다.
현대미술관에서 걸어서 5~10분 거리에는 가장 최근에 문을 연 도립김창열미술관이 있다. ‘물방울’ 작품으로 유명한 김창열 작가는 한국전쟁 때 1년6개월 동안 제주에 머물렀다. 그 인연으로 제주 저지예술인마을 안에 자신의 미술관 건립을 조건으로 작품 200여점과 자료들을 기증하기로 했고, 제주도는 92억원을 들여 이곳에 미술관을 지었다.
제주현대 미술관 전시실 전경
저지예술인마을에 있는 김창열미술관 들머리에 돌담길이 있다.
검회색 나뭇결무늬가 드러나도록 미술관 벽면 콘크리트를 처리해, 멀리서 보면 마치 검정 현무암으로 만든 신전 같은 느낌이 든다. 연못과 분수가 있는 중앙 정원에는 물방울 조각이 놓여 있다. 김창열미술관 김선희 관장이 미술관 곳곳은 물론 근처 저지예술인마을까지 안내해줬다. 미술관 뒷마당으로 나가자 가나아트가 최근 인수했다는 1000평 규모의 한옥과 ‘갤러리 스페이스 예냐르’ 등이 현대미술관으로 이어지는 아름다운 제주 시골길 속에서 숨 쉬고 있었다.
저지예술인마을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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